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00만명 넘으면 광역시에 버금가는 '특례시' 지정해 각종 혜택 / 100만 넘은 수원·창원·고양·용인 4곳뿐이냐 vs "전주·성남·청주 포함"
이재준 고양시장, 염태영 수원시장, 허성무 창원시장, 백군기 용인시장(왼쪽부터). 이들 4개 도시는 “인구 100만명 이상의 기초자치단체를 특례시로 지정해 광역시에 버금가는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현행법상 ‘특례시’는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다. 지난해 10월 행정안전부가 내놓은 지방자치법 개정안에 “인구 100만명 이상의 대도시인 기초자치단체에 ‘특례시’라는 행정적 명칭을 부여하고, 각종 사무 특례를 확대해 나간다”는 내용이 담긴 게 전부다.
이 지방자치법 개정안은 입법예고와 법제처 심사를 마치고 현재 국무회의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 심의 단계를 앞둔 상태다. 그런데 ‘인구 100만명 이상’이라는 기준을 놓고 논란이 일면서 지역갈등으로 비화할 조짐마저 엿보인다.
◆인구 100만명 넘어야 '특례시'면… 수원·창원·고양·용인 4곳
더불어민주당의 김영진(경기 수원병), 김민기(경기 용인을), 정재호(경기 고양을) 의원과 자유한국당의 박완수(경남 창원의창) 의원 등 여야 의원 4명은 26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인구 100만 대도시 특례시 법제화 정책토론회’를 연다.
행사를 주최하는 의원들 지역구를 보면 수원(119만), 용인(103만), 고양(104만), 창원(105만)이다. 모두 인구가 100만명이 넘었으나 광역시가 되지 못하고 도(道) 아래의 기초자치단체로 남아 있는 도시들이다.
이들 4개 도시는 지난해 ‘인구 100만 이상 4개 대도시 특례시 추진 공동기획단’까지 꾸려 중앙정부를 상대로 특례시 승격을 요구하고 나선 상태다.
특례시가 되고자 하는 경기 및 경남의 도시들을 대표하는 의원들은 이번 토론회 개최 목적을 “4개 대도시인 수원, 용인, 창원, 고양의 국회의원이 모여 인구 100만 대도시에 ‘특례시’라는 법적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관계를 수직적 관계에서 협력적 동반자 관계로 재편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특례시 도입을 위한 행안부의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조속히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쏟아 행정 수요에 맞는 주민 중심의 새로운 자치 분권국가가 되는 데 일조하겠다”고 강조했다.
토론회는 한국행정학회장인 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좌장을 맡고 지방자치 분야 전문가인 임승빈 명지대 교수(행정학)가 주제발표를 한다. 발표 후 장금용 행안부 자치분권제도과장, 한국지방자치학회인 정정화 강원대 교수(행정학), 김경아 전북대 교수(행정학), 하혜영 국회 입법조사관 등이 참여한 가운데 토론이 이어진다.
세종시 행정안전부 새 청사 전경. 행안부는 지난해 인구 100만명 이상 대도시인 기초자치단체를 ‘특례시’로 지정하는 내용의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인구 100만명' 기준 완화하면… 전주·성남·청주도 '특례시'
그런데 정부 주도의 지방자치법 개정안이 나오며 ‘순풍’을 타는 듯했던 4개 도시의 특례시 승격운동이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인구 100만명 이상’ 기준을 완화하라는 다른 도시들의 요구다.
전북 전주와 경기 성남, 충북 청주가 ‘총대’를 메고 나섰다. 전주는 인구가 65만명이고 성남은 95만명, 청주는 83만명으로 ‘100만명 이상’ 기준에 미달한다. 하지만 이들 3개 도시는 “우리도 특례시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먼저 전주는 “전북의 도청 소재지인 데다 관공서를 비롯한 공공기관이 총 264곳으로 광역시인 울산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수용 기관 규모로만 보면 인구가 100만명 이상인 수원시나 고양시보다도 많다”는 입장이다.
성남은 “판교 테크노밸리가 있어 다른 도시에서 출퇴근하는 유동인구와 외국인까지 고려하면 실질 행정 수요는 140만명에 육박한다”며 “전국 기초 지자체 중 처음 세출 예산 3조원을 넘긴 거대 도시”라는 입장이다.
청주는 “세종과 대전이 맞닿아 있어 행정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도시와 농촌 간 상생 협력 사업을 이행하기 위해 특례시 지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26일 국회 의원회관 토론회에서도 특례시 지정의 기준으로 ‘인구 100만명 이상’을 적용하는 건 무리라는 의견이 집중적으로 제기될 전망이다.
토론자들 가운데 한 명인 김경아 전북대 교수는 앞선 토론회에서 “인구 규모를 중심으로 (특례시) 지정 여건을 규정하면 수도권만 발전하는 지역 불균형이 발생한다”며 “도시의 중추적 기능과 역사성 등을 포괄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구가 100만명에 못 미치는 전주 같은 도시도 특례시로 지정돼야 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