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프전결산] ② '고니급 타짜' 섀넌 쇼터, 챔프전서 가치를 증명하다

[점프볼=울산/민준구 기자] 섀넌 쇼터는 ‘고니급’ 타짜였다.

울산 현대모비스는 21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SKT 5GX 인천 전자랜드와의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92-84로 승리, KBL 최초의 V7을 달성했다. 양동근부터 이대성, 함지훈, 라건아, 문태종 등 판타스틱4의 활약이 있었지만, ‘타짜’ 쇼터가 있었기에 정상을 차지할 수 있었다.

2018-2019시즌 전부터 쇼터는 KBL의 많은 관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2017년 여름, 싱가포르에서 열린 머라이언컵에서 호주 대표 애들레이드 36ers의 일원으로 우승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당시 대회에는 KCC가 참가했으며 쇼터의 위력에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이를 지켜본 현대모비스는 라건아의 파트너로 점찍었으며 이는 신의 한 수가 됐다.

그러나 쇼터의 KBL 적응기는 순탄치 않았다. 개인 기량이 뛰어났지만, 국내선수들과의 호흡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이다. 쇼터의 정규리그 기록은 54경기 출전 평균 17.1득점 5.6리바운드 4.0어시스트. 준수한 성적이지만, 유재학 감독의 100% 만족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한때 교체까지도 고려했을 정도로 쇼터의 입지는 흔들리고 있었다.

하나, KCC와의 4강 플레이오프를 시작으로 쇼터는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증명했다. 트랜지션 플레이에서의 재능은 현대모비스가 추구하는 빠른 농구와 궁합이 맞았고, 유연한 움직임, 정확한 점프슛을 바탕으로 거함을 무너뜨렸다.

185.9cm의 단신이지만, 쇼터는 포스트 플레이에도 능숙했다. 특히 등을 지고 플레이하면서도 좌우로 쉽게 몸을 돌리며 쉬운 골밑 득점을 생산해내기도 했다. 점프슛과 3점슛 역시 그에게는 그저 쉬운 득점 루트일 뿐이었다.

4강 플레이오프에서 선보인 쇼터의 존재감은 역대급이었다. 라건아의 천적이라고 볼 수 있는 브랜든 브라운을 일대일로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였고, 수비 성공 후 곧바로 공격으로 나설 정도의 엄청난 운동량을 과시하기도 했다. KCC는 높이의 우세 속에서도 쇼터를 막지 못해 패한 것과 같았다.

4강 플레이오프는 쇼케이스에 불과했던 것일까. 챔피언결정전의 쇼터는 그야말로 악마와 같다. 전자랜드의 수비 약점을 정확히 파고들며 귀중한 득점을 쌓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팀을 위해 헌신했다. 세트 오펜스, 트랜지션 등 가리지 않고 현대모비스의 2, 3쿼터 공격을 이끌며 V7을 해냈다. 특히 21분여 동안 24득점을 올린 챔피언결정전 4차전은 전자랜드의 입장에서 악몽과도 같았다.

유재학 감독은 “정규리그 때보다 여유가 생겼다. 사실 정규리그 때는 너무 급했다. 홀로 해결하려는 부분도 많았고, 팀플레이가 부족한 것 아닌가 싶었다. 그러나 플레이오프부터는 득점의 연속성이 좋아졌고, 마음이 편안해 보인다. 자기 말로는 우승을 한 번도 못 해봤다고 하는데 이번이 기회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동안 현대모비스의 승리에는 쇼터의 공이 함께했다. 그동안 이대성과 양동근, 함지훈, 라건아에게 집중된 스포트라이트 덕에 충분히 인정받지 못한 것 역시 사실이다. 하지만 마지막에 웃는 자가 승자라고 했던가. 쇼터는 최후의 순간, 웃을 수 있었고 현대모비스의 일곱 번째 왕좌 탈환을 이끌었다.

신장 제한이 폐지된 2019-2020시즌, 쇼터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까? 많은 팀들이 장신+장신 조합을 꿈꾸고 있지만, 다이나믹한 플레이, 웬만한 장신 수비까지 가능한 쇼터를 쉽게 지나칠 수는 없을 것이다.

# 사진_유용우, 홍기웅 기자
  2019-04-21   민준구(minjungu@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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