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트럼프가 정말 원하는 건 고유가?

김현석 2019. 4. 23.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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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석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적당한 수준의 고유가를 원한다는 설이 나돌고 있습니다.

가끔씩 트위터로 석유수출국기구(OPEC) 담합 등을 꾸짖으며 인기 관리를 하고 있지만, 실제 내년으로 다가온 대선에선 높은 유가가 더 유리하다고 판단해 일부로 유가를 올리고 있다는 겁니다.

2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물은 전날보다 1.70달러(2.7%) 급등한 배럴당 65.70달러로 마감했습니다. 올들어 최고치입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6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74달러 선을 돌파하며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날 한국 중국 등 8개국에 대한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예외 조치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후폭풍 탓입니다.

당초 유가 급등을 우려해 예외 조치를 연장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습니다. 또 지난해 11월 미국이 예외 조치를 허용할 때 이들 8개국은 별 다른 일이 터지지 않으면 조치가 6개월마다 연장될 것이라는 시그널을 받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는 5월2일, 6개월 시한을 앞두고 갑자기 중단한 겁니다.

이번 조치로 매일 140만배럴 가량 공급되던 이란산 원유가 다음달 초부터 국제 원유 시장에서 사라지게 됐습니다. 이에 따른 영향은 오는 6월 OPEC의 총회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미국이 사우디, UAE 등에 증산을 요청했다고 발표했지만, 월가에선 유가가 70달러선을 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왜 유가 급등을 초래할 이란 제재 예외를 폐지하기로 했을까요.


월가 일부에선 적당한 수준의 고유가가 자산의 재선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주 트럼프가 내년 대선에서 재선할 가능성이 패배할 가능성보다 더 높다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이 보고서에서 골드만삭스는 주가, 유가와 같은 시장 지표보다는 실업률과 가계소득, 국내총생산(GDP) 등의 지표가 높아야 현직 대통령의 재선 확률이 높았다고 분석했습니다.

과거 유가 상승은 미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었습니다.

하지만 셰일오일 생산으로 작년 11월부터 원유 순수출국이 된 미국은 이제 에너지 독립을 이뤘습니다.

유가가 오르면 소비자들에겐 좋지않을 수 있지만 에너지 업계엔 좋습니다. 셰일 증산이 더 이뤄질 수 있고, 에너지 관련 소비도 증가하면서 GDP에도 긍정적 효과가 기대됩니다. 에너지주의 주가도 상승할 수 있지요.

게다가 트럼프는 에너지 업계와 친밀합니다.

에너지 업계는 공화당의 전통적 자금줄입니다. 2016년 말 대선 때 셰일오일 재벌 해럴드 햄은 트럼프 선거캠프에 50만달러를 기부했습니다.

트럼프는 대선운동 때부터 미국 연안과 알라스카 시추 확대, 파이프라인 건설, 오바마 전 대통령 때 만든 각종 청정대기법 폐지 등 에너지 업계의 숙원을 모두 풀어주겠다고 공언해왔고 실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또 미국의 에너지 업계가 셰일오일을 높은 값에 세계에 수출할 수 있도록 길을 활짝 열고 있습니다. 중국과 무역협상을 통해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길을 열고 있으며, 수출이 쉽도록 미국 곳곳에 파이프라인 건설 허가를 내주고 있습니다.

유럽에선 독일이 러시아 천연가스를 도입하기 위해 파이프라인(노드스트롬 2)을 건설하려하자, 이를 NATO 동맹을 들먹거리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습니다. 미국산 셰일가스를 가져다 쓰라는 겁니다.

그리고 말을 듣지 않으면 독일산 자동차에 관세를 때릴 것이란 암묵적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미국의 외교 정책을 총괄하는 국무부는 에너지 업계에 맡겨버렸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초대 국무장관이던 렉스 틸러슨은 엑슨모빌의 전 최고경영자(CEO)였으며, 지금 국무장관인 마이크 폼페이오도 과거 유전장비 제조업체인 센트리인터내셔널의 CEO였습니다. 이 회사는 특히 공화당의 큰 손인 코흐형제 소유 코흐인더스트리의 자회사입니다.

트럼프는 지난해에 이어, 올 2월에도 트위터를 통해 “유가가 너무 높아지고 있다. OPEC은 제발 진정하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사우디 정부가 이를 반박하며 감산을 지속하겠다고 밝혔지만,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유가 안정을 위한 행동은 오직 트윗뿐입니다.

그가 행한 행동은 모두 유가 상승을 부추겨왔습니다. 지난해 이란에 이어 올들어 베네수엘라에 원유 수출 금리 제재를 가했습니다. 모두 핵심 산유국들입니다. 또 러시아에 대해서도 원유까지는 아니지만 각종 제재를 가하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유가를 계속 올린 건 OPEC이 아닌 트럼프입니다.

문제는 유가가 70달러까지 오르면 미국과 트럼프는 좋지만, 한국 경제는 커다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겁니다.

한국 원화는 작년부터 1100원대 초중반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등으로 경상 흑자가 크게 나도 내려가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 환율이 높은 상황에서 유가까지 70~80달러대로 올라갈 경우 국내의 기름값은 크게 뛸 수 밖에 없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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