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손흥민의 시대'에 산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2019. 4. 18.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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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의 손흥민(가운데)이 17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와의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8강 2차전을 끝낸 뒤 팀 동료인 페르난도 요렌티(왼쪽),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과 함께 얼싸안으며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이번에도 어김없었다. 위기의 순간, 손흥민(27·토트넘)은 언제나처럼 펄펄 날았고 골을 터뜨렸다. 이제 손흥민은 한국을 넘어 세계 무대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월드 클래스’임을 스스로 증명하며 질주하고 있다.

손흥민은 18일 영국 맨체스터의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와 경기에 선발 출전해 2골을 넣었다. 0-1로 뒤진 전반 7분 크리스티안 에릭센에게 주려던 델레 알리의 패스가 맨시티 수비수 에이메릭 라포르테의 발을 맞고 자신에게 오자 놓치지 않고 페널티아크 정면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해 동점골을 터뜨렸다. 이어 3분 뒤 에릭센의 패스를 직접 받아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절묘한 오른발 감아차기로 역전골까지 만들어냈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멀티골과 후반 28분 페르난도 요렌테의 골을 묶어 3골을 넣었음에도 맨시티에 3-4로 패했다. 그러나 1차전 1-0 승리로 1·2차전 합계 4-4로 동점이 됐고, 원정 다득점 원칙으로 챔피언스리그의 전신 유로피언컵 시절인 1961~1962시즌 이후 57년 만에 4강에 올랐다. 손흥민에게는 첫 4강이다. 한국인 선수가 챔피언스리그 4강 무대에 선 것은 2010~2011시즌 박지성(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후 8년 만이다.

손흥민은 이날 2골을 몰아 넣으면서 개인 통산 12골로 우즈베키스탄의 전설인 막심 샤츠키흐(11골)가 보유하고 있었던 유럽챔피언스리그 아시아 선수 역대 최다골 기록을 다시 썼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 선수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을 세운 2016~2017시즌(21골)에 이어 개인 두 번째로 시즌 20골 고지에 올랐다. 손흥민은 이날 후반 3분 경고를 받아 경고 누적으로 아약스(네덜란드)와의 4강 1차전에 나설 수 없지만, 리그 5경기와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등 최소 6경기를 더 뛸 수 있어 기록 경신은 시간문제다. 이제 손흥민이 넣는 골은 곧 아시아 축구의 역사다.

지금 토트넘은 위기에 빠져있다. 주포인 해리 케인이 발목 부상으로 사실상 시즌 아웃이 유력하고, 알리는 이날 출전하긴 했지만 왼쪽 손목이 부러져 있다. 챔피언스리그 4강행에 성공하긴 했지만, 다음 시즌에도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현재 토트넘은 승점 67점으로 리그 3위에 올라있으나 아스널과 첼시(이상 승점 66점)에 맹추격 당하고 있어 4위까지 주어지는 챔피언스리그 티켓 획득을 안심할 수 없다. 손흥민이 느껴야 할 압박감이 결코 가볍지 않다.

손흥민(토트넘)이 17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의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와의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8강 2차전에서 팀의 첫 골을 터뜨린 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AP연합

그럼에도 손흥민은 그 압박감을 이겨내고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내며 위기에 빠진 팀을 끌고 가고 있다. 지난 8강 1차전에서 케인이 부상으로 경기 도중 교체되는 악재가 터졌음에도 그 이후에 터진 손흥민의 골로 토트넘이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올 시즌 초반 아시안게임 대표팀 차출 등으로 어느 해보다 강행군을 펼치고 있지만 손흥민은 절정의 기량을 만개하며 축구인생의 전성기를 누비고 있다.

과거 한국 축구 팬들은 박지성의 경기를 위해 밤잠을 설쳐가며 TV 앞을 지켰다. 박지성이 은퇴하고 많은 선수들이 유럽리그를 누비고 있지만, 박지성만큼의 임팩트를 준 선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손흥민이 있어 팬들이 다시 한 번 즐거운 기분으로 밤잠을 설친다. 우리는 지금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손’의 시대에 살고 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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