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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질경찰'·'생일'…세월호 영화 시기상조일까


입력 2019.04.03 09:06 수정 2019.04.03 09:21        부수정 기자

세월호 참사 5주기 맞아 잇따라 개봉

혹평·호평 엇갈려…"신중히 접근해야"

배우 전도연 설경구 주연의 '생일'은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했다.ⓒ뉴 배우 전도연 설경구 주연의 '생일'은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했다.ⓒ뉴

세월호 참사 5주기 맞아 잇따라 개봉
반응 엇갈려…"신중히 접근해야"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앞두고 그날의 아픔과 상처를 어루만지는 영화 두 편이 극장에 걸린다. 3월 20일 개봉한 '악질경찰'(감독 이정범)과 3일 개봉한 '생일'(감독 이종언)이다.

앞서 '그날, 바다', '눈꺼풀', '봄이가도' 등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한 저예산 독립영화는 있었지만 상업영화에서 참사를 다룬 건 두 작품이 처음이다. 두 영화 모두 소재 탓에 제작부터 개봉까지 쉽지 않았다.

'악질경찰'과 '생일'을 바라보는 영화계는 "시기상조"와 "시기와 상관 없이 이야기가 중요하다"는 시선으로 엇갈린다. 일단 두 영화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리는 분위기다.

'악질경찰'은 언론, 평론가, 관객들에게 혹평을 받았다. 영화는 뒷돈은 챙기고 비리는 눈감는 쓰레기 같은 악질경찰 조필호(이선균)가 폭발사건 용의자로 몰리고 거대 기업의 음모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범죄 드라마다.

세월호 참사로 딸과 친구를 잃은 유가족과 고등학생 미나(전소니) 이야기를 넣었다. 주인공 조필호가 미나를 만나 사회의 부패와 부조리를 깨닫고 반성하는 과정을 풀어낸다.

주연 이선균은 "세월호 참사를 통해 어른들의 각성을 보여준다"며 "참사에 대한 미안함과 공통된 죄의식을 담았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세월호 이야기를 똑바로 하고 싶었다"며 "소재의 진정성을 유지하려다 상업영화에 대한 미덕을 놓치지 않았는지 매일 자기 검열을 했고, 소재와 상업영화의 균열을 유지하려고 애썼다"고 설명했다.

의도는 좋았지만 소재를 다루는 방식이 거칠다. 범죄물을 예상하고 극장에 들어선 관객들이 당황해하는 이유다. "굳이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넣어야 했냐"는 거다. 여러 사건이 세월호 참사 소재와 잘 어우러지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배우 이선균 주연의 '악질경찰'은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했다.ⓒ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배우 이선균 주연의 '악질경찰'은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했다.ⓒ워너브러더스코리아(주)

'악질경찰'이 세월호 참사를 간접적으로 언급했다면, '생일'은 좀 더 직접적이다. 하지만 방식은 다르다. 참사 유가족과 참사를 바라보는 관찰자의 시선을 동시에 따라가며 그날 이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이 감독은 "세월호 참사의 유가족뿐만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를 닮고 싶었다"며 "참사가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담담히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세월호 참사가 여전히 우리 국민에게 큰 상처이기 때문에 이것을 마주하기 힘들 수 있다"며 "영화를 보고 난 후 슬픔을 넘은 그 무언가를 느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주연 전도연은 "이 작품을 통해 위로받고 힘을 얻었다"며 "힘듦을 감사함으로 바꿀 수 있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설경구는 "'생일'은 관객에게 무언가를 강요하는 영화는 아니다"라며 "서로 위로하고 위로받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두 영화에 대해 양경미 영화평론가는 "'악질경찰'은 범죄물을 예상하고 극장에 들어간 관객들에겐 당황스럽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반면, '생일'은 비교적 담담한 시각으로 참사를 들여다보려는 성의가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얼마 지나지 않은 참사를 소재로 영화로 만들기란 쉽지 않다"며 "민감한 사안을 소재로 할 경우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 고려해야 할 조건이 많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다"고 짚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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