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볼볼볼볼' 왜 김범수는 되고 최대성은 안될까

정철우 기자 2019. 3. 26.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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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김범수(왼쪽)와 두산 최대성. ⓒ스포티비뉴스DB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한화 투수 김범수는 2019 시즌을 최악의 상황에서 시작했다. 23일 잠실 두산전에 불펜 투수로 등판했지만 볼만 8개를 연속으로 던지며 아웃 카운트 없이 볼넷 2개만을 내준 채 강판됐다.

출루한 주자 두 명이 모두 홈을 밟으며 평균 자책점은 무한대인 상태다. 아웃 카운트 하나 없이 2점을 내준 탓이다.

할 말이 없는 경기는 아니었다.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한 듯한 공 몇 개가 모두 볼 판정을 받았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아쉬운 장면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심판 판정도 경기의 일부다. 에이스가 되기 위해선 거쳐야 하는 단계라고 생각한다"는 말로 아쉬움을 대신하기도 했다.

물론 김범수는 제구가 좋은 투수는 아니다. 때문에 2타자 연속 2볼넷이 특별할 것은 없다. 억울한 면이 있다 해도 감수해야 할 대목이다.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두산 최대성이 그랬다. 최대성은 24일 잠실 한화전에서 3타자를 상대해 2타자에게 볼넷을 내줬다. 실점은 3점이나 됐다. 내보낸 주자들이 모두 실점으로 이어졌다.

결과는 달랐다. 최대성은 24일 경기 후 2군으로 내려갔다. 반면 김범수는 여전히 팀의 필승조에 포함돼 있다.

두 투수의 볼넷에는 어떤 차이가 있었던 것일까.

우선 최대성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기 어려웠다. 최대성은 2004년 롯데에 입단했다. 15년차다. 늘 문제가 됐던 제구를 여전히 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 겨울 많은 땀을 흘렸지만 첫 경기에서 많을 것을 잃어버렸다. 빠르게 신뢰를 잃은 이유다.

그렇다면 김범수는 시즌 첫 경기의 실패에 좌절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오"다. 두 타자에게 내리 볼 4개를 던지며 팀의 패배를 바라봐야 했지만 김범수는 이 정도 시련에 흔들릴 선수가 아니다. 지난 겨울 깨닫게 된 것이 있기 때문이다.

김범수는 "제구가 잘 안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이전보다 줄어들었다. 감독님이나 코치님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시는 것이 가장 큰 힘이 된다. 그리고 또 한 가지가 있다. 지난 겨울 개인 훈련을 하며 배영수 선배님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다"고 말했다.

김범수는 지난 겨울 자율 훈련 기간 배영수, 김민우와 함께 일본 오키나와로 떠나 개인 훈련을 했다. 김범수는 "배영수 선배님은 팀을 떠나는 것이 확정된 상황이었다. 그래서 더 내게 많은 이야기를 해 줬다. 프로 21년의 경험을 거의 모두 전수해 주셨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 중 가장 크게 김범수의 가슴을 울린 조언은 이것이었다. 배영수는 "제구가 잘 안되는 너의 패스트볼은 오히려 타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하나만 노리고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어디로 공이 올지 예측하기 어렵다. 반대로 그걸 네가 활용해라. 너의 잘 잡히지 않은 제구는 타자의 노림수를 피해 갈 수 있는 최적의 무기가 될 수 있다"고 김범수에게 힘을 보탰다.

투수는 코너에 몰리면 일단 빠른 공을 찾게 마련이다. 김범수처럼 패스트볼의 구위가 타자의 힘을 억누를 수 있는 투수라면 더욱 그렇다.

반대로 타자도 투수의 빠른 공을 노리게 된다. 일정한 코스로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라면 반대로 타자에게 좋은 먹잇감이 될 수 있다.

김범수와 같은 유형의 투수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언제 어디로 공이 올지 알 수 없다. 패스트볼을 추측할 수는 있어도 어디로 들어올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투수는 마지막으로 빠른 공으로 승부를 걸 때 타자의 바깥쪽 가장 낮은 존을 목표로 한다. 그래야 큰 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구가 좋은 투수라면 반대로 타자가 그 존을 노릴 수 있다. 바깥쪽 낮은 존은 대부분 타자에게 약점이 되지만 노려서 칠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김범수의 단점이 장점으로 살아날 수 있는 대목이 바로 이 지점이다. 타자는 바깥쪽 낮은 존을 노려 칠 수 없다. 공이 어디로 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김범수는 "배영수 선배님의 조언을 듣고 많은 것을 느꼈다. 제대로 제구가 돼야 내가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투수가 코너에 몰리면 바깥쪽 낮은 존을 목표로 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나는 늘 그 존으로 공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약점이라고 할 수 있지만 타자 로서는 머리가 아플 것이다. 나는 앞으로 그것을 파고들 생각이다. 어느 코스건 스트라이크만 되면 된다. 타자도 헷갈릴 것이다. 꼭 완벽한 제구를 하려고 애쓰지 않을 생각이다. 내 오락가락하는 제구가 반대로 타자에겐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내 구위를 믿고 처음부터 끝까지 내 공을 던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아직 김범수는 보여준 것보다 보여 주지 않은 것이 많다. 여기에 약점을 장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계기를 찾게 된다면 이전보다 자신 있는 투구가 가능해 질 것을 기대된다.

최대성도 같은 과정을 걸었다. 하지만 마음 먹은대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 겨울 정말 많은 땀을 흘렸기에 첫 실패는 더욱 뼈아팠다. 팀이 기다려 주기엔 너무 많은 시간을 지나왔다는 점에서 김범수와 다르다.

반면 역발상을 통해 자신의 약점을 장점으로 되살릴 수 있게 된 김범수. 하루하루의 결과를 떠나 그가 더 나아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까. 출발은 좋지 못했지만 그의 투구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을 보인다. 아직 단점조차 모두 보여 준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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