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플라스틱 공중에 떠서 100km까지 이동

2019. 4. 1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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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영의 기상천외한 기후이야기]
프랑스 연구팀 피레네산악에서 분석
미세플라스틱 하루 1㎥당 365개 검출
파리 등 대도시 대기중 농도와 비슷
미세플라스틱은 대기를 통해 100㎞ 떨어진 곳에까지 이동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미세플라스틱은 대기를 통해 이동해 애초 발생한 곳에서 100㎞ 떨어진 지역에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과 프랑스 공동연구팀은 15일(현지시각) 과학저널 <네이처 지구과학> 온라인판에 게재한 논문에서 “프랑스 남서부 피레네 산악지역에서 6개월 동안 공기 중 미세플라스틱 포집·분석 활동을 한 결과 섬유와 필름 및 조각 형태의 각종 미세플라스틱이 대기를 통해 이동해온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미세플라스틱은 강과 바다뿐만 아니라 청정한 극지방에서조차 발견되는 1㎛(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에서 5㎜에 이르는 매우 작은 플라스틱 폐기물을 말한다. 기존 연구들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강을 통해 먼 거리를 이동해 바다에 흘러들어 수생태계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익히 밝혀져왔지만 미세플라스틱이 대기를 통해 이동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부족했다.

영국 스트래스클라이드대 토목환경공학과의 데니 앨런 교수 연구팀은 프랑스 피레네 지역에서 2017년 11월부터 2018년 4월까지 모두 다섯 차례로 나눠 140일 동안 공기를 포집해 미세플라스틱을 분류·분석했다. 조사 지점은 해발 1425m의 베르나두즈기상대가 있는 곳으로 피레네산 중산간 빅데소저수지 인근이다. 이곳은 주민도, 산업·상업시설도, 농지도 없는 청정 오지이다. 가장 가까운 인구 540명의 빅데소 마을은 6km 밖에 있고, 인구 9720명의 포익스 마을은 25㎞나 떨어져 있다.

연구팀은 대기중 건조한 상태의 침적물과 습윤한 상태의 침적물을 포집해 상당한 양의 미세플라스틱을 분리해냈다. 여기에는 프라스틱 조각과 필름, 섬유 등 다양한 형태의 플라스틱이 들어 있었다. 연구팀이 길이 750㎛ 이하의 섬유와 지름 300㎛ 이하의 조각 등 기준으로 미세플라스틱 침적량을 분석해보니 하루 평균 1㎥당 249개의 조각과 73개의 필름, 44개의 섬유가 나왔다. 하루 평균 1㎥당 365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된 셈이다.

피레네지역 플라스틱입자들 가운데 섬유 길이는 200~700㎛이 47%, 50~200㎛이 30%였다. 가장 긴 것은 3000㎛나 됐다. 필름 형태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크기는 50~200㎛였다.

플라스틱 종류는 폴리스틸렌(PS)이 가장 많고 다음이 폴리에틸렌(PE)이었다. PS와 PE는 일회용품과 포장재로 쓰이는 물질이다. 플라스틱 용도의 40%가 포장용으로, 주로 PS와 PE가 쓰인다. 재활용품이지만 재활용률은 유럽에서 2016년 전체 재활용 가운데 31%, 포장재의 41%에 불과했다. 이밖에 폴리프로필렌(PP)이 18%였다.

연구팀이 기류궤적분석을 바탕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마이크로플라스틱은 대기를 통해 95km까지 이동하는 것으로 나왔다. 채집한 침적물 중에는 오렌지색의 석영 가루 같은 먼지도 섞여 있었는데, 크기(8㎛ 이하)와 색깔, 화학적 성분 등으로 미뤄 사하라지방에서 이동해온 사막폭풍 모래일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는 북부 아프리카나 이베리아반도에서 날아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부 연구에서는 400㎛ 이하의 큰 입자가 3500㎞를 이동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아프리카에서는 박테리아와 바이러스가 이동해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번 연구는 대기 이동이 미세플라스틱이 청정 지역에까지 유입돼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경로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 파리에서 조사한 대기중 플라스틱 입자는 일평균 110개, 중국 둥관은 228개였다. 기준을 200마이크로미터보다 큰 것으로 하면 피레네는 40개로, 청정 오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도시와 다르지 않다.

미세플라스틱의 대기 이동으로 대도시와 청정 오지 지역의 대기중 미세플라스틱의 밀도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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