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 이래 최대 '라온 중이온 가속기' 현장 설치 본격 시동

허정원 2019. 4. 2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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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 대전 신동으로
"2021년 희귀 동위원소 생산 가능해질 것"
1932년 이후 노벨상 19개 배출, '연금술사'
사업단장 2번 바뀌고, 계약차질 등 위기도
총 1조 4875억원의 예산이 편성돼 단군 이래 최대의 기초과학 프로젝트로 불리는 중이온 가속기 설치가 본격화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이 건설 중인 중이온가속기 ‘라온(RAON)’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 10월 촬영된 라온 중이온가속기 건설 현장. [사진 기초과학연구원]

중이온가속기 건설구축 사업단은 오는 25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인 대전 신동지구 현장으로 사업단 본부를 이전하고, 가속기 터널 내에 초전도 가속모듈을 설치하는 작업에 들어간다고 23일 밝혔다. 라온 설치가 계획대로 완료되면 2021년에는 희귀 동위원소를 만드는 작업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라온은 양성자에서 우라늄까지 다양한 중(重)이온을 가속해 희귀 동위원소를 생성할 수 있는 연구시설로, ‘현대판 연금술사’로 불린다. 물질의 성질을 파악해 반도체나 고온 초전도체 등 신소재를 개발하는 물성과학 분야를 비롯해 천체연구·핵과학·바이오 및 의료분야 등 다양한 기초과학 분야에 이용할 수 있다.

라온 중이온 가속기는 우라늄 등 무거운 입자를 가속하고 충돌시켜 자연계에 없는 희귀원소를 생성한다. 핵과학 및 물성과학 등 다양한 기초과학분야에 응용이 가능하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권면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장은 23일 서울 광화문에서 간담회를 열고 “무거운 입자를 빠르게 가속해 목표에 충돌시키면 다양한 ‘2차 입자’가 생성되는 만큼 기초과학 발전을 위해 중이온 가속기는 필수”라며 “양성자의 수는 같지만, 중성자 수가 다른 동위원소 각각의 특징을 잘 알면, 우주 생성의 근원 등 그간 몰랐던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932년 영국이 세계 최초의 가속기인 코크로프트-월턴 가속기를 구축한 이래 가속기를 기반으로 배출된 노벨과학상의 수는 전 세계적으로 총 19개나 된다. 미국 MIT는 1932년 원형 가속기 ‘사이클로트론’을 완성한 후 7년 만인 1939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사이클로트론을 개발하고 이를 이용해 인공 방사성 원소를 합성한 어니스트 올랜도 로렌스가 주인공이다. 2013년 영국의 이론 물리학자인 피터 힉스 역시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의 거대강입자가속기를 이용해 힉스 입자를 발견, 노벨 물리학상을 거머쥐었다.

동위원소 생성방식에는 크게 ISOL방식과 IF방식이 있다. 라온 중이온 가속기는 세계최초로 이 두가지 방식을 융합해 사용, 기초과학에 응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다. [그래픽제공=기초과학연구원]
한국 역시 2012년 구축이 완료된 경주 양성자가속기와 2015년 완성된 포항 4세대 방사광 가속기 등 2대의 가속기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양성자 가속기는 비교적 가벼운 수소 원자의 핵인 양성자를 이용하고, 방사광 가속기는 이보다 훨씬 가벼운 ‘전자’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라온과 다르다. 라온은 우라늄과 같은 무거운 원자를 이용하는 만큼 핵과학 연구와 중성자별 내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모사하는 등 다양한 연구에 쓰일 수 있다.

권 단장은 “중이온가속기 완공 예정 해인 2021년이 단장의 임기인데 그간 두 차례나 단장이 바뀌고 라온의 사이클로트론 공급사였던 캐나다 베스트가 지난해 9월 계약을 파기하는 등 위기가 있었다”면서도 “벨기에의 이온빔어플리케이션(IBA)과 새롭게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등 2021년까지 차질 없이 라온을 구축하기 위해 주요 과업을 충실히 수행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가속기는 1932년 영국에서 처음 완성된 이후 총 19개의 노벨과학상 토대가 됐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편 25일부터 진행되는 라온의 현장 설치 작업은 가속장치 중 ‘저에너지’ 초전도 가속구간을 구성하는 QWR과 HWR 초전도 가속모듈을 설치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사업단은 내년 중으로 QWR·HWR 설치를 완료하고, 이후 고에너지 초전도가속구간을 구성할 SSR 초전도가속관 2종 및 모듈도 내년 양산·설치한다는 계획이다.

권 단장은 “올해는 원소주기율표 완성 150주년이 되는 해”라며 “라온을 통해 주기율표에 우리 이름이 들어가는 새로운 원소를 만드는 것도 목표”라고 밝혔다.

권면 중이온입자가속기구축사업단장이 23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라온 중이온 가속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IBS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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