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의 뒷심..4라운드 역전 드라마
3·4R서 15타 줄여, 4타차 뒤집어
새 캐디 브루커와도 '찰떡호흡'
한국, 올 시즌 6개 대회서 4승
LPGA투어를 만든 여자 골퍼들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1년 시작된 이 대회는 해마다 한국 선수들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올해도 마지막에 웃은 건 한국의 고진영(24)이었다.
지난해 LPGA투어 67년 역사상 처음으로 공식 데뷔전에서 우승을 거뒀던 고진영은 LPGA투어의 전설이 지켜보는 가운데 또다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4위로 마지막 날 경기를 시작한 그는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만 7개를 잡아내며 합계 22언더파로 극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소속이었던 지난 2017년 10월 한국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처음으로 우승한 데 이어 지난해 2월 호주여자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던 고진영은 올해 파운더스컵에서 우승하면서 통산 3승을 기록했다. 우승 상금은 22만5000 달러(약 2억5500만원). 제시카, 넬리 코다(이상 미국) 자매와 칼롯타 시간다(스페인), 류유(중국)가 합계 21언더파로 공동 2위에 올랐다. 김세영(26)과 김효주(24)는 공동 10위(17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고진영은 “미국 본토에서 열린 대회에서 거둔 첫 우승이다. LPGA 설립자들이 없었다면 이런 우승 기회도 갖지 못했을 거다.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내가 더스틴 존슨이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남자 골프 세계 1위인 존슨의 포커페이스와 멘털을 닮고 싶다는 뜻이었다. 고진영은 “존슨은 안 좋은 샷이 나와도 화를 내지 않고 클럽을 백 안에 넣은 뒤 조용히 걸어간다고 하더라. 그래서 나도 3·4라운드에서는 화를 내지도 않고, 기뻐하지도 않고 경기에만 집중했다. 그렇게 해보니까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털어놨다. 고진영의 마지막 날 페어웨이 안착률은 78.5%, 그린 적중률은 88.8%나 됐다.
그린에선 과감성도 돋보였다. 고진영은 올해 바뀐 규정에 따라 나흘 내내 깃대를 빼지 않고 꽂은 채 퍼트를 했다. 짧은 거리에서도 핀을 뽑지 않았다. 고진영은 “깃대를 꽂아놓고 퍼트를 하는 게 더 결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지난달 고용한 캐디 데이브 브루커와의 호흡도 잘 맞았다. 브루커는 메이저 퀸 박지은(은퇴)의 골프백을 멨던 베테랑 캐디다.
지난해 LPGA 신인왕 고진영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LPGA투어 차세대 일인자의 면모를 과시했다. 올해 4개 대회에 출전한 고진영의 성적은 눈부시다. 1, 2, 3위를 한 차례씩 차지했고, 가장 나쁜 성적이 공동 29위(혼다 타일랜드)다. 고진영은 “그동안 미국 본토에서 우승하지 못해 자신감이 떨어졌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부모님과 매니저, 캐디까지 주위의 모든 사람이 내게 ‘할 수 있다’고 힘을 불어 넣어줬다. 마침내 미국에서 우승하면서 부담을 털었다”고 말했다.
올해도 한국 선수들은 LPGA투어에서 뚜렷한 강세를 보인다. 개막전인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우승한 지은희를 시작으로 양희영(혼다 타일랜드)-박성현(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고진영(파운더스컵)까지 정상에 올랐다. 올 시즌 6개 대회 중 4개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우승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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