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멋따라] 부부를 이어주는 작은 창문..돼지국숫집 노부부 이야기

입력 2019. 3. 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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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기행 취재차 경남 밀양의 돼지국밥집을 찾아다닐 때 만난 부부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돼지국밥의 본고장은 부산보다는 밀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밀양시 농업기술센터를 찾았다.

밀양시 농업기술센터에는 밀양 돼지국밥 전문가가 있기 때문이다.

내로라하는 돼지국밥집 가운데 주메뉴가 돼지고기 국수인 식당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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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음식기행 취재차 경남 밀양의 돼지국밥집을 찾아다닐 때 만난 부부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돼지국밥의 본고장은 부산보다는 밀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밀양시 농업기술센터를 찾았다.

밀양시 농업기술센터에는 밀양 돼지국밥 전문가가 있기 때문이다.

농업기술센터는 농업기술을 연구하고 보급하는 곳이지, 지역 음식과 관련된 업무를 보는 곳은 아니다.

그러나 센터는 수년 전 밀양에 산재한 돼지국밥집들을 일일이 조사해 돼지국밥 지도를 제작했다.

이 담당자는 다른 유명한 식당들보다 하남읍의 돼지국밥집을 꼭 가보라고 권했다.

진한 육수와 매콤한 양념이 어우러진 돼지고기 국수 [사진/성연재 기자]

밀양의 돼지국밥집들은 오래된 곳은 80년이 넘을 정도로 쟁쟁한 곳들이 많은데 그가 이곳을 추천한 이유가 있었다.

내로라하는 돼지국밥집 가운데 주메뉴가 돼지고기 국수인 식당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SNS 등에 오르내리며 찾는 이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식당에서는 돼지고기 육수에 국수를 삶아 넣고 얇게 썬 돼지고기를 얹어낸다고 한다.

이미 여러 국밥집을 취재한 뒤 하남읍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넘어가던 저녁 무렵이었다.

세월의 흔적 보여주는 식당과 이발소 [사진/성연재 기자]

무안파출소 바로 옆에 자리 잡은 붉은 벽돌 건물은 세월의 흐름을 보여줬다. 간판은 건물보다 더 낡아 상호가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문을 열었나' 싶을 정도로 낡은 이 건물에는 신모(69) 할머니가 운영하는 오래된 돼지 국밥집이 있었다. 주말도 아니고 평일 오후 읍 단위에 있는 낡은 돼지국밥집을 찾는 이는 많지 않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할머니가 놀란 표정이다. 평소에 보기 힘들었던 큼지막한 카메라를 들고 들어갔기 때문이다.

사정을 이야기하고 취재를 시작했다. 현대적인 시설은 아니지만, 할머니의 주방은 깔끔했다.

주인 부부는 수십 년 같은 자리에서 식당과 이발소를 운영해 왔다. [사진/성연재 기자]

옥색 타일은 낡았지만, 반짝반짝 빛이 날 정도로 깨끗하게 닦여있었고, 만들다 남은 재료들도 가지런히 정리돼 있었다.

할머니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보니, 예로부터 하남읍에서는 사람들이 국수를 즐겨 만들어 먹었다 한다. 그래서 돼지국밥과 함께 국수를 만들어 팔았다는 것이다.

6천원짜리 돼지국수를 주문했다. 할머니가 내 온 국수는 두툼한 고기가 얹어져 있었다. 면발은 그리 찰랑거리는 편은 아니었지만, 손으로 직접 만든 수타면이었기에 쫄깃함은 그대로 살아있었다.

국물맛은 진한 돼지고기 육수의 맛을 풍겼다. 마치 오사카 도톤보리의 킨류(金龍) 라면에서 맛본 것 같은 진한 돼지 국물맛이다.

부부가 소통하는 작은 창문 [사진/성연재 기자]

킨류라면이 진한 돼지고기 육수에 라면을 끓인 것이라면, 이곳은 같은 육수에 국수 면발을 넣은 것이 달랐다. 그러나 육수가 덜 짰고 더 담백했다.

비슷한 것은 킨류처럼 하남의 돼지국수는 부추가 위에 얹혀서 나온다는 점이다.

식당 한쪽 벽에 옆 가게인 이발소와 연결되는 자그마한 창이 하나 있다. 이발소 주인이 바로 남편인 것이다. 부부를 이어주는 작은 창문이었다.

남편 이모(75)씨는 웬일로 인기척이 나는지 궁금해하며 문을 열고 들어왔다.

사정을 설명하고 이발소로 함께 건너갔다. 이발소는 문을 연 지 50년이 됐다고 한다. 할머니는 옆자리에서 고기 국수를 25년 동안 팔았다.

단골손님이 끊이지 않는 할아버지의 이발소 [사진/성연재 기자]

무슨 일이 있으면 할아버지가 달려와서 할머니는 든든했다고 한다. 작은 창 너머에 할아버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식당에 들어와 누군가 행패를 부리면 할아버지가 달려와 쫓아냈다고 한다.

"시골 동네에서 이발소를 해서 살림이 되냐"고 물었더니 할머니는 "그래도 하루에 몇만 원씩 버는 날도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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