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북한 대사관 침입 '자유조선 멤버' 체포

김현기 2019. 4. 22.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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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솔 피신 작전에도 관여 인물

로이터통신은 20일(현지시간) 미 연방수사국(FBI) 무장 요원들이 18일 크리스토퍼 안 체포에 이어 ‘자유조선’의 리더이자 북한대사관 습격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진 에이드리언 홍 창의 아파트를 급습했지만 체포에는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자유조선’은 2017년 말레이시아에서 암살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을 도피시킨 조직(당시 이름은 천리마민방위)으로 알려져 있다. 조직원 중 상당수가 탈북자이고, 멕시코 국적의 미국 영주권자인 홍 창이 조직을 이끌고 있다고 한다.

이번에 체포된 크리스토퍼 안의 경우 김한솔 피신 작전에 직접 관여한 인물로 전해진다. 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닷새 전인 지난 2월 22일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 들어가 공관 직원들을 결박하고 훔쳐 간 컴퓨터와 이동식 저장장치(USB), 휴대전화 등을 미 FBI에 전달한 인사로도 알려져 있다. 앞서 자유조선이 “범행 직후 FBI와 접촉해 자료를 건넸다”고 공개 주장하면서 ‘자유조선-미국 정보·수사 당국’ 간의 커넥션도 거론돼 왔다. 자유조선 측은 18일 성명을 내고 “북한 정권이 고소한 미국인들(자유조선 멤버)을 상대로 미 법무부가 영장을 집행하기로 결정한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했다.

또 2017년 식물인간 상태로 귀환해 숨진 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례를 언급하며 “우리는 북한이 표적으로 삼은 미국인들(크리스토퍼 안, 홍 창 등)의 안전에 대해 미 정부로부터 그 어떤 보장도 받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믿었던 미 당국에 배신을 당했다는 주장이다.

이번 FBI의 조치를 두고 미국 내에선 스페인 정부의 범죄인 인도 요청과 관련해 미 당국이 외교적 부담을 느끼고 ‘원칙’대로 처리하기로 했다는 관측과 함께, 북한과의 관계 악화를 원치 않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FBI와 반공화국 단체 나부랭이들이 관여되어 있다는 각종 설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미 정부가 ‘적정선’에서 이번 사건을 마무리하려 한다는 시각도 있다. FBI가 자유조선 리더인 홍 창의 자택을 홍 창 부재 중 수색한 것이나, 그동안 전혀 알려지지 않던 크리스토퍼 안을 체포한 것이 ‘꼬리 자르기’ 차원의 조치란 얘기다.

미 당국은 체포한 크리스토퍼 안을 제3국, 예컨대 북한에 넘기는 등의 일은 허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미국 내에서 신병 처리하거나, 정치범으로 간주해 인도를 거부하는 방안, 나아가 크리스토퍼 안이 스스로 범죄인 인도 소송을 통해 인도를 거부하는 안이 거론된다. 모두 최소 2~3년이 소요되는 만큼 시간을 버는 측면도 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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