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애의 영화이야기]영화의 경쟁상대는 무엇일까

현화영 2019. 3. 2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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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바타’(감독 제임스 카메론, 2009) 포스터.
 
오늘은 새삼 ‘영화의 경쟁상대는 무엇인가’에 대해 소소하게 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기준에 따라 영화의 경쟁자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동영상 콘텐츠이니 TV프로그램 등 다양한 동영상 콘텐츠들을 경쟁자로 삼을 수도 있겠고, 영화관 상영 영화 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전용 상영 영화로 대결 구도를 잡아볼 수도 있다. 구도 잡기에 따라 영화의 경쟁자는 무궁무진해질 듯하다.  
 
반드시 경쟁자를 찾아내겠다는 차원으로 얘기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 한국영화가 탄생한지 100년이 되었다며 관련 소식이 들려오고, 월트디즈니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가운데, 새삼 나에게 영화란 어떤 존재인지 과거와 현재를 생각해 보고 싶었다. 
 
필자에게 ‘영화를 본다’는 것은 일단 일이기도 하지만, 휴식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부터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영화를 보러 다녔다. 주말 즈음 신문 광고를 챙겨보았는데, 내가 보고 싶은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관을 확인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이었다. 
 
동네마다 비디오가게 여럿 있던 시절에는 벼르고 벼르다 시간이 나면, 못 본 영화들의 비디오테이프를 한꺼번에 빌려와 집에서 몰아 보기도 했다. 영화 서너 편은 거뜬히 봤던 것 같다. 특정 감독에게 소위 꽂히게 되면 그 감독의 영화들을 모조리 빌려와 보기도 했다.  
 
요즘도 시간적 체력적 여유가 생기면 영화관에 간다. 영화관에 가는 길에 스마트폰을 통해 상영일정을 확인하고, 잔여 좌석 상황에 따라 예매를 한다. 때에 따라서는 보고픈 영화를 상영하는 곳을 찾아, 늘 가는 영화관이 아닌 영화관을 가기도 한다. 
 
영화관에 갈 정도의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면, IPTV 등에서 VOD 서비스를 통해 영화를 몰아보기도 한다. 비디오테이프를 빌려와 몰아보던 시절과 비슷할 수도 있겠다. 다만 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지긴 했다. 원하는 영화를 찾아 여러 비디오가게를 돌아다닌 필요도 없다. 
 
최근에는 영화 감상 방법이 또 하나 추가되었다. 자기 전 누운 채로 스마트폰을 통해 영화를 보게 된 것이다. 이동통신, VOD 서비스를 이용해 합법적으로 수많은 영화를 어디서나 보는 것이 가능해졌으나, 아무래도 이동 중에는 길게 볼 수가 없다보니, 자기 전 누워서 영화를 보는 새로운 습관이 생겨버렸다.   
 
전에 TV의 대중화로 한때 영화산업이 위기를 맞았던 적에 대한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당시 관객들이 영화관 스크린 대신 가정의 TV수상기 앞에 앉으면서, 영화산업이 위기를 맞았지만, 곧이어 TV라는 동영상 통신 매체는 영화라는 동영상 저장 매체의 추가적인 매출 창구이자 영화 상영 방법이 되었고, 영화는 경쟁자이자 적으로 판단했던 TV 덕분에 예상 밖 확대 성장까지 가능해졌다. 경쟁자에서 협력자로 변화된 것이다. 
 
영화 ‘캡틴마블’(감독 애너 보든·라이언 플렉, 2019)의 스틸컷.
 
이제는 협력자에서 더 나아가 영화사와 방송사 등이 인수 합병되어 사실상 한 회사가 된 경우도 많다. 지난 글에서 다뤘던 ‘캡틴 마블’(감독 애너 보든, 라이언 플렉, 2019)을 제작한 마블스튜디오는 월트디즈니사가 2009년 인수했다. ‘스타워즈’ 시리즈를 제작한 루카스필름, 픽사스튜디오를 비롯해 미국 지상파 ABC, 스포츠 채널 ESPN 등도 거느리고 있는 월트디즈니사는 최근에 ‘아바타’(감독 제임스 카메론, 2009) 등을 제작한 20세기폭스사까지 인수했다. 자신들의 영화를 단독 서비스하는 OTT 스트리밍 서비스 준비도 본격화하고 있다고 한다.  
 
어찌 보면 무엇이 경쟁자이고, 협력자인지 구분하는 것조차 아예 의미 없어진 상황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론 이미 얘기 시작하며 언급했듯이 영화를 전체적인 동영상 매체로 볼지, 전체 산업으로 볼지, 각각의 작품 콘텐츠, 상품으로 볼지, 혹은 시간을 보내는 취미로 볼지 등등에 따라 매우 달라질 얘기이다. 
 
어쨌든 만약 필자에게 영화를 대신해 여유 시간을 채워주는 다른 것이 생긴다면, 그것이 바로 영화의 경쟁자가 될 것이다. 예를 들어 틈만 나면 모바일 게임을 하게 되었다거나, 요가를 하게 되었다거나 하면 이 모든 것들이 영화의 경쟁자가 되는 셈이다. 물론 지나치게 바쁜 일 따위도 영화의 경쟁자가 될 수 있겠다. 
 
서일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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