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인터뷰] 전소니, 책임감 있는 배우 "사랑이 사람을 버티게 하는 힘"
"세월호 소재 '악질경찰', 부담감에 처음엔 고사"
[서울경제] “너희 같은 것들도 어른이라고”라는 대사는 영화 ‘악질경찰’을 관통하는 명대사로 꼽힌다. 최근 삼청동에서 만난 전소니는 “한 씬을 4박 5일 동안 찍는 게 처음이었다. 크게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 가장 고민이 많았던 장면이기도, 감독님과 가장 많이 이야기를 나눈 장면이기도 하다”며 치열한 고민 끝에 완성된 장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오랜 고민 끝에 그 대사에 담긴 의미를 이해했다고 털어놨다.
전소니는 이영자가 방송에서 말한 ‘사랑이 사람을 버티게 하는 힘’을 인용해 미나의 심경을 대변했다. 미나는 세월호 참사로 친구를 잃은 소녀로 분명한 가치관을 가지고 나름의 옳은 방향으로 인생을 살아가려는 대담하고 강단 있는 성격을 가진 인물이다.
“‘사랑이 사람을 버티게 하는 힘’이라고 하더라. 저도 어린 나이가 아니니,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겠어요. 미나를 버티게 할 만한 기둥이 되어줄 사람이 충분하지 못했던거죠. 자기가 책임지려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왔는데, 지켜내지 못해요. 그동안 내가 책임진 사람을 잃어본 경험이 쌓이면서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요. 다 큰 어른들을 눈 앞에서 보면서, 앞으로 내가 살아갈 세상에 대해 더 이상 기대가 없겠구나란 생각을 했을 듯 해요.”
‘악질경찰’에서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미나 역을 소화한 신예 전소니는 첫 상업영화 주연작을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이정범 감독은 그 어느 역할보다 미나의 캐스팅에 심사숙고했다. 당차고 강단 있지만 내면에 불안함이 잠재되어있고, 일반적인 반항아 이미지가 연상되지 않는 캐릭터로 미나를 그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한 악질경찰 조필호와 거대 악의 오른팔 태주에 밀리지 않는 존재감과 눈빛을 가진 배우이어야만 했다. 우연한 기회에 접하게 된 단편영화 속 전소니의 모습은 이정범 감독의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전소니는 이번 제안을 처음부터 수락하지 않았다.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이야기 ‘세월호 참사’ 를 말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상업영화의 주연은 부담스럽지 않았는데 내가 영화에 참여할만한 깜냥이 되는지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거절했어요“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만드는 사람의 태도가 잘못된 길로 가지 않으면 된다” 였다. 그래서 정말 최선을 다해 해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작품에 임했단다.
“거절하고 다시 고민하던 시기 동안 내가 진심을 다해 조심스럽게 역할과 작품을 대한다면 부끄럽지 않은 작품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이정범 감독님에게 다시 연락을 드렸어요. ‘악질경찰’의 미나를 쉽게 말할 수 없지만 제가 느낀 미나는 기시감이 느껴지는 인물이 아니었어요. 자신의 서사를 가진 친구인 점. 그동안 내가 해온 역할 중 소신이 있다는 게 좋았죠. 놓치기엔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소니는 2014년 단편영화 ‘사진’으로 데뷔, 독립영화 ‘여자들’ ‘죄 많은 소녀’ 등에 출연하며 눈도장을 찍었다. 지난 1월 종영한 tvN ‘남자친구’에서 박보검의 초등학교 동창 조혜인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악질경찰’ 출연으로 상업영화 현장을 경험했다. 촬영 때도 힘든지 모르고 촬영을 했다. 그는 큰 현장, 많은 스태프를 보면서 ‘영화는 절대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구나’ 실감했다.
“‘악질경찰’ 전에 작은 영화를 통해서도 세월호 이야기를 담았어요. 그런데 많은 이들이 접하지 못했어요.영화제에 간다고 해도 한 두 번 상영한 뒤 사라지기도 했어요. 대중은 물론 유가족도 모르고 지나친 영화가 되기도 했어요. 유가족이 바라는 것은 좀 더 눈에 보이고 들리고 주변 사람들도 같이 공유하며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길 원하는 게 아닐까요”
70년대 큰 인기를 얻은 2인조 여성 듀엣 바니걸스의 멤버 고재숙의 딸로도 알려진 배우 전소니. 전소니는 고등학교 때 본격적으로 연기를 하면서 엄마를 설득해 연기전공 대학으로 진학 할 수 있었단다. 현재 서울예술대학교 방송영상(방송연예)과에 재학 중이다. 인터뷰 말미 전소니는 “처음 내가 연기를 한다고 했을 때 (이미 경험해본 엄마는)힘든 걸 아니까 반대를 하셨는데, 엄마가 워낙 방목형이라 그 뒤로는 신경을 안 쓰시더라”고 쿨한 모녀 관계를 전했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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