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왕종명 앵커, "장자연 리스트 누구냐" 윤지오에 실명 요구 논란

[경향신문]

지난 18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쳐

MBC 메인뉴스 ‘뉴스데스크’가 고(故) 장자연씨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나선 윤지오씨에게 ‘장자연 리스트’ 속 인물들의 실명을 공개할 것을 거듭 요구해 논란을 빚고 있다. 윤씨가 신변의 위협을 호소할 정도로 압박받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실명 요구를 했다는 것이다.

‘뉴스데스크’는 지난 18일 장자연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로서 공개증언을 이어가고 있는 윤씨를 스튜디오로 불러 인터뷰했다. 이 자리에서 왕종명 앵커는 윤씨에게 검찰에 진술한 방씨성을 가진 ‘조선일보’ 사주일가 3명과 특이한 이름의 정치인을 실명으로 공개할 수 있는지 거듭 물었다.

윤씨는 이에 “지난 10년간 미행에도 시달리고, 수차례 이사도 하고 해외로 도피할 수밖에 없었다. 또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하면 전 증언자·목격자 신분이 아니라 피의자가 돼 명예훼손에 대한 배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씨의 거부에도 왕 앵커는 “검찰 진상조사단에 (이름을) 말하는 것과 생방송 뉴스에서 공개하는 것은 다른 차원”이라며 “생방송 뉴스 시간에 이름을 밝히는 것이 진실을 밝히는 데 더 빠른 걸음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는가”라고 재차 실명 공개를 요구했다.

윤씨는 왕 앵커의 질문에 “제가 발설하면 책임져주실수 있나. (인터뷰는) 단지 몇 분이고 그 후로 저는 살아가야 하는데 살아가야 하는 것조차 어려움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라고 다시금 거부의 뜻을 밝혔다. 윤씨는 그러면서 “(리스트에 대해선) 검찰과 경찰에 일관되게 진술해왔다. 검찰, 경찰이 밝혀내야 할 부분이고 공표를 하고 말씀해주셔야 하는 부분이 맞다. 일반 시민으로서 또 증언자로서 제가 말씀드릴 수는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시청자들은 왕 앵커의 무리한 진행을 지적하며 비판하고 있다. 윤씨가 신변의 위협, 명예훼손 고소 우려 등을 호소하며 거절의 의사를 밝힌 뒤에도 실명공개를 압박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MBC의 의견수렴 창구인 ‘MBC에 바란다’ 게시판 등에는 MBC와 왕 앵커의 공식사과와 앵커 교체 등을 요구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