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에 쥐·돼지 DNA 있다"..유대교發 가짜뉴스로 美 홍역 비상

2019. 4. 1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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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초정통파 유대교도들 전파.."백신보다 더 큰 공중보건 위협 없다"
뉴욕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포..당국, 접종 확대에 사활
뉴욕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에서 길을 건너는 한 유대교인 [AF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최근 미국에서 19년 전 '소멸 선언'을 받은 홍역이 다시 번지면서 아이들의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일부 부모들의 잘못된 믿음이 조명을 받고 있다.

특히 뉴욕에서 '공중보건 비상사태'까지 선포된 배경에는 일부 초정통파(ultra-Orthodox) 유대교도 사이에 퍼지고 있는 백신에 관한 가짜뉴스가 자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아이들의 건강을 옹호하고 교육하는 부모들의 모임'(Peach)이라는 단체가 초정통파 유대교 가정 대상으로 펴낸 소위 '백신 안전 안내서' 책자는 백신이 자폐증을 일으키며 낙태 또는 유산된 태아의 세포를 함유하고 있다는 거짓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자는 "백신은 원숭이, 쥐, 돼지의 DNA와 젖소 혈청을 함유하고 있다"면서 "이 모든 것은 유대교 율법의 코셔 음식 규정에 따라 섭취가 금지된 것들"이라고 주장한다.

안내서는 "백신보다 공중보건에 더 큰 위협이 되는 것은 없다는 게 우리의 믿음"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로클랜드카운티 보건당국이 최근 홍역 유행을 이유로 발표한 비상사태 안내문 [AP=연합뉴스]

유대교 성직자(랍비)들이 서명한 이 안내서와 그룹 문자메시지, 상담 전화가 초정통파 유대교도들 사이에서 백신에 대한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주된 수단이다.

이들의 주장과 달리 백신이 동물 세포에서 배양되는 것은 맞지만 최종적으로는 고도로 정제된 상태로 출시된다고 NYT는 설명했다.

그런데도 초정통파 유대교도들이 많이 사는 뉴욕 교외의 로클랜드 카운티, 브루클린의 보로파크와 윌리엄스버그 등지에서는 예방접종에 반대하는 내용의 전단지가 여전히 뿌려지고 있다.

뉴욕에서 '안티 백신' 운동을 이끄는 특정한 지도자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인터넷을 잘 사용하지 않는 '하시디즘'(유대교 경건주의 운동) 신자들을 중심으로 '풀뿌리 운동'의 형태로 백신 접종에 반대하는 메시지가 확산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대다수의 초정통파 유대교도들은 '백신은 안전하고 필요하다'는 의사들의 조언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NYT는 전했다. 보건당국은 하시디즘 신자들도 대부분 예방접종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유대교도들은 뉴욕시장이 비상사태를 선포한 가운데서도 아이들에게 홍역 백신을 맞히지 않고 있다.

로클랜드에 사는 한 하시디즘 신자는 세 아이 모두 예방접종을 하지 않았다면서 "사람의 몸은 기계가 아니다. 난 백신을 접종한 뒤 SIDS(영아돌연사증후군)에 걸린 사례를 직접 들었다"라고 주장했다.

뉴욕에서 처음 홍역이 퍼진 것도 유대교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NYT는 초정통파 유대교도가 이스라엘에서 가을 수확 축제를 즐기고 돌아온 직후인 지난해 10월부터 뉴욕에서 홍역이 유행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이스라엘은 홍역이 한창 확산하던 때였고, 백신을 맞지 않은 다수의 어린이가 바이러스를 갖고 돌아온 것으로 당국은 파악했다.

로클랜드카운티에서 홍역 백신을 접종하는 여성 [AP=연합뉴스]

이에 보건당국은 최근 유대인 소아과 의사들과 회의를 하고 수천 명 접종분의 MMR 백신을 배포하는 등 홍역 유행을 막기 위한 노력을 펴고 있다.

지난 5일에는 랍비들이 브루클린에 모여 하시디즘 신자를 대상으로 유대교 회당(시너고그)이나 유대학교(예시바)에 출석하려면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백신 반대론자들은 랍비들을 상대로 이 방안에 찬성하지 말라고 압박 중이다.

심지어 뉴욕의 일부 유대교도 외에 지역과 종교를 가리지 않고 과학적 사실과 거리가 먼 '백신 불신'이 퍼져 우려를 낳고 있다. 워싱턴주의 일부 진보주의 진영에서부터 텍사스주의 보수 성향 포퓰리스트 사이에서도 이런 잘못된 믿음이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로타바이러스 백신의 공동 개발자인 폴 오핏 필라델피아 아동병원 백신교육센터장은 "우리가 역사로부터 배운 게 없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며 "홍역은 인명을 앗아가는 질환이며, 백신은 이를 뿌리 뽑을 수 있다는 점을 역사가 가르쳐준다"고 말했다.

firstcir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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