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외국인 선수 연봉 '금액·제도' 논란, 어떻게 바뀌나

김영국 입력 2019. 4. 15.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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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남자 30만-여자 15만 달러.. 올해부터 여자 선수도 '세금 별도'로 변경

[오마이뉴스 김영국 기자]

 
 2019 V리그 트라이아웃 '화제 인물'... 돌아온 가빈(208cm·캐나다), '사전평가 1위' 디우프(202cm·이탈리아)
ⓒ KOVO·FIVB
 
프로배구 외국인 선수의 연봉은 적정할까. 한국배구연맹(KOVO)은 지난 3월 20일 이사회를 열고 2019-2020시즌 외국인 선수의 연봉 금액을 확정했다.

이는 5월에 실시되는 V리그 트라이아웃(공개 선발 드래프트)에서 선발된 외국인 선수에게 적용된다.

KOVO 이사회 결정에 따르면, 남자 외국인 선수의 연봉은 기존과 동일하다. 신규 계약 선수는 30만 달러(약 3억4천만 원), 재계약 선수는 35만 달러(약 4억 원)를 받는다.

여자 외국인 선수는 신규 계약 선수는 15만 달러(약 1억7천만 원), 재계약 선수는 20만 달러(약 2억3천만 원)를 받는다. 연봉 액수는 지난 시즌과 동일하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기존의 '세금 포함'에서 남자 외국인 선수와 마찬가지로 '세금 별도'로 변경했다.

한편, '재계약' 선수는 2가지 경우로 구분되고, 연봉도 큰 차이가 난다. 직전 시즌의 소속 구단과 재계약을 한 경우에만 연봉이 남자 선수는 35만 달러(세금 별도), 여자 선수는 20만 달러(세금 별도)로 상승한다.

그러나 직전 시즌 소속 구단이 재계약을 요청하지 않아 트라이아웃에서 다른 구단에 지명될 경우에는 신규 계약 선수와 똑같은 처지로 돌변한다. 연봉도 신규 선수와 마찬가지로 남자 선수는 30만 달러(세금 별도), 여자 선수는 15만 달러(세금 별도)만 받는다.

여자 외국인 선수 연봉... '3만 달러 인상' 효과

남자 외국인 선수는 2016-2017시즌 최초로 트라이아웃을 도입한 이후 2019-2020시즌까지 계속 똑같은 연봉 금액과 NET(세금 별도)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세금 부분은 구단에서 납부해주고, 신규 계약 선수는 30만 달러, 재계약 선수는 35만 달러를 액면 그대로 받았다.

반면, 여자 외국인 선수는 지난 시즌까지 '세금 포함'이었다. 계약된 연봉에서 세금 부분을 제외하고 나머지 금액을 받았다. 남자 외국인 선수와 비교할 때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연봉 금액도 낮고, 세금까지 본인 연봉에서 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9-2020시즌부터, 즉 올해 5월 트라이아웃에서 선발된 여자 외국인 선수는 연봉을 NET(세금 별도)로 받는다. 따라서 세금 부분은 구단에서 납부해주고, 신규 계약 선수는 15만 달러, 재계약 선수는 20만 달러를 액면 그대로 받는다.

KOVO 관계자는 14일 기자에게 "여자 외국인 선수의 경우 세금 별도로 변경하면서 3만 달러 정도의 인상 효과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트라이아웃 폐지, 아시아쿼터제 도입 주장

최근 외국인 선수 제도와 관련한 논란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외국인 선수의 연봉이 적정한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프로구단 관계자들은 대체로 현재 트라이아웃 참가 선수들의 수준을 감안하면, '높은 연봉'이라고 주장한다. 해외 리그에서는 남자 30만 달러, 여자 15만 달러를 받을 수 없는 선수들이 국내 트라이아웃에 참가해 높은 연봉을 받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배구계 일각과 팬들은 프로구단과 다른 목소리를 낸다. 팀 내 비중과 개인 성적에서 외국인 선수가 국내 선수보다 앞서는 데도 연봉은 국내 상위 선수보다 적다며 불공평하다고 주장한다.

외국인 선수의 트라이아웃 제도는 유지하되, 연봉을 적정 수준으로 올려서 수준 높은 선수가 V리그에 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의견이 다르다 보니 처방전도 정반대다. 일부 프로구단 관계자는 세계 정상급 외국인 선수를 영입해 수준을 높이고 팬들에게 볼거리 제공 차원에서 현행 트라이아웃 제도를 폐지하고 다시 자유 계약 제도로 변경할 것을 주장한다. 또한 아시아 쿼터제를 도입하는 등 외국인 선수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외국인 선수의 비중을 높이고 의존하려는 '몰빵 배구 시절로 회귀'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외국인 위주 배구'로 회귀, 흥행에 더 악영향

우선 트라이아웃 도입 이후 외국인 선수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하락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해도 V리그의 TV 시청률과 관중수가 '사상 최고'를 기록하는 등 프로 리그 흥행 면에서는 오히려 폭발적 상승세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많다.

팀 간 경기력 차이를 외국인 선수로 해결하려는 발상도 현실과 동떨어진 판단일 수 있다. 여자배구 KGC인삼공사는 올 시즌 19연패를 당하며, 무려 3개월 동안 엄청난 부진에 빠졌다. 외국인 선수도 부상으로 2개월 가까이 출전하지 못했다. 경기력과 성적만이 흥행의 절대적 기준이라면 KGC인삼공사의 관중수는 텅텅 비어야 맞다.

그러나 KGC인삼공사는 그런 '도식적인 가정'을 여지없이 깨버렸다. 지난해와 비교해 '관중수 증가율'에서 남녀 프로배구 13개 구단 전체를 통틀어 1위를 기록했다. 관중 증가율이 123%에 달한다. '유료 관중' 비율도 85%로 여자배구 6개 구단 중 1위였다. V리그 흥행이 외국인 선수보다 신인 선수 활약, 평일 경기 시간 7시로 이동, 구단 프런트의 노력 등 '국내 요인'이 더 중요하다는 걸 입증한 것이다.

이 같은 반론들은 최근 V리그 흥행에 외국인 선수보다 국내 스타 선수의 기여도가 훨씬 높다는 판단이 그 배경이다. 때문에 외국인 선수의 수준을 높이고 숫자를 늘리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논할 게 아니라고 비판한다.

프로 선수의 연봉도 마찬가지다. 선수 개인의 팀 기여도와 실력이 연봉 책정의 기준이지만, 소속팀과 프로 리그 흥행 기여도도 반영할 수밖에 없다. 프로에서는 후자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국내 선수의 높은 연봉은 최근 V리그 흥행 기여도가 일정 부분 반영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V리그 흥행, 국내 스타 영향 크다... '외국인 의존증' 재고 필요

일각에서는 신인 유망주 등 국내 스타 선수 발굴·육성 그리고 보호에 더 비중을 두고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세계 정상급 외국인 선수를 많이 영입하고, 외국인 선수의 숫자를 늘리는 게 리그 흥행에는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V리그가 외국인 잔치가 되면서 국내 스타 선수의 입지가 줄어들고, 국제대회 경쟁력이 동반 추락하면 팬들의 외면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프로구단들에도 부메랑으로 돌아간다. 여자 프로농구도 외국인 선수 2명 보유에서 올 시즌에는 1명으로 줄였다. 

국제대회 성적 높이기에 더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특히 전 국민의 관심을 불러모으는 올림픽 출전은 프로 리그 흥행에 중요한 부분이다. 이는 KOVO와 프로구단 관계자들조차 한목소리로 인정하고 있다.

실제로 여자배구는 2012년 런던 올림픽과 2016년 리우 올림픽 연속 출전을 통해, 김연경을 비롯 대표팀에서 활약했던 선수들의 국민적 인지도와 인기가 급상승했다. 이는 V리그 여자배구의 TV 시청률과 관중수가 매년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데 큰 발판이 됐다. 특히 2016 리우 올림픽 때는 출전권을 따낸 단체 구기종목이 더욱 줄어들면서 여자배구가 지상파 방송사의 집중적인 중계와 조명을 받기도 했다.

리우 올림픽 이전까지만 해도 여자배구의 위상은 남자배구에 비해 시청률, 관중수, 온라인 화제성 등 대부분 크게 열세였다. 그러나 리우 올림픽 이후 여자배구가 매년 모든 지표에서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갔다.

급기야 올 시즌은 곳곳에서 남자배구를 추월하는 조짐을 보였다. 이는 남자배구가 국제대회 성적에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는 경고등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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