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흔든 '미달이'의 영광 혹은 그늘 속에 있던 김성은 [종합]
1998년부터 2000년까지 대한민국은 ‘미달이’에 빠져 있었다.
SBS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의 국민적 인기에 힘입어 배우 김성은이 열연한 박미달은 극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사랑 받았다. 박미달 캐릭터는 김성은이 탄생시켰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른에게 버릇없고 각종 사고를 유발하는 천방지축 민폐 캐릭터이지만 김성은이 이를 능숙하게 소화했다.
이후 시트콤에서는 박미달과 비슷한 성격의 아역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박미달 만큼 강렬한 임펙트를 준 캐릭터는 전무후무했다.
다만 김성은은 <순풍산부인과> 이후 뚜렷한 연기 행보를 보이지 못했다. 김성은은 <순풍산부인과> 종영 직후 2001년 뉴질랜드 유학길에 올랐고 2004년 다시 귀국했다. 한국에 귀국한 그는 화수중학교 1학년으로 편입했다. 그가 귀국한 이유는 부친의 사업 부도 때문이었다. 김성은은 2015년 영화 <꽃보다 처녀귀신>에 출연해 높은 수위의 노출과 베드신을 연기하며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해당 영화는 김성은이 출연한 가장 최근 작이다. 김성은은 2009년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미달이라는 캐릭터나 연기 자체가 싫었던 것이 아닌 연기를 하며 겪어야 했던 일들이 힘든 이유”라며 “영화와 뮤지컬을 오가며 완벽한 연기를 해내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어려워진 가정 환경과 항상 미달이의 그늘 속에 지냈던 만큼 김성은은 격동의 사춘기를 보냈다. 그는 2010년 방송된 EBS <다큐프라임-10대 성장보고서>에 출연해 “미달이라는 고정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로 인해 많이 힘들었다”며 “우울증과 극단적 선택 충동을 느꼈고 심지어 나를 미달이로 부르는 사람을 칼로 찌르고 싶었다”고 했다. 또 “공동체 안에서 어울림을 갖지 못하는 힘든 사춘기 시절을 보냈다”고 했다.
2010년 그는 룸살롱에 나간다는 루머에 시달리기도 했고 눈물의 인터뷰로 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김성은은 지난해 아프리카TV 방송을 진행하면서 부친의 사업 실패와 사망, 방황했던 사춘기, 미달이의 그림자 등을 고백했다.
김성은은 11일 방송된 KBS2 예능 프로그램 <해피투게더4>에 출연해 미달이에 대한 애증을 다시 한번 밝혔다. 그는 “당시 거리를 다릴 수가 없었다. 지방 팬 사인회 행사가 많았는데 2~3시간 동안 팬 사인회를 진행하면 줄이 끊이질 않았다”며 “광고만 30여 편 찍었다. 그 수입으로 아파트를 매입하고 부친 사업에 도움을 줬다. 8살 때 아파트를 구입한 것”이라고 했다.
또한 그는 “미달이가 예쁜 얼굴도 아니었고 커서도 그리 예쁘게 크지 않았지만 예뻐지고 싶은 마음에 성형수술을 했다”며 “성형 때문에 영화 <써니> 오디션을 포기했다. 지금 생각하면 성형을 안 하고 오디션에 붙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싶다. 배우는 얼굴이 다가 아닌데 나 같은 얼굴도 나 같은 캐릭터도 필요한데, 아름다운 여배우만 꿈꿨을까하는 회의가 들었다”고 했다.
이선명 기자 57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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