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밑 여왕 박지수, 코트의 여제로 우뚝 서다

용인/주형식 기자 2019. 3. 26.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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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농구 KB, 삼성생명 누르고 창단 첫 통합 챔피언 올라
박지수, 챔피언전 3경기 모두 20점 10리바운드 이상 기록

국내 최장신 센터 박지수(21·193㎝)가 버티는 KB스타즈 골밑은 마치 '철옹성' 같았다. 삼성생명 선수들은 박지수가 골밑에서 가볍게 리바운드를 걷어내는 모습에 허탈한 듯 한숨을 쉬었다. 박지수는 25일 삼성생명과의 여자 프로농구 챔피언결정(5전3선승제) 3차전 원정 경기에서 26점 13리바운드 2블록슛으로 팀의 73대64 승리를 이끌었다.

발만 살짝 들어도 '넘사벽' - 올 시즌 여자 프로농구에서 박지수는 다른 팀 선수들에게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25일 챔피언결정 3차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삼성생명 배혜윤(왼쪽)이 골밑슛을 시도하자 박지수가 뒤꿈치만 살짝 들어 막는 모습. 박지수는 26점 13리바운드 2블록슛으로 팀의 73대64 승리를 이끌었다. 박지수는 정규리그에 이어 챔피언전에서도 만장일치 MVP로 뽑혔다. /정재근 기자

KB는 이날 삼성생명에 승리하면서 3전 전승으로 시리즈를 끝내며 13년 만의 정규리그 우승에 이어 사상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1963년 실업농구팀으로 창단한 KB는 1998년 프로 리그 출범 이후 2002년 겨울 리그, 2006년 여름 리그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챔피언결정전은 지난 시즌까지 다섯 번 올라 모두 고배를 마셨다. KB는 올해 여섯 번째 도전 끝에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 우승 꿈을 이뤘다. 플레이오프에서 우리은행을 꺾고 올라온 삼성생명은 체력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박지수, 최연소 챔프전 MVP 등극

박지수는 챔피언전 3경기 모두 20점 10리바운드 이상을 기록하며 만장일치(83표)로 역대 최연소 챔피언결정전 MVP(20세3개월)에 선정됐다. 박지수는 앞서 정규리그에서도 만장일치(101표)로 역대 최연소 MVP 기록을 썼다. 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MVP 석권은 여자 프로농구 통산 여섯 번째다. 박지수는 2007~2008시즌 정선민(당시 신한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정규 리그와 챔피언전 만장일치 MVP 영예도 맛봤다. 그는 "4월 7일 방콕에서 열리는 BTS 콘서트를 예매했다"며 "얼른 시리즈를 끝내고 콘서트를 보러갈 준비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오늘 강한 동기 부여가 됐다"고 말했다.

KB는 시즌 전부터 2012~2013시즌부터 2017~2018시즌까지 6시즌 연속 통합 우승을 차지한 우리은행 독주를 무너뜨릴 유일한 대항마로 평가받았다.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KB가 1순위로 박지수를 뽑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박지수의 축복받은 신체 조건은 모두 부모에게서 물려받았다. 아버지 박상관(50) 분당경영고 농구부 코치는 2m, 여자 배구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인 어머니 이수경(51)씨 키는 180㎝이다.

헹가래 받는 안덕수 감독 - 하늘을 나는 기분이 이럴 것이다. KB스타즈 안덕수(가운데) 감독이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으며 만세를 부르는 모습. /연합뉴스

고교 무대를 평정했던 박지수는 기대대로 무럭무럭 자랐다. 특히 작년 4월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로 미 여자프로농구(WNBA)에 데뷔해 경험을 쌓으면서 기량이 급격히 늘었다. 그는 올 시즌 국내 선수 부문 경기당 평균 블록슛(1.74개)과 리바운드(11.11개) 1위, 득점 6위(13.06점)에 올랐다. 안덕수(45) KB 감독은 "WNBA에서 경험을 쌓은 박지수는 올 시즌 동료와 패스를 주고받다 외곽으로 공을 돌려 3점슛을 던지게 하거나 포스트 플레이를 하다 뛰어오는 선수에게 패스를 찔러주는 등 시야가 넓어졌다"고 했다.

◇쏜튼 날개 달고 빨라진 KB

안덕수 감독은 작년 6월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빅맨이 아닌 포워드 카일라 쏜튼(27·185㎝)을 지명했다.

안 감독은 "박지수 높이만으로는 정규리그 우승이 힘들다고 생각했다. 쏜튼의 스피드를 이용한 속공 플레이로 다양한 공격 옵션을 만들어내는 것이 시즌 전 구상한 목표였다"고 말했다. 학창 시절 단거리·중거리 육상 선수로 활약한 쏜튼의 스피드를 앞세운 KB스타즈는 지난해 경기당 평균 속공 성공 횟수가 2.37개(전체 6개 팀 중 4위)에 그쳤지만, 이번 시즌에는 평균 4.63개(1위)로 두 배가량 많아졌다.

시즌 내내 3점슛과 돌파능력을 과시한 주장 강아정, 하나은행에서 이적한 염윤아도 조연으로 알토란 같은 역할을 했다.

KB 지휘봉을 잡은 지 세 시즌 만에 통합 우승을 이끈 안 감독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그는 일본에서 대학을 나왔고, 대학농구연맹 사무국장을 하다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지도자 생활을 한 '잡초 감독'이었다. 안 감독은 "내년엔 도전자가 아닌 챔피언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2연속 통합 우승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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