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남은 과제는?

이윤희 입력 2019. 4. 12. 08:23 수정 2019. 4. 1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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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헌법재판소가 낙태를 처벌해야 한다는 현행법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습니다.

2012년과는 다른 결론이 내려진 건데요, 이번 헌재 결정의 의미와 남은 과제를 친절한 뉴스 이윤희 기자와 자세히 살펴봅니다.

이 기자, 먼저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기자]

위헌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다만 당장 위헌이라고 해서 관련법이 효력을 상실하면 큰 혼란이 일어날 수 있겠죠.

그래서 특정 시점까지는 유효하다, 그 때까지 시간을 줄테니 해당 조항을 바꿔서 혼란을 최소화하라는 의미도 갖고 있는데요,

헌재가 제시한 시점은 2020년- 내년 말까지는 관련 법 조항을 바꿔야하는 겁니다.

[앵커]

7년 전에는 '합헌' 결정이 나왔는데, 이번에 다르게 판단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기자]

우선 재판관들의 의견을 볼까요?

재판관 9명 가운데 4명이 헌법불합치, 3명은 단순 위헌 의견을 냈고, 합헌 의견은 2명이었습니다.

7년 전 헌재는 태아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어머니'로서의 의무에 방점을 뒀다면 이번엔 임신과 출산이 '여성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했습니다.

헌재 설명 들어보시겠습니다.

[이황희/헌법재판소 공보관 : "낙태 행위를 예외 없이 처벌하는 것은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함으로 위헌이라는 취지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헌재가 새롭게 주목한 낙태 허용 사유에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기자]

기존엔 태아에게 유전적 질환이 발견됐을 경우나 범죄로 인한 임신을 했을 때 이런 경우

낙태를 허용했는데요,

하지만 이번엔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이유들도 낙태 사유로 고려돼야 한다고 봤습니다.

학업이나 직장 생활에 지장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아이를 키울 만큼 소득이 충분치 않은 경우, 상대방과 결혼할 생각이 없거나 미성년자인데 원치 않는 임신을 한 경우도 낙태 사유가 된다는 겁니다.

[앵커]

이런 사유로 낙태를 허용한다고 해도, 제한하는 부분도 뒀다고요? 일단 임신 주수에 대한 언급이 있던데요?

[기자]

'임신 22주'입니다.

헌재는 낙태가 가능한 기간으로 임신 22주를 예시했는데, 이 때가 지나면 태아는 엄마의 몸을 떠나서도 생존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즉, 이 기간까지만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죠.

22주면 5개월이 넘어가는 시기인데 태아가 너무 많이 자란 거 아니냐 우려하는 분들도 있는데요,

헌재도 '낙태 가능 기간'을 22주라고 예시만 했을 뿐, 여성이 충분히 고민할 시간을 주는 범위에서 구체적 허용 기간을 법으로 정하라고 권고한 겁니다.

즉 국회는 헌재가 제시한 내년 12월 31일까지 명확한 개정안을 내놔야 하는 거죠.

[앵커]

헌법재판소가 내년 말까지 국회가 법을 바꾸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법을 바꾸기 전까지, 낙태 시술을 받으면 처벌을 받게 된다는 건가요?

[기자]

국회가 법을 바꾸기 전까지 낙태죄는 그대로 존재합니다.

다만, 헌재 결정 취지를 고려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현재 낙태죄로 수사 혹은 재판 중인 사람들의 경우 당분간 검찰 수사와 기소가 보류되고, 하급심 법원은 선고를 미루면서 법 개정 상황을 기다릴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처벌을 받은 사람 입장에선 구제를 받고 싶겠죠?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이 언제까지 소급해서 영향을 미치느냐가 관건인데 말씀드린대로 2012년 헌재는 낙태죄에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이런 경우 재심 청구가 가능한 사건은 2012년 8월 헌재 판결 이후입니다.

[앵커]

의료계에서도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을 것 같아요,

낙태 시술에 대한 건강 보험 적용 여부도 논의대상이 될텐데요

[기자]

그동안 낙태 시술 자체가 음성적으로 이뤄져 왔기 때문에 수술을 하더라도 보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일각에서는 출산과 난임시술 역시 건강보험 적용 대상인 만큼 낙태에도 적용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앞으로 낙태 비용은 얼마로 책정할 건지, 건강보험 대상에 포함할 것인지 등도 풀어나가야 할 숙제로 보입니다.

이번 결정을 놓고 종교계와 여성계는 엇갈린 반응을 내놨습니다.

특히 천주교와 개신교쪽은 생명 경시 풍조를 우려하며 깊은 유감의 뜼을 밝혔구요 여성 단체들은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한 결과라며 크게 환영했습니다.

무엇보다 사회적 갈등과 논란을 최소화하는 게 모두의 과제가 될 것 같습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이윤희 기자 (heeya@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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