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주부' 정종철의 온라인 집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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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지찌개 요리법 좀 알려주세요.”, “그릇 정보 좀 주세요.” 정종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무언가를 달라는 댓글이 하루에도 수십 개씩 달린다. 관객에게 웃음을 주던 희극인에서 요즘은 ‘이웃님’들에게 살림팁을 주는 삶을 즐기고 있다는 정종철. 가족과 함께하는 소소한 행복을 나누고자 시작했던 요리와 살림이 주특기가 됐다. ‘옥주부’는 그의 야무진 살림 솜씨를 지켜본 팔로워들이 붙인 별명이다. 타고난 성실함과 손재주, 주변 사람들의 응원이 더해져 그의 살림 능력은 일취월장했다. <옥주부의 진짜 쉬운 집밥 레시피>라는 책을 낼 정도로 요리에 열정을 쏟는 동안 살림이 불어나 수납공간이 부족해졌다. 요리 노하우를 설명하는 사진이나 영상을 찍기 좋은 스튜디오 겸 주방이 필요해졌다. 주방에서 비롯된 리모델링의 배경을 설명했다.
“다른 주방엔 없는 특별한 요소가 있을까요?” 질문을 곱씹던 옥주부 정종철이 웃으며 답했다. “있는 건 모르겠고, 없는 건 하나 있어요. 제 주방엔 이제 두려움이 없어요. 수납이 가장 큰 걱정거리였거든요.” 달앤스타일의 박지현 디자이너는 벽 전체에 수납장을 설치하는 등 주방을 좀 더 규모 있게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제시했다. 주방 베란다 입구에 수납장과 동일한 디자인의 도어를 설치한 것도 그녀의 아이디어. 아내 황규림은 네이비가 감도는 짙은 그레이 컬러의 도어가 깔끔하게 주방을 감싸니 전보다 훨씬 넓어 보인다며 만족해했다. 보기 드문 어두운 톤의 주방은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원목을 다루면서 가장 좋아하게 된 수종이 월넛이에요. 짙은 색과 무늬가 조화를 이루는데 고급스러우면서도 질리지 않아요. 월넛의 선반과 어울릴 만한 컬러와 소재를 하나씩 더해갔어요.” 주방에 적용된 월넛 소재의 선반은 모두 그가 3일 밤낮으로 만든 결과물이다. 선반에 어울리는 짙은 그레이를 수납장에, 반대편인 조리대엔 패턴이 가미된 블랙 타일을 시공했다. 조리대 상판에는 블랙의 칸스톤을 더하고, 싱크볼은 샤프한 라인이 돋보이는 제품으로 골랐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전문가의 기운을 풍기는 진지한 주방은 이렇게 탄생했다.
식탁이 있던 자리엔 수납장과 아일랜드가 들어섰다. 그러면서 주방에서 쫓겨난 식탁은 거실 쪽으로 성큼 다가섰다. 자칫 거실이 좁아 보일 수도 있는 상황. 박지현 디자이너는 기존 바닥재와 벽지를 유지한 상태에서 가구와 소품을 스타일링했다. 주방 쪽은 블랙, 거실 쪽은 화이트로 대비된 느낌을 연출하려는 의도였다. 화이트의 벽면, 무광의 그레이 타일로 꾸며진 거실에 완전히 녹아들 수 있는 패브릭 소파와 거실장을 들였다. 마주한 두 제품 모두 모던한 유러피언 스타일로 부드러운 컬러와 디자인이 특징이다. 모노톤이지만 공간이 삭막해 보이지 않는 이유다. 1인용 소파와 공기정화에 좋은 야자나무, 미니멀한 액자를 추가해 재미를 더했다.
박지현 디자이너는 매번 “멋있다”, “예쁘다”며 사랑 고백을 주고받는 두 사람에게 ‘고백부부’라는 별명을 붙였다. 사이좋은 부부의 침실은 처음 이사했을 때처럼 온전히 휴식의 기능에 집중하고 있다. 암막 커튼과 침대 외엔 다른 가전, 가구를 들이지 않았다. 옥주부 정종철이 못내 마음이 쓰였던 부분은 아내의 화장대가 없다는 점이었다. 이 집에 처음 입주하면서 안방 화장실 통로에 있던 화장대를 들어내고 서재와 수납공간을 만들었기 때문. 화장대는 남편 정종철이 아내 황규림을 위해 준비한 선물로, 침실 한쪽에 있는 수납장을 들어내고 붙박이로 짜 넣었다.
정트리오의 첫째 시후는 그사이 쑥쑥 자랐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살이 키로 간다는 어른들의 말을 실감할 정도다. 새로운 스타일의 방을 갖게 된 소감은 어떨까? “기존 디자인보다 한층 럭셔리한 느낌이 들고 침대가 푹신푹신해서 좋아요.” 세련된 그레이 컬러는 공간을 채우면서 동시에 정돈하는 효과가 있다. 만화 캐릭터처럼 명랑한 시후의 방에 드로잉 패턴의 침구와 쿠션을 더하니 포근한 느낌이 든다. 시후의 방은 주방 못지않은 수납력을 자랑한다. 천장부터 바닥까지 공간을 빈틈없이 활용할 수 있는 맞춤형 책장을 들였기 때문이다. 시후는 지금의 멋진 방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동생 시아는 스스로 준비물을 챙겨야 하는 어린이집을 다녀서 정리를 무척 잘해요. 저는 유치원 출신이라 좀 다르거든요.” 올해 열한 살이 된 시현이 각방 독립선언의 배경을 설명했다. 생활방식의 차이가 원인이라니, 묘하게 설득이 됐다. 침실이 있던 넓은 방은 언니 시현이, 서재로 쓰던 아늑한 방은 시아가 갖게 됐다. 자매는 침대와 책상을 같은 모델로 골랐다. 벽지 색은 각자 좋아하는 핑크와 네이비를 택했다. 시현이 기존의 옷장을 사용하고, 책상 뒤편과 베란다에 책장을 추가로 들였다. 시아의 방 4면엔 책상, 침대, 피아노, 책꽂이, 옷장이 알맞게 들어갔다. 엄마는 한데 섞여 있던 삼남매의 장난감, 책을 각자 나눠서 챙기도록 지도했다. 시현이가 방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1층에 인형을 모아둘 수 있는 벙커 침대다. 반면 시아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은 정리 정돈에 도움이 되는 책꽂이다. 이렇듯 옥주부네 집에는 개성이 또렷한 가족이 각자의 색을 표현하며 살아가고 있다.
기획 : 김의미 기자 | 사진 : 김덕창 | 디자인·시공 : 달앤스타일(www.dallstyle.com) | 헤어·메이크업 : 채원, 영란 원장(모아위,02-512-0549) | 취재협조 : 더월(thewall.kr), 드플레잉(@de_playing), 백조씽크(www.baekjosink.com), 씨마디자인가구(www.cimadesign.co.kr), 에싸(essamall.co.kr), 자코모(www.jakomo.co.kr), 틸테이블(tealtable.com), 한샘(hansse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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