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사관 침입 사건에 "엄중한 테러.. FBI 관여설 주시"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침입 사건에 첫 공식 반응

[오마이뉴스 윤현 기자]

▲ 북한 외무성의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침입 사건 관련 공식 반응을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북한이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침입 사건의 미국 배후설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처음으로 공식 반응을 내놓았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30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번 사건과 관련한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엄중한 테러 행위"라며 "외교대표부에 대한 불법 침입과 점거, 강탈행위는 국가 주권에 대한 엄중한 침해이고 난폭한 국제법 유린"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테러 사건에 미국 연방수사국과 반공화국 단체 나부랭이들이 관여되어 있다는 등 각종 설이 나돌고 있는데 대하여 우리는 주시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사건발생지인 에스파냐(스페인)의 해당 당국이 사건 수사를 끝까지 책임적으로 진행하여 테러 분자들과 그 배후 조종자들을 국제법에 부합되게 공정하게 처리하기 바라며 그 결과를 인내성 있게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22일 스페인 마드리드의 북한 대사관에서는 괴한 10명이 침입해 직원들을 결박한 뒤 탈북을 강요하고, 컴퓨터와 휴대폰 등을 빼앗아 달아난 사건이 발생했다.

최근 스페인 법원은 수사 당국이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멕시코 국적의 미국 거주자 '에이드리언 홍 창'을 비롯해 총 10명의 용의자가 북한대사관에 침입했으며 협박, 강도 등 다양한 범죄의 증거를 발견했다고 공개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을 주도한 에이드리언 홍이 해당 사건과 관련한 정보를 넘기기 위해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접촉했다고 밝혀 미국 정보기관의 배후설이 제기됐다.

앞서 스페인 최대 일간지 <엘파이스>는 스페인 경찰과 스페인 국가정보국(CNI) 소식통을 인용해 대사관에 침입한 10명 중 최소 2명이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관련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기 5일 전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볼 때 용의자들이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로 재직하다가 현재 북미 비핵화 협상의 북한 측 실무진을 이끄는 김혁철 대미특별대표의 정보를 노린 것 같다고 전했다.

대사관에 침입했던 이들은 자신을 북한 해방운동가라고 주장했다. 이들이 속한 단체는 '자유조선'이며, 2017년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을 보호한 것으로 알려진 '천리마민방위'의 새로운 이름이라고 전해졌다.

그러나 FBI는 "수사의 존재 여부를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일반적인 관행"이라며 공식적인 언급을 피했고, 미국 국무부도 "미국 정부는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라며 배후설을 부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일단 수사의 진행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미국에 대한 비판을 자제했지만,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이번 사건이 북미 협상의 현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