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아픔 쓰다듬지 못할망정 목사가 망발을 하나?"

정병진 입력 2019. 3. 2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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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대형교회 목사의 5.18 폄하 설교에 공개사과 촉구 기도회 열려

[오마이뉴스 정병진 기자]

  
▲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참석자들 5.18 정신 폄하 발언 규탄 회개촉구 시국기도회의 참석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 정병진
 
 
여수의 한 대형교회 목사가 3.1절 백주년기념예배 때 "5.18 민주화운동은 '폭력'이라 자랑할 게 못된다"고 언급해 광주기독교교회협의회(NCC), 오월어머니집을 비롯한 여러 기독교 단체와 시민사회단체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21일(목) 오후 2시 광주기독교교회협의회(NCC), 전남동부기독교교회협의회(NCC) 등 여러 단체는 여수은파교회 앞에서 "고만호 목사 5.18 폄하 설교 회개와 공개사과 촉구 시국기도회 및 규탄대회"(youtu.be/mzsMcKO-FYw)를 열었다.
 
고만호 목사(여수은파교회)는 지난 2월 24일(일) 3.1절 기념예배 설교에서 "삼일운동은 비폭력 정신으로 일관"했으나 "5.18은 민주화운동이긴 하지만 끔찍한 폭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무기고 털어서 총 들고 나갔고, 폭탄을 도청 안에다 어마어마하게 장치를 했으며, 교도소를 막 습격했다.... 어떤 이유로 해서든지 폭력은 자랑할 것이 못된 것이다"며 5.18 민주화운동 과정의 시민군 폭력성을 부각했다.
 
이에 대해 '고만호 목사 5.18 망언설교 회개촉구 대책위원회'(위원장 장헌권 목사), 광주기독교교회협의회(아래, 광주NCC), 전남동부기독교교회협의회(전남동부NCC), 오월어머니집 등 60여 개 단체는 고만호 목사의 공개 사과와 회개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5.18 관련) 고만호 목사의 발언은 역사적 사실과도 부합하지 않고, 역사의식이나 광주시민들의 경험과 기억, 5.18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도 배치된다"며, 크게 다음 네 가지 질문을 던지며 성실한 답변을 요구하였다.
 
첫째 5.18민주화운동은 계엄군이건, 시민들이건 '폭력'이 문제였는가?
둘째 고만호 목사는 (시민들이) "교도소를 막 습격했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근거가 있는가?
셋째 "요즈음 한국의 시위는 외국인이 '전쟁 난 것 같다' 할 정도로 과격하다"고 언급했는데, 고 목사는 이런 사실을 직접 확인했는가?
넷째 고만호 목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도 직접 최루탄 가스 마시면서 당시 현장에 있던 피해자 중의 한 사람"이라 말하는데, 최루탄 가스를 마셨으면 5.18 피해자인가?
 
이어 고만호 목사는 3월 말까지 주일 예배 설교에서 5.18 폄하 발언을 사과하고, 매년 5.18 추모예배를 실시하라, 5.18 단체(부상자동지회, 유족회, 5.18 재단 등)를 만나 사과하라는 등의 요구를 하였다.
 
21일 오후 2시 기도회 설교를 맡은 장헌권 목사(고만호 목사 5.18 망언 설교 회개와 공개사과촉구대책위 위원장)는 "광주 오월의 정신은 정의의 정신이고 불의에 항거한 공의의 정신인데, 5.18 민주화운동을 마치 폭도들이 한 것처럼, 폭력을 사용한 것처럼 어떻게 거짓말로 설교를 할 수 있겠느냐"며 고만호 목사의 5.18 폄하 설교의 잘못을 꼬집었다. 그는 전두환 씨가 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명예훼손 사건으로 광주 법정에 온 날에 쓴 시를 읽고서 설교를 마무리하였다. 다음은 장 목사가 읽은 시의 일부이다.
 
망월동에서 보낸 편지
 
칼바람 불어오는 혹독한 세월
억울한 주검들이
도란도란 누워있다
손꼽아 기다리는
우리는 또다시 폭도가 괴물이 되었다
광주 눈물비가 내리는 동안
학살자가 또 광주를 쏘았다
너무 태연한 민낯에 어린 학생들
교실 안에 물러가라 외치는 소리
침묵의 봄꽃으로 다시 피어나
피의 함성으로
무등산 새벽을 깨운다
길가에 주저앉아 울부짖는
오열하는 오월 어머니의 고통을
누가 알겠느냐
봄은 어차피 저 어머니의 눈물을
머금으면서 오고 있다
(하략)
 
  
▲ 규탄 발언 중인 정현애 관장(오월 어미니집 대표) 고만호 목사의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규탄 발언 중인 정현애 관장(오월 어머니집 대표)
ⓒ 정병진
 
이어서 발언에 나선 정현애 관장(오월 어머니집 대표)은 "저도 목사님을 규탄할 일이 제 일생에서 생기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오월 어머니들은 40년 동안 가슴앓이를 하며 살아왔다. 얼마 전 자유한국당에서 (5.18 관련) 망발이 터져 나와 잠을 못자고 있다. 우리 어머니들이 이런 망발이 나오지 않도록, 역사왜곡이 일어나지 않도록 서울과 금남로에서 싸우고 있다. 그런데 태극기 모독을 하는 사람들 집회에서 이상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어떤 목사님이 광주를 폭력이라고 한다, 그리고 여기(5.18)를 폭력을 쓰는 사람들이 하는 운동이다, 이런 발언을 했다는 거였다. 어떻게 같은 고향에서 일어난 그 참혹한 역사적 사실을 보고 그런 발언을 하실 수 있으며 더더구나 그것도 사람들 고난과 아픔을 쓰다듬어 주셔야할 목사님이 그런 발언을 하실 수 있는지 귀가 의심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고만호 목사는 5.18에 대해 안다, 자기가 거기(5.18 현장)에 있었다고 한다"며, "정말 알고 있었는지 의심스럽다, 오월 어머니들 중에는 계엄군 총탄에 맞아 얼굴이 반이 날아간 자식을 부여 앉고 사신 분도 있다. 얼굴이 다 뭉개져 처음엔 자신의 자식인지도 모르고 행방불명자로 무덤에 묻고 살았던 어머니도 계신다"고 하였다.
 
정 관장은 고 목사가 설교에서 말한 광주교도소 습격설에 대해서도 허위임을 다음과 같이 지적하며 고 목사의 공개 사과를 요구하였다.
 
"교도소 습격사건이요? 지나가는 일가족에게 군인들이 총을 쏴서 어머니는 죽고 네 살 아이는 그때 총 맞아 지금도 휠체어 생활을 한다, 이런 폭력을 알고 있느냐? 이런 폭력에 대해선 왜 눈을 감느냐, 정말 눈을 똑바로 뜨고 5.18의 폭력이 무엇인지 정확히 밝혀 달라. 이건 역사에 대한 왜곡이고 망동이다. 고만호 목사는 그 현장에 있었다고 하니까 그 현장의 역사적 진실을 바르게 전해야할 의무와 책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만일 모른다면 광주 현장에 와서 정확히 알고 설교하기 바란다, 그리고 5.18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했노라고 직접 공개 사과하는 게 목사의 당연한 도리라 생각한다."
  
▲ 성명서 낭독 "5.18 폄하 설교, 고만호 목사는 공개 사과하고 회개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낭독 중인 김 현 목사(광주 참사랑교회)
ⓒ 정병진
 
이번 집회의 성명을 초안한 김병균 목사(전국 평화와통일을찾는사람들 공동대표)는 규탄 발언에서 "목사의 주된 임무는 설교이고, 설교는 하나님 말씀을 올바로 해석해서 선포하는 일인데 우린 지금 고만호 목사의 망언 설교를 규탄하기 위해 모였다"고 말했다.

이어 "고 목사는 (설교에서) '요즘 우리나라 시위를 보면 전쟁터 같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 광화문 시위를 비롯해 최근 한국의 시위문화는 세계적인 평화시위다, 5.18 당시에도 5천 자루 총기가 돌아다녔지만 은행 금고 하나 털리지 않았고 총기 오발 사고도 없었으며 도청 캐비닛에 공무원들 봉급도 그대로 있었다"며 고 목사가 5.18을 '폭력'이라고 왜곡했음을 지적했다.
 
또한 "'폭력'은 불법적으로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인데, 5.18 당시 전두환이 12.12 군사반란을 일으켜 군권을 잡고 광주에 2만 5천여 계엄군과 공수부대를 투입해 광주 시민을 몽둥이질하고 대검으로 찌르고 헬기 기총소사를 하고, 총기로 쏘아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며, "폭력은 전두환이 저질렀고 광주시민들은 저항을 한 건데 고 목사는 '민주화운동'이긴 하지만 '폭력'이라 한다"고 질타했다.
 
이날 기도회와 규탄대회에는 광주기독교교회협의회(NCC), 전남동부기독교회협의회(NCC), 오월 어머니회, 여수시민사회연대회의 등 여러 단체들 회원 60여 명이 참석했으며, 많은 취재진이 몰려 종교계 5.18 폄하 규탄에 대한 큰 관심을 보였다.
 
한편 고만호 목사는 교회 앞에서 열린 집회가 끝나기까지 나와 보지 않았으며, 집회 주최 측과 오월 어머니회 관계자들에게 어떠한 연락도 취하지 않았다. 다만 여수진보연대 관계자에게 "NCC 일부 회원의 요청에 의한 답변"이란 제목의 글을 보냈다.

이 글에서 고 목사는 "본인은 5.18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며, 5.18로 인해 동기를 잃은 사람으로써 어떻게 5.18을 왜곡하고 폄훼할 수 있겠습니까. 결과적으로는 자랑스러운 민주화 운동이었지만 일어나서는 안 될 비극으로써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마음에서 언급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 일로 인해서 혹이나 마음에 상처를 받으셨거나 불쾌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목회자로써 겸손하게 사과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라고 유감을 표명하였다.
 
 
▲ 고만호 목사의 유감 표명 여수 진보연대 한 관계자가 사진으로 받은 고만호 목사의 5.18 관련 발언 유감 표명문
ⓒ 정병진
 
하지만 이 문서의 제목이 "NCC 일부 회원의 요청에 의한 답변"이고 '수신'은 '전남 동부 NCC 회장'으로 돼 있음에도 받은 단체는 '여수진보연대'임이 드러났다. 이 문서를 받았다는 여수진보연대 관계자조차 19일에 은파교회의 어느 목사에게 '사진'으로만 받았다고 밝힘에 따라, 공식 발송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로 파악됐다.

이 소식을 들은 오월 어머니회와 광주NCC, 전남동부NCC 관계자들은 "'사과문'으로 인정하기 힘든 내용이며, 규탄 집회를 피하고자 쓴 입장문이나 유감 표명문 정도에 불과하다"며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5·18 폄하 설교, 고만호 목사는 공개 사과하고 회개하라 
 
지난 2월 24일, 고만호 목사(여수은파교회)는 3·1절 기념예배 설교 중에 뜬금없이 5·18광주민주화운동에 관련하여 이렇게 말했다.
 
"삼일운동은 비폭력 정신으로 일관했다는 거예요. 만세를 외치다가 체포당하고 총에 맞아서 쓰러져 죽고 하면서도 전혀 폭력을 쓰지 않았다고. …(중략)…요즘 우리나라 시위하는 것을 보면요, 얼마나 과격한지 몰라요.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사람들 시위하는 것을 보면 꼭 전쟁 일어난 거 같다고 합니다. 지금 5·18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말들을 하죠. 뭐 민주화운동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제가 직접 봤지요, 제가 알지요. 끔찍한 폭력이 있었어요. 예, 무기고 털어서 총 들고 나갔어요. 폭탄을 그 도청 안에다가 어마어마하게 장치를 했어요. 교도소를 막 습격을 했어. 끝난 다음에 제가 광주 시내를 돌아보니까는요. 이건 뭐 전쟁터여, 완전히. 이편저편 따질 것 없이 무슨 뭐 여러 가지 말들을 하지만요, 어떤 이유로 해서든지 폭력은 자랑할 것이 못된 것입니다. 그런데 삼일운동은요, 순전한 비폭력이었어요. 세계에 없는 평화시위였어요."
 
고만호 목사의 이런 발언은 역사적 사실과도 부합하지 않고, 바른 역사의식이나 광주시민들의 경험과 기억, 5·18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도 배치되기에 묻는다.
 
?? 5·18민주화운동은 계엄군이건, 시민들이건 '폭력'이 문제였는가?
 
1) 과연 시민군의 무장은 폭력이었는가?
 
고만호 목사는 3·1운동은 '순전한 비폭력'이었고, 5·18은 "민주화운동이기는 하나 끔직한 폭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3·1 운동의 위대성은 '비폭력'에 있다기보다, 일제식민통치에 대해 '민족자주독립과 국권회복을 위한 거족적 저항 운동'이었기 때문이다.

3·1 운동의 1차적 목표는 온 인류에게 '조선은 독립국임과 자주민임을 만방에 선포'한다는데 있었기에 비폭력 평화 시위 기조를 유지하는 건 당연하였다. 하지만 3·1 운동 전 과정이 순전한 비폭력 평화 운동이었던 건 아니다. 평남 강서교회 사건(모락장 유혈투쟁) 등의 사례에서 보듯 일부 지역들에선 일제 헌병과 경찰들의 잔악한 학살 진압으로 시위대와 무력 충돌도 종종 벌어졌다.

더욱이 3·1운동은 조선민족의 무장독립운동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된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1919년 4월 상해임시정부가 세워졌고, 5월 신흥무관학교가 시작돼 수많은 독립군을 배출하였다.

5·18 광주민중항쟁은 군부 쿠데타에 맞서 시민들이 민주화 시위를 벌이다가 계엄군의 무차별 학살이 시작되자 정당방위 차원에서 무장 저항으로 나아간 민중항쟁이다. 전두환을 비롯한 신군부 세력은 12·12 쿠데타를 일으켜 군사 권력을 잡은 후, 정치권력까지 잡고자 느닷없이 계엄을 선포하였다.

이들은 수만 명의 공수부대를 동원하여 대학생, 시민들의 평화로운 시위를 과잉진압하고 총기까지 난사하였다. 시민들은 이런 엄청난 계엄군 학살에 저항하여 파출소 무기고에서 총을 가져와 스스로를 지키고 민주 국가를 수호하고자 하였다. 그런데도 시민들의 정당한 저항 행위를 내란세력의 학살과 동일한 폭력처럼 여기는 고만호 목사의 역사 인식에 어처구니가 없다.

고만호 목사의 논리대로라면 프랑스 대혁명도, 동학농민혁명도, 4 ? 19혁명도, 안중근과 윤봉길 의사의 독립을 위한 의거도 '폭력'으로 지탄받아야할 것이다. 심지어 노끈으로 채찍을 만들어 양과 소, 사람들을 내쫓은 예수님의 예루살렘 성전숙정 사건(요 2:15)도 '폭력'이 되고 만다.

민주국가의 수호를 위해 목숨 걸고 저항한 시민들의 민주화 운동을 그저 '폭력'이란 한 단어로 싸잡아서 폄하하는 건 단순한 몰상식을 넘어 심각한 역사왜곡에 해당한다. 또한 민주사회 발전과 인권신장의 길에도 커다란 걸림돌에 해당한다. 고 목사의 그런 망언이야말로 5 ? 18 유족들에게 가하는 언어폭력임을 모르는가?
 
2) 도청 지하에 쌓아 놓았던 폭약은 폭력과 살상을 위한 용도가 아니었다.
 
당시 도청 지하에 있던 폭약은 시민군들이 계엄군에게 학살당하지 않으려고 방패 용도로 갖다놓은 것이다. 이 폭약의 위험성을 감지한 고 목사의 동기인 문용동 전도사(호남신대 3년)를 비롯한 5명의 애국청년은 상무대 폭약전문팀의 조력을 받아 뇌관분리작업을 하였다.

고 목사는 이 위대한 이야기는 쏙 빼버리고 폭약 설치의 위험성만 들먹였다. 더구나 고 목사가 속한 예장통합 교단은 2016년 정기총회에서 故 문용동 전도사를 '총회 순직자'로 지정하였고 고 목사가 이사장까지 역임한 호남신학대에서 매년 추모예배를 드린다.

고 목사는 12·12 군사정변으로 정권을 찬탈하고 광주 시민들에 대한 학살 만행을 서슴지 않은 신군부 내란세력의 '잔혹한 폭력'엔 이상히도 침묵한다. 5·18 시민군 무장의 정당성은 신군부 세력에 대한 재판과정에서 이미 밝혀졌고 교과서에도 나온다. 또 해마다 국내와 해외에서 5월 민중항쟁 현장을 보고 배우려고 수많은 사람이 광주에 간다.
 
3) 광주시민이 폭력을 자행했고, 과격했는가?
 
고만호 목사는 자신이 직접 보았는데 5·18이 너무 과격했다고 한다. 그는 5·18 당시 광주시내에서 계엄군의 학살 만행에 대해 보지도, 듣지도 못했단 말인가? 당시 광주시내 병원 등지를 다니면서 사망자수를 확인한 증언이 있는데, 피터슨 침례교 선교사는 832명, 윤영규 장로(전교조 지부장 역임)는 1,236명으로 집계했다. 이토록 사악한 국가폭력에 굴하지 않고, 시민들이 정당방위 차원에서 무장하여 계엄군을 외곽으로 몰아낸 사건이 바로 5·18 민중항쟁이다.
 
4) 외부와 철저히 고립된 열흘간의 5·18 광주는 '하나님 나라의 한 모형'이라는 평가가 있다. 고 목사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가?
 
열흘간의 5·18 민중항쟁 기간에 대인시장, 양동시장 어머니들은 주먹밥을 만들어 먹였고, 총상으로 피 흘리는 부상자들을 살리려고 헌혈하는 시민들도 줄을 이었다. 총기가 수천자루가 지급된 가운데서도 항쟁기간 내내 은행과 금은방 같은 가게 등 그 어느 한 곳도 털리지 않았으며 무장 시민군에 의한 단 한건의 파렴치한 범죄도 없었다. 계엄군의 국가폭력에 맞서면서도 사랑의 공동체를 만들어서 광주를 지켜낸 5·18 항쟁은 세계사에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위대한 민중혁명이다.
 
5) 고만호 목사는 계엄군의 극악무도한 '폭력'은 목격하지 못했는가?
 
고만호 목사가 80년 5월 광주에서 목격한 건 광주시민들의 '폭력'뿐이었는가? 계엄군들이 선량한 시민에게 몽둥이질, 총검 난도질, 총기난사, 헬기 기총소사를 한 사실은 보지도 듣지도 못했단 말인가? 고 목사는 계엄군의 잔악한 폭력에 대해서는 왜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는가?
 
?? 고만호 목사는 (시민들이) "교도소를 막 습격했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근거가 있는가?
 
1) 교도소 습격설은 계엄군 측에서 지어낸 허위사실임을 아직도 모르는가?
 
계엄군 측에서는 "80년 5월 21~23일 사이에 6차에 걸친 교도소 습격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계엄사는 "간첩 유낙진의 동생 유영선의 선동으로 시민군이 광주교도소를 습격하여 유낙진과 2,700여 명의 수형자들을 탈출시켜 시민군에 가담시키려고 했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이는 시민군을 '폭도'로 몰고자 신군부가 퍼뜨린 가짜뉴스임이 드러났다. 유낙진 동생 유영선은 그들이 말한 교도소 습격사건 전에 이미 도청 앞에서 총상을 입고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교도소 습격으로 단 한명도 유죄 판결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오히려 교도소를 지키던 제3공수여단의 무고한 양민학살과 교도소 주변 암매장 의혹과 증언들이 속속 제기되는 상황이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고만호 목사는 시민들이 교도소를 습격했다는 말을 함부로 하였다. 이는 5·18에 대한 역사 왜곡이자 허위 사실 유포이며 5·18 민주 영령들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다. 혹시 이에 대해 사과할 의향은 없는가?
 
2) 이처럼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행위가 5·18 영령들과 유가족들, 광주시민들을 두 번 죽이는 언동임을 모르는가?
 
?? "요즈음 한국의 시위는 외국인이 '전쟁 난 것 같다' 할 정도 과격하다"고 언급했는데, 고 목사는 이런 사실을 직접 확인했는가?
 
1) 최근 한국의 시위인 '5·18망언 규탄집회'를 비롯한 2016년 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규탄 전국 촛불시위,' '민주노총집회,' '태극기 부대 시위'에 이르기까지 그 어느 시위가 '전쟁'처럼 과격한가?
 
얼마 전 이집트, 수단, 리비아, 시리아, 알제리, 예멘 등지에서 일어난 중동 재스민 혁명(2011~2012) 시위를 보라! 반정부 시위대나 친정부 시위대나 총은 기본이고 탱크, 전투병, 저격수, 수류탄까지도 동원되는 현실을 우리는 TV나 인터넷에서 보지 않았는가?
 
2) 한국의 수준 높은 평화 시위문화를 전쟁처럼 과격하다고 왜곡한 점에 대해 사과하라!
 
현재 한국의 시위문화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있다. 고만호 목사는 한국의 시위문화에 대해 너무 무지한 게 아닌가? 과거 군부독재 시절 시위가 과격했던 까닭은 독재정권의 경찰이 대부분 먼저 과잉진압을 일삼았고, 관제언론이 시위대의 과격성만 편파적으로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서울 광화문 시위, 노동자 파업시위 등 주요 시위를 보면 구호는 외치고 깃발은 펄럭이나 폭력은 거의 없다. 현재 우리나라 시위문화는 세계 최고수준인 것이다.

지난 '촛불혁명'을 보라! 대한민국 국민 1,700만 명이 촛불을 들고 나와 '이게 나라냐'며 '적폐청산'을 한 목소리로 외쳤지만, 돌멩이 하나 던지지 않고 평화시위로 일관했다. 시위가 끝나면 쓰레기 청소까지 하였다. 그 결과 적폐세력들이 잇달아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고 있지 않는가?

지금은 지만원,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 등이 공공연히 5·18을 왜곡?폄하하는 망언을 쏟아내 전 국민적 분노가 들끓는 시점이다. 고 목사는 왜 하필 이런 비상한 시기에 5·18을 폄하하는 설교를 하였는가? 단지 우발적 실수라 넘기기에는 너무 의도적으로 보인다. 고 목사는 5·18 폄하 설교에 대해 공개 사과하라. 그러지 않으면 양심 있는 교계인사들이나 5월 단체는 결코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
 
?? 고만호 목사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나도 직접 최루탄 가스 마시면서 당시 현장에 있던 피해자 중의 한 사람"이라 말하는데, 최루탄 가스를 마셨으면 5·18 피해자인가?
 
총기를 난사하고 헬기 기총소사를 벌이고, 백주대낮에 선량한 시민들을 마구 몽둥이질하고 총검으로 찌르고 죽이는 엄청난 국가폭력 현장에서 최루탄 좀 몇 번 마셨다고 "나도 피해자"라니! 5·18 부상자와 희생자, 가족 잃은 유족들에게 부끄럽지 않는가? 민주시민들은 5·18 이후 민주화 과정에서 20여년 이상을 최루탄 가스를 수시로 마시며 살아왔다. 고만호 목사는 사실 왜곡과 가치판단이 심각하게 비뚤어진 5·18 폄하 설교에 대해 반드시 공개 사과하라.
 
□ 우리의 요구
 
1. 고만호 목사는 위의 4개 항목 물음에 대해 성실히 답변하라!
2. 고만호 목사는 3월 말까지 주일 예배 설교에서 5·18 폄하 발언을 사과하고
성서에 기초한 5·18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의미를 성도들 앞에 분명히 밝히라.
3. 교회 홈페이지에 해당 설교 영상을 공개하라.
4. 고만호 목사는 시무하는 교회에서 매년 5·18 추모예배를 실시하라.
5. 5·18 단체(부상자동지회, 유족회, 5·18 재단 등)를 만나 사과하라.
 
2019. 3. 21.

(사)전남여성인권지원센터, 5·18역사왜곡처벌광주범시민운동본부, 5·18역사왜곡처벌나주시국회의, 5·18역사왜곡처벌전남시국회의, 가재울녹색교회(양재성 목사), 강남향린교회(김경호 목사), 강현태 의원(민주당 여수시의원), 고흥세곡교회, 광양 어치교회(김재검 목사), 광주 메이홀 & 이매진 순례자학교(임의진 목사), 광주 새길교회, 광주 슬기교회, 광주 서정교회, 광주 자유교회, 광주 참사랑교회, 광주기독교교회협의회(NCC), 광주노회인권위원회(PCK), 광주복음교회(안상순 목사), 광주전남민주화운동동지회(광민회), 국민TV 전남동부, 기독여민회, 기쁨교회(홍기원 목사), 기장 전북노회 정의평화위원회, 남녘교회(전진택 목사), 대구새민족교회(백창욱 목사), 대기리교회(황현수 목사), 모퉁잇돌교회(김기원 목사), 목포산돌교회, 무등교회, 민중당 여수시위원회, 부드러운직선교회(박일남 목사), 생명평화정의 전북기독행동, 서울 성수삼일교회, 성공회 광주교회(김경일 신부), 성공회여수교회, 성남 열린교회(서덕석목사), 성자 이공 수도원, 수원갈릴리교회(이종철 목사), 순천 하늘빛 교회(김성근목사), 순천하늘씨앗교회(최성진 목사), 여수 갈릴리교회(김순현목사), 여수솔샘교회, 여수시 의회 문갑태의원, 여수시민감동연구소, 여수연대회의, 오월어머니집, 옥매교회(전상규 목사), 용인 한우리 공동체(김상희), 용인 새누리교회, 용학교회(신민주 목사), 이상우 의원(민주당 여수시의원), 일하는예수회(PCK-URM), 전국농촌목회자협의회, 전국예수살기(대표 조헌정 목사), 전남노회인권위원회(PCK), 전남동부기독교교회협의회(NCC), 전북기독교교회협의회(NCC), 전북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전주YMCA, 정의당 여수시위원회, 제천 양화교회(김형국 목사), 지리산 산청교회(조한우목사), 청계서부교회(황인갑 목사), 평창 사천교회(김영현 목사), 한국기독교농촌목회자연대회의 회장 박승규 목사(해남신기교회), 호신교권회복대책위원회, 홍천 작은촛불교회(박성율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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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뉴스앤조이, 여수넷통, 이프레스에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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