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축구의 악동, 경남서 '청년 가장' 됐네

이태동 기자 2019. 4. 23.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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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불량으로 日서 퇴출 쿠니모토
핵심 외국인 선수들이 빠진 경남FC서 매 경기 구세주 역할

지난해 K리그1에서 깜짝 준우승을 차지한 경남FC는 최근 전력이 크게 약화됐다. 작년 리그 MVP와 득점왕을 석권한 공격수 말컹, 경남에서 국가대표로 성장한 수비수 박지수가 중국 리그로 떠났고 프랜차이즈 미드필더 최영준도 전북으로 이적했다. 설상가상 새로 영입한 빅리그 출신 룩(네덜란드)은 부상을 당해 전력에서 빠져 있다.

올 시즌 경남FC는 쿠니모토가 이끈다. 지난달 1일 성남FC전에서 골을 넣은 쿠니모토가 어시스트한 동료에게 엄지를 세운 모습. /한국프로축구연맹

그럼에도 경남은 최근 5경기 1승3무1패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선두권인 전북 현대와 3대3으로 비겼고, 잉글랜드 출신의 조던 머치가 징계로 빠진 수원 삼성전에서도 3대3 무승부를 기록했다. 현재 승점 9로 리그 8위에 머물고 있지만, 한 경기만 이겨도 5위로 뛰어오를 수 있다. 경남의 선전은 마지막 보루로 팀의 붕괴를 막아선 1997년생 일본인 미드필더 쿠니모토의 덕이 컸다.

쿠니모토는 요즘 경남에서 '청년 가장'으로 불린다. 거의 혼자 팀을 이끌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 20일 수원전에서도 그런 모습이 잘 드러났다. 쿠니모토는 0―1에서 동점 페널티킥을 성공시켰고, 코너킥으로 역전 골까지 도왔다. 넓은 시야와 정확한 패스를 자랑하며 내내 동료들에게 골 기회를 제공했다.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지만, 이날 경기 공식 최우수선수(MOM·Man Of the Match)가 쿠니모토라는 데 적·아군이 따로 없었다. 개막전인 성남FC전(2대1 승) 결승골 이후 매 경기 수훈선수급 활약을 펼치는 그를 두고 벌써 시즌 베스트11에 뽑히기에 충분하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선수층이 두껍지 않은 도민구단 경남은 11경기 2골 4도움을 올린 쿠니모토의 활약을 앞세워 리그와 FA컵,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잘 버티고 있다.

쿠니모토는 일본에서 통제 불가능한 '악마의 재능'으로 통했다. 16세에 J리그 우라와 레즈에 입단했지만 담배를 피우는 등 행동 불량을 이유로 쫓겨났고, 아비스파 후쿠오카에서도 '품위 유지 위반'으로 퇴출당했다.

통제와 규율이 심한 일본 축구 문화에 맞지 않았던 악동은 2017년 말 경남 FC 입단 테스트에 합격하며 축구 인생의 새 길을 열었다. 경남 김종부 감독은 성실하게 훈련하기만 하면 쿠니모토의 사생활에 간섭하지 않았다. 경기 중에도 자유롭게 플레이하도록 했다. 173㎝, 74㎏으로 단단한 체격에 저돌적으로 드리블하는 스타일이 K리그와 잘 맞은 쿠니모토는 한국에 금세 녹아 들었다.

쿠니모토는 지난 9일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가시마 앤틀러스와 맞붙었다. 일본리그에서 퇴출당한 뒤 처음 일본 축구와 맞붙어 각오가 남달랐다. 그는 그 경기에서 자책골을 유도했고, 추가골도 어시스트하는 등 경남의 두 골에 모두 관여했다. 하지만 경남이 가시마의 반격을 막지 못해 2대3으로 역전패하자 분을 감추지 못하고 각오를 밝혔다.

"홈(한국)에서 졌으니 원정(일본)에서 반드시 이기겠다."

경남은 24일 오후 7시 가시마와 리턴 매치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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