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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매파' 볼턴, 대북 강경책으로 트럼프와 충돌하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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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4-03 13:36:39 수정 : 2019-04-03 13:4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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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트럼프와의 긴장 무릅쓰고 대외정책 밀어붙여" / 지난 3월 21일, 트럼프 승인 없이 北 환적 도운 中 해운사에 제재 강행 / 국가안보보좌관 취임 전 '북한 폭격론' 주장 / 취임 후 북핵 '리비아식 해법' 포기하지 않아

미국에서 ‘슈퍼 매파’로 불리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대외 정책을 장악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2일(현지시간) “볼턴 보좌관이 눈에 띄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볼턴이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의 최고위급 관료들과의 긴장을 무릅쓰고, 자신이 오랫동안 우선순위를 두었던 대외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볼턴이 역할을 확대하면서 자신의 영역과 트럼프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같이 전했다.

 

볼턴은 특히 북한 핵 문제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달 21일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을 받지 않은 채 북한의 불법 환적을 도운 혐의를 받은 중국 해운회사 2곳에 대한 재무부의 제재를 강행했다고 이 매체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무부의 발표가 나온 다음 날 트위터를 통해 “오늘 대북 추가 제재 철회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는 전날 단행된 중국 해운회사에 대한 제재 철회로 받아들여졌으나 미국 정부가 이를 “재무부가 검토하고 있는 향후 추가 제재 철회 지시를 한 것”이라고 얼버무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지시한 것은 재무부가 전날 단행한 제재 철회였다고 미국 언론이 정부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은 당시 볼턴 보좌관에게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회사에 대한 제재 발표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볼턴 보좌관이 이를 무시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 발표 사실을 알고 화가 나서 트윗으로 제재를 철회하라고 지시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으로 외교·안보 관련 부처가 발칵 뒤집혔고, 대북 제재를 둘러싼 혼란이 극에 달했다. 그러나 이 소동은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후보와 러시아 간 공모 혐의를 수사한 로버트 뮬러 특검의 보고서가 의회에 전달됐다는 소식에 밀려났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지적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 철회 결정은 슬그머니 없던 일이 됐고, 중국 해운회사에 취한 제재가 유효한 상태라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볼턴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취임하기 전에는 ‘북한 폭격론’을 주장했다. 볼턴은 북한과의 대화가 시간 낭비일 뿐이고, 대북 선제 폭격을 단행하는 것이 북한 문제의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볼턴은 국가안보보좌관이 된 뒤에도 북한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북핵 문제의 ‘리비아식 해법’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27,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빅 딜’ 문서에는 북한 핵무기와 핵폭탄 연료를 미국에 넘기라는 직설적인 요구가 들어있다고 외신이 전했다. 북한의 핵무기와 핵폭탄 미국 이전은 볼턴이 주장해온 리비아식 해법의 핵심 내용이다.

 

블룸버그는 이날 “볼턴이 굽힐 줄 모르는 분할 통치(divide-and-rule) 추진 신봉자로 미국은 오로지 미국이 세운 법칙에 따라 움직이면 된다고 믿는다”고 지적했다. 이 통신은 “볼턴이 자신의 목표 달성을 위해 다른 사람과의 충돌에 개의치 않고, 오히려 이를 즐긴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을 ‘콧수염’(the Mustache)이라고 부른다”면서 “두 사람은 종종 외교 정책을 놓고 같은 편에 서 있다”고 강조했다. 이란, 베네수엘라, 국제형사재판소(ICC) 등의 문제를 놓고 트럼프와 볼턴 간에는 빛 샐 틈 없는 일치가 이뤄졌다고 이 매체가 지적했다.

 

볼턴은 이라크의 대량파괴무기(WMD) 보유를 구실삼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도록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조언해 ‘전쟁광’으로 불린다고 블룸버그가  강조했다. 이라크는 그 당시에 WMD를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통신은 “트럼프가 미국의 해외 분쟁 개입에 반대하고 있어 볼턴의 ‘매파 본능’이 통제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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