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에 '경제전쟁' 선포..협상이냐, 충돌이냐

2019. 4. 23.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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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유럽 반응에 따라 핵합의 탈퇴 가능성..호르무즈 해협 '최후의 카드'
테헤란의 아자디 광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이 '생명줄'인 원유 수출을 그나마 유지할 수 있었던 제재 유예를 미국이 22일 전격 중단하면서 양국 관계가 최악의 시나리오로 치닫고 있다.

미국 정부가 이란산 원유 수입이 긴요한 한국, 중국, 일본, 터키, 인도 등 8개국에 대한 제재 유예를 연장하지 않은 것은 사실상 이란에 '경제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다.

전 세계에 이란과 모든 교역을 중단하라는 '경제 봉쇄'의 신호이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8월, 11월 복원한 대이란 제재로 이란 경제의 이상 조짐이 확연하다고 판단하고 마지막 남은 숨통을 죄겠다는 적대를 과감히 드러낸 셈이다.

이에 이란 정부는 손에 쥔 카드를 신중히 살펴보고 있다.

미국의 조처에 이란 군부는 즉시 원유 수송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다시 한번 언급했다.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이 해협을 군사적으로 봉쇄하는 방법은 충격파가 가장 크다.

중동 산유국의 원유 수송이 중단되면서 유가가 현재의 세배로 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올 정도로 세계 경제를 뒤흔들 수 있다.

이는 경제적 타격에 그치지 않고 이란의 봉쇄를 무력화하려고 미국이 군사적으로 대응하면서 전면전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이란은 그간 미국과 갈등이 고조할 때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 들어 경고했지만 실행한 적은 없다. 효과는 폭발적이지만 사용하지 못했던 '최후의 카드'인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란이 결국 압박을 극복하지 못하고 미국이 원하는 대로 재협상 테이블에 나오는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란의 통치 체제와 역사를 고려할 때 미국의 압박이 커질수록 이란에서는 군부를 중심으로 강경파가 더 득세했다.

미 정부가 지난해 5월 기어이 이란 핵협상(JCPOA)을 탈퇴하자 핵협상을 성사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하락하고 강경한 보수 세력이 힘을 얻었다.

따라서 이란 강경파가 '굴욕'으로 여기는 미국과 재협상 가능성은 매우 낮다.

외부 변수에 즉각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이란 정권의 특성상 미국의 이번 조처에 대한 유럽의 반응을 주시하고 핵합의에 서명한 영국, 프랑스, 독일과 유럽연합(EU)을 최대한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핵합의 탈퇴를 지렛대로 유럽 측에 이란과 교역을 유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EU는 올해 1월 이란과 유럽의 교역을 전담하는 금융 회사를 설립했으나 가동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EU는 핵합의는 유지하겠다면서도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 돈세탁 의혹 등 '별건'을 거론하면서 이란과 거리를 두는 분위기다.

핵합의의 존폐 위기의 원인을 미국이 먼저 제공했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의 핵합의 준수를 검증한 만큼 이란이 탈퇴할 명분은 갖춰진 상황이다.

이란의 탈퇴는 핵무기를 개발하겠다는 뜻인 만큼 예전처럼 중동이 다시 이란 핵위기에 휩싸이게 될 전망이다. 이는 경쟁국 사우디의 핵개발을 촉발할 수 있어 중동에서 핵개발 경쟁이 우려된다.

이란의 핵합의 탈퇴와 관련, 전문가들은 미국이 최대 압박을 통해 내년 10월까지 이란이 제 발로 나가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핵합의를 보증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231호에 따르면 이란에 대한 유엔의 재래식 무기 금수 제재가 내년 10월 해제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란이 외국의 무기를 획득할 수 없도록 이를 '한계선'으로 잡고 이란을 최대한 압박한다는 것이다.

이란의 우방 중국의 대응도 변수다.

중국은 이란 원유 수출량의 절반 정도(하루 약 65만 배럴)를 차지한 만큼 중국이 미국의 제재에 순응하지 않는다면 이란은 미국의 경제 봉쇄에 숨통을 틀 수 있다.

이란이 잡은 원유 수출의 하한선은 하루 100만 배럴이다.

중국을 포함해 미국의 감시망에 쉽게 포착되지 않는 육상을 통한 인접국과 교역을 동원한다면 이란 경제가 생존할 최소한의 환경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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