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흐릿해" 블랙홀 관측 이미지는 왜 뿌옇게 보일까

고재원 기자 입력 2019. 4. 12.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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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줌을 당겨서 찍은 전구 사진', '사우론의 눈(영화 반지의 제왕)', '베이글', '동그란 시리얼'.

사상 처음으로 블랙홀의 그림자 관측 이미지가 공개된 직후 나온 반응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 한국 등 200명의 과학자로 구성된 국제 연구협력 프로젝트인 '사건지평선망원경(EHT)' 연구팀은 2017년 4월 약 열흘에 걸쳐 거대은하 M87 중심부 초대질량 블랙홀을 관측한 뒤 2년에 걸친 데이터 분석 끝에 그 이미지를 지난 10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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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출된 빛 여러 단계의 왜곡 거쳐
10일 밤 10시(한국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된 사건지평선망원경(EHT) 기자회견에서 연구자들이 인류가 처음 관측한 블랙홀 영상을 공개하고 있다. 유럽남방천문대 중계화면 캡쳐

‘가까이 줌을 당겨서 찍은 전구 사진’, ‘사우론의 눈(영화 반지의 제왕)’, ‘베이글’, ‘동그란 시리얼’. 

사상 처음으로 블랙홀의 그림자 관측 이미지가 공개된 직후 나온 반응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 한국 등 200명의 과학자로 구성된 국제 연구협력 프로젝트인 ‘사건지평선망원경(EHT)’ 연구팀은 2017년 4월 약 열흘에 걸쳐 거대은하 M87 중심부 초대질량 블랙홀을 관측한 뒤 2년에 걸친 데이터 분석 끝에 그 이미지를 지난 10일 공개했다.

유럽남방천문대는 벨기에 브뤼셀과 미국 워싱턴DC, 일본 도쿄, 중국 상하이, 대만 타이페이에서 블랙홀의 실제 이미지를 동시 생중계했다. 상상도로만 접할 수 있던 블랙홀 실제 이미지의 의미는 대단했다. 이번 관측에 참여한 손봉원 한국천문연구원 전파천문본부 연구원은 “이번 결과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대한 궁극적인 증명이며 그간 가정했던 블랙홀을 실제 관측해 연구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오정근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 박사는 “질량분포함수를 이용해 초대질량 블랙홀이 포함된 은하가 우주 전체에 얼마나 퍼져 있는지 향후 알아낼 수 있는 힌트를 얻을 수 있다”며 “결국 우주 전체 질량이 어떻게 분포돼 있는지, 우주가 어떻게 진화하는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측을 통해 얻은 최초의 블랙홀 영상. 사진제공 EHT

그런데 이날 공개된 이미지를 본 상당수 사람들은 블랙홀 이미지가 너무 ‘뿌옇다’는데 아쉬움을 표했다. 실제로 연구팀이 공개한 블랙홀 이미지는 흐릿하고 희미한 붉은 색 원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세계 8개의 전파망원경을 연결해 프랑스 파리의 카페에서 뉴욕에 있는 신문 글자를 읽을 수 있는 해상도를 가진 대형 가상 망원경을 구축했다. 하지만 관측된 블랙홀이 지구에서 빛의 속도로 5500만 년 이동해야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있어 블랙홀을 선명하게 관측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블랙홀 주위를 돌고 있는 과열된 가스로부터 방출된 빛은 지구의 망원경에 도달하기전 여러 단계의 왜곡을 거쳤다. 우선 가스에서 방출된 빛은 혼란스럽게 소용돌이 치는 가스를 통과하면서 일부가 왜곡됐다. 그런 다음 지구에서 빛의 속도로 5500만 년 이동해야 도착할 수 있는 거리의 우주를 거치면서 한번 더 왜곡이 일어났다. 빛이 은하계를 돌아다니며 은하계의 먼지와 가스를 통과하면서 왜곡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구의 두꺼운 대기를 거치면서 왜곡이 또 일어났다.

연구팀은 관측된 이미지를 활용해 왜곡을 단계적으로 없애는 방식으로 수정과 컴퓨터 모델링을 거쳐 현재의 이미지를 완성했다. 전 세계 8곳의 전파망원경이 관측한 데이터들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헤이스택 관측소와 독일 막스플랑크 전파천문학연구소(MPIfR)에 보내졌다. 이들 기관 연구진은 데이터의 잡음을 제거하고 신호를 분석하는 것 이외에도 전파망원경의 위치 차이에 따른 블랙홀 위치 차이를 보정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수정과 모델링을 거쳤지만 상상과 이론에만 의존해 묘사했던 블랙홀의 모습을 뛰어넘는데 의의가 있다. 변도영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블랙홀의 존재를 직접 확인한 것 외에도 블랙홀의 질량이나 회전 성질(스핀)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도 큰 의미가 있다”며 “추가로 블랙홀 관측 결과가 쌓이면 물질이 블랙홀로 빨려들어가면서 발생하는 천체물리학적 현상이나, 중력이 매우 강한 환경에서 자기장 등 물리적 현상과 결합할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등을 연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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