[단독]조선일보, 수원대 'TV조선 주식' 적정값 2배로 되사..'배임' 의혹

2019. 4. 25.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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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대, 2011년 교비 50억으로 TV조선 주식 매입
교육부 징계 위기에 '사돈' 조선일보, 액면가로 되사
손실보전 약정했다면 방송법 위반 종편 취소 사유
조선일보 "가치평가 무관하게 대부분 액면가 거래"

<조선일보> 계열 종합편성채널 <티브이(TV)조선> 출범 당시 50억원을 출자한 수원대학교 법인이 지난해 주식 전량을 조선일보사에 매각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조선일보는 이 과정에서 적정가격보다 최대 2배가량 비싼 값에 주식을 사들여, 조선일보 경영진의 배임 가능성이 거론된다. 수원대 재단이 애초 출자할 때부터 조선일보 쪽과 원금보장 약정을 맺었을 수도 있는데, 그렇다면 종합편성채널 승인 요건을 위배한 것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 수원대의 티브이조선 주식, 7년 만에 조선일보로
24일 <한겨레> 취재 결과, 조선일보는 지난해 4월 수원대 학교법인인 고운학원이 보유하고 있던 ㈜조선방송(티브이조선 법인)의 비상장주식 100만주(1주당 5천원)를 50억원에 사들였다. 고운학원은 2011년 티브이조선 출범 때 이 회사 주식 100만주(지분율 1.6%)를 50억원에 매입했는데, 7년여 만에 티브이조선 대주주인 조선일보에 같은 값으로 판 것이다. 이 거래로 조선일보의 티브이조선 지분율은 20.3%에서 21.9%로 올라갔다.

수원대 재단이 티브이조선 주식을 되팔 수밖에 없었던 직접적인 이유는, 법인 재산이 아니라 기부금인 학교발전기금으로 주식을 매입했기 때문이다. 학교발전기금은 교비회계에 포함돼 교육 목적으로만 사용되도록 엄격한 통제를 받고, 이를 위반하면 임원 승인 취소 등 중징계가 내려진다. 당사자는 횡령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2011년 감사원 감사에서 고운학원의 교비 부당사용 사실이 적발됐고, 수원대는 2013년 “5년 이내 전량 지분을 매각하고 손실이 나면 재단이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년이 지나도록 주식 매각은 이뤄지지 않았고, 교육부는 2017년 실태조사를 통해 교비 부당사용 사실을 재차 지적했다. 지난해 초 “(교비에 손실을 끼치지 않도록) 해당 주식을 취득액으로 매각해 환수하라”는 교육부 통보 직후 조선일보가 액면가로 문제의 주식을 사줬다.

조선일보 사주와 수원대 설립자 일가는 사돈 사이다.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의 둘째 아들 방정오 전 티브이조선 대표는 2008년 수원대 설립자의 아들인 이인수 전 총장의 큰딸과 결혼했다. 종합해보면, 티브이조선 출범 때 투자자 유치(주주 구성)에 조선일보가 애를 먹는 상황에서 사돈인 수원대 재단이 손을 내밀어 도와줬는데, 이 투자가 문제가 되자 이번엔 조선일보가 문제를 해결해준 셈이다.

■ 적정 평가액보다 훨씬 비싸게 매입, 왜?
문제는 주당 5천원인 거래대금이 티브이조선 주식의 실제 가치보다 2배가량 비싸다는 점이다. <한겨레>가 입수한 고운학원의 법인회계 결산서에서 해당 주식은 2016년엔 23억600만원, 2017년엔 32억1200만원으로 평가됐다. 주당 가치가 2306~3212원이었던 셈이다. 복수의 회계사와 대학교 회계학과 교수는 “비상장주식 평가 방법을 규정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제63조)에 따라 지난 3년 동안 티브이조선이 공개한 재무제표 등을 분석했을 때 100만주의 적정가격은 21억1800만원”이라고 말했다. 주당 가치가 2118원이란 얘기다.

조선일보도 2017년 감사보고서(2018년 4월 공시)에서 자사가 보유한 티브이조선 1260만주의 가치를 505억4696만원이라고 밝혔는데, 주당 가치로 환산하면 4012원이다.

결국 수원대 쪽 계산에 따르면 적정가격의 2배가량에, 조선일보 쪽 계산에 따르더라도 25%가량 비싼 값에 주식 매매가 이뤄진 셈이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비상장주식은 상장주식과 달리 객관적 수치를 구하긴 어렵지만, 기준 없이 사고판다면 얼마든지 탈법 행위에 악용될 수 있어 적정가를 산정하는 방법이 있다”며 “(매맷값이 고운학원의) 장부상 평가액보다 2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데, 조선일보 쪽에선 배임이 문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경영진이 비싼 값에 주식을 매입해 회사에 손해를 끼쳐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 약정 유무 따라 ‘배임’ 또는 ‘종편 승인 문제’
조선일보와 수원대 재단이 사전에 맺은 약정에 따라 액면가로 거래가 이뤄졌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대형 로펌 금융팀 소속 한 변호사는 “대주주가 자회사를 만들어 투자자들을 유치하면서 ‘투자 원금은 보장하겠다’며 손실보전 약정을 맺는 경우는 흔하고, 이 경우 주식을 비싸게 매입해줬더라도 (사전에 한 약속을 이행한 것이라) 배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경우 조선일보가 사실상 우회 투자를 한 것으로 볼 수 있어 또 다른 논란이 일게 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10년 종편 출범을 앞두고 발표한 ‘종편 세부심사기준’에서 “최대주주가 다른 구성 주주와 일정 기간 뒤 특정 금액으로 주식을 되사주는 바이백(buy-back) 옵션 조항이 포함된 계약 등 일정 수익을 보장하는 계약을 체결하면 이는 사실상 차입 거래에 해당하므로 순수한 출자 행위로 보기 어렵다”며 “이런 계약을 체결하고도 계약서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 방송법 18조에서 정한 ‘허위·기타 부정한 방법’에 해당해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조선일보가 수원대 재단과 손실보전 매입 약정을 맺었다면 배임 혐의는 피할 수 있지만, 종편 승인 과정이 문제될 수 있다는 얘기다.

배임과 방송법 위반 논란을 모두 피해갈 수 있는 경우로는 ‘대주주 지분율이 2대 주주 지분율과 5% 남짓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경영권 보호 강화 차원에서 비싼 값에 주식을 매입했다’는 ‘경영권 프리미엄’ 주장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2대 주주(투 캐피탈·지분율 15%)나 3대 주주(대한항공·9.7%)가 경영권과 관련된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아 현실적인 설득력이 떨어진다.

배임 의혹 등과 관련해 조선일보 쪽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고운학원의 가치평가와 무관하게 티브이조선 주식은 대부분의 경우 액면가를 기준으로 거래가 이뤄졌다. 조선일보와 관련되지 않은 다른 주주들 간의 거래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수원대 쪽은 “적정금액(50억원)에 주식을 매각했다는 게 학교법인의 입장”이라며 “당초 교육부가 지적한 교비 부당사용 문제가 해결됐고, 결과적으로 학교에 손해를 끼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로선 더는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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