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봉업자' 손흥민이 돌아왔다

박린 2019. 3. 26.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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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2위 콜롬비아에 2-1 승
손, A매치 9경기 만에 첫 골
노란셔츠만 보면 골본능 꿈틀
A매치 6연속 매진 '축구의 봄'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한국과 콜롬비아의 평가전. 한국 손흥민이 첫 골을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봉업자’ 손흥민(27·토트넘)이 돌아왔다. 노란 유니폼만 보면 골 본능이 꿈틀하는 손흥민, 그가 노란색 유니폼을 입는 콜롬비아를 울렸다.

한국축구대표팀(FIFA랭킹 38위)은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12위)와 평가전에서 2-1로 승리했다. 손흥민이 전반 15분 선제골을 터트렸다. 후반 4분 루이스 디아스(주니오르)에게 동점골을 내줬지만, 후반 13분 이재성(27·홀슈타인 킬)이 결승골을 뽑아냈다.

손흥민은 투톱 공격수, 이른바 ‘손톱으로 나섰다. 전반 13분 손흥민은 토트넘 팀동료 다빈손 산체스(23)에게 등을 가격당해 쓰러졌다. 훌훌 털고 일어난 손흥민은 2분 뒤 빠르게 문전침투했다. 황의조(감바 오사카)의 패스를 받아 강력한 오른발슛을 쐈다. 공은 콜롬비아 골키퍼(이반 아르벨로다)의 손을 맞고 골망을 흔들었다.
토트넘 구단은 한국-콜롬비아의 평가전을 앞두고 소셜미디어에 흥민 손(손모양) VS 다빈 손이란 글을 올렸다. 두사람은 토트넘 동료다. [토트넘 소셜미디어]

볼리비아전 후 “동료들에게 민폐를 끼쳤다”고 사과했던 손흥민은 A매치 8경기 연속 무득점을 끊어냈다. 지난해 8월 파울루 벤투(포르투갈) 감독이 부임한 뒤 첫 골이다. ‘흥’이 오른 손흥민은 카메라에 입을 맞추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과 콜롬비아와의 평가전. 손흥민이 볼다툼을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손흥민은 자신의 별명이 왜 ‘옐로 킬러’인지 재입증했다. 손흥민은 노란 유니폼을 입은 상대팀을 만났을 때 유독 골폭풍을 몰아친다. 노랑과 검정이 섞인 유니폼을 입는 ‘꿀벌군단’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12경기에서 9골을 터트렸다. 그래서 ‘양봉업자’라 불리기도한다. 2017년 10월 콜롬비아를 상대로 2골을 터트렸던 손흥민은 또 콜롬비아 골문을 열었다.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축구대표팀과 콜롬비아와의 평가전에 앞서 대한민국 파울루 벤투 감독과 콜롬비아 카를루스 케이로스 감독이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손흥민은 카를로스 케이로스(66·포르투갈) 콜롬비아 감독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케이로스는 2011년부터 이란대표팀을 이끌면서 한국에 4승1무를 거뒀다. 2013년 6월 한국벤치를 향해 주먹감자를 날린 적도 있다. 케이로스 감독은 파울루 벤투 한국 감독의 스승이지만, 손흥민은 인정사정 볼거 없었다.
이재성이 26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과 콜롬비아 대표팀의 평가전에서 역전골을 터뜨린 후 세리머니하고 있다. [뉴스1]
콜롬비아는 전반에 1.5군 형태로 나왔다. ‘월드클래스 공격수’ 하메스 로드리게스(바이에른 뮌헨)가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출전했다. 콜롬비아는 후반 4분 디아스가 감각적인슛으로 동점골을 뽑아냈다. 한국 미드필더 이재성은 후반 13분 아크 오른쪽에서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결승골을 기록했다. 골키퍼 조현우(대구)는 선방쇼를 펼치면서 리드를 지켜냈다.

이날 하메스 로드리게스는 거친 플레이를 펼쳤다. 라다멜 팔카오(모나코)가 의무박스를 집어던지면서 비매너 행동을 보였다. '월드클래스 공격수'란 이름이 어울리지 않았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전반에는 측면 공간을 활용한 빠른 템포의 연계가 좋았다. 손흥민은 골에 집중할 때 더 좋은 상황을 만들어낸다”면서 “하지만 후반에 콜롬비아 1진에 고전했다. 상대 압박에 수비전환 속도와 패스정확도가 떨어졌다”고 했다.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과 콜롬비아와 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관중이 꽃가루를 뿌리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6만4388명이 들어찼다. 전날에만 티켓 5만8000장 중 5만3000장이 팔렸다. 유니폼과 뷔페가 제공되는 35만원짜리 프리미엄존도 일찌감치 다 나갔다. 경기날 현장판매분도 모두 팔렸고 암표상까지 등장했다. 지난해 9월7일 코스타리카전부터 칠레전(수원), 우루과이전(서울), 파나마전(천안), 볼리비아전(울산)에 이어 6경기 연속 매진됐다. 별도 집계를 하지 않은 2000년대 이전을 제외하면 처음이다.

축구장은 아이돌 그룹 콘서트장을 방불케했다. 소녀팬들이 “꺅~”하고 비명을 질렀다. 전광판에 측정된 소음은 112데시벨. 록밴드의 라이브 공연(110㏈)보다 컸다. ‘흥민아 사랑해’, ‘국대유치원 엉아반 이승우’라고 적힌 플랜카드를 들고 열광했다. 방영지(15)양은 “‘우리 흥(손흥민)’과 함께 축구의 봄이 온 것 같다”고 했다.

박린·김지한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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