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직 금지·영리행위 제한' 모르쇠..비리 키우는 지방의회

배명재·박용근·박준철·권순재 기자 2019. 3. 21. 21:1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ㆍ전국 243개 의회 중 39곳만 ‘이해충돌’ 회피 조례 이행

어린이집 대표 겸직·소속 상임위 연관 사업체 운영 등 버젓이 세부 규정 이행률, 충북 58% ‘최고’, 서울·대전·세종·제주 ‘0’ 권익위, 연말까지 이행 점검…반칙·특권 차단 제도 보완 시급

인천 연수구의회 ㄱ의원은 어린이집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현재 95명의 원아가 다니는 이 어린이집은 지난해 정부 보조금 등으로 2억9000여만원을 받았다.

충남 태안군의회 전 의원 ㄴ씨는 2014~2017년 임기 중 자신과 배우자 등이 공동운영하는 업체에 태안군의 각종 공사·물품 등 25건을 수의계약하도록 해 2억5915만원 매출을 올렸다. ㄴ씨는 임기 종료 7일 전에도 840만원 상당의 전기공사를 계약했다.

모두 선출직 공직자가 회피해야 할 ‘이해충돌’ 사례이다. ㄱ의원 행위는 지난 19일 국민권익위원회가, ㄴ씨의 영리활동은 지난해 8월 감사원이 제도개선 대상으로 각각 지목했다. 행정안전부는 2018년 8월 기초의회 의원은 어린이집 대표를 겸직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전북도의회 ㄷ의원은 완주에서 추진되는 대규모 공원 개발사업 참여업체 2곳에 지분 16%, 18%씩을 갖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 시민단체들의 사퇴 요구를 받고 있다. ㄷ의원은 공원묘지 업무소관인 환경복지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런 ‘이해 상충 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국민권익위는 2015년 10월 광역·기초의회에 겸직금지·영리행위제한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조례를 제정토록 권고했다. 이후 3년여가 지났지만 의회 대부분이 여전히 자정장치를 외면하며 부패구조를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익위는 “전국 243곳 지방의회 가운데 16%인 39곳이 권고 내용을 조례를 통해 이행하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권익위는 지난해 8월부터 지난 8일까지 현지점검을 통해 겸직신고 후 검증·공개 여부, 부당 겸직자 사임권고, 수의계약제한 대상자 파악, 공공단체 관리인 회피, 비리 징계기준 설정 등 7가지 세부규정을 기준으로 이행 여부를 살폈다.

점검 결과에 따르면 17개 광역의회 중에는 울산시의회와 강원도의회가 이들 세부규정 이행을 완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수가 110명으로 가장 많은 서울을 비롯, 전남·경북·경남·제주 등 10곳 시·도의회는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부산·경기·전북·충북·충남 등 5곳은 겸직신고 규정 일부를 보완했으나 수의계약제한 장치를 두지 않아 겉치레 수준에 그쳤다.

기초의회 226곳 가운데는 부산 해운대, 경기 수원·김포·남양주, 인천 옹진, 대구 달성, 광주 광산구·동구·서구, 강원 춘천·철원, 충북 충주·옥천·괴산, 충남 공주·천안·보령, 전북 전주·완주·김제, 전남 함평, 경북 경주·울릉, 경남 의령·함양 등 37개 의회가 이행했다.

25개 의회를 둔 서울시 기초의회 가운데는 중구만 일부 조치를 이행했을 뿐, 나머지 24곳은 이행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지역별 이행률은 충북이 58.3%로 가장 높고 광주(50.0%), 충남(31.3%), 전북(26.7%), 경기(21.9%), 강원(21.1%), 울산(16.7%)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대전·세종·제주 등 4곳은 0%였다.

권익위는 모범사례도 제시하며 연말까지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광주 광산구·옥천군 등 2개 의회는 연 1회 이상 허위·불성실 여부를 점검하고 홈페이지에 겸직현황을 공개하고 있다. 또 전북 김제시의회는 겸직신고를 할 때 영리·비영리를 가리지 않고 모두 신고하도록 했다. 부산 해운대구와 광주 광산구의회, 충북 괴산군의회는 겸직하는 일이 없어도 ‘겸직사실 없음’을 신고토록 했다.

경기 남양주시·충북 옥천군·충남 천안시 등 46곳 의회는 수의계약을 차단하기 위해 의원 본인과 배우자의 직계 존·비속의 이름·생년월일·사업자등록번호 등을 제출토록 했다.

권익위는 다음달 중으로 권고사항 이행 유도를 위한 부처·기관 회의를 열고, 연말까지 이행현황을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배명재·박용근·박준철·권순재 기자 ninaplu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