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고기의 개념이 바뀐다..'대체육' 한국 시장 진입 본격화

강경주 2019. 3. 18.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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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문제, 개인적 신념 등 다양한 이유로 대체육 관심 급증
국내에선 동원F&B, 헬로네이처 '비욘드미트' 도입

[ 강경주 기자 ]

사진=비욘드버거 홈페이지 캡처


고기 없이 먹는 고기인 '대체육'이 한국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인구증가, 환경문제, 개인적 신념 등 다양한 이유로 대체 식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18일 BGF리테일의 온라인푸드마켓인 '헬로네이처'는 식물성 고기인 '비욘드미트(Beyond Meat)'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비욘드미트는 실제 고기가 아닌 콩, 버섯, 호박 등에서 추출한 식물성 단백질을 천연 효모, 섬유질 등과 배양해 고기 특유의 식감과 육즙의 느낌까지 구현한 대체육이다.

2009년 캘리포니아에서 창업한 비욘드미트는 미국 전역 2만7000여 소매점과 식당에 대체육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2013년 4월 닭고기 대체육을 선보였고 2014년엔 쇠고기, 2015년엔 햄버거 패티, 지난해 1월에는 소시지 대체육까지 출시하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헬로네이처가 이번에 출시한 비욘드미트는 소고기 패티 형태의 '비욘드버거(2입, 1만1900원)'다. 헬로네이처 가공1팀 신지은 팀장은 "전 세계 대체육 시장은 2010년 1조 원에서 2020년 3조 원이 넘는 규모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원F&B는 지난달 25일 국내 식품업체 중 최초로 비욘드미트를 도입하고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자체 온라인몰인 '동원샵'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대형마트 등 유통망 입점만 남겨둔 상태다. 유통점 입점 시기는 3~4월 중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에 출시된 제품은 '비욘드버거', '비욘드치킨스트립', '비욘드비프크럼블' 3종이다.

동원F&B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육류 소비량이 아시아 최대 수준이며 최근 매년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을 정도로 육류 제품에 대한 수요가 많다"며 "채식주의자들과 개인적 신념으로 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들이 큰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대체육이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 육류에 비해 친환경적이고 축산업이 갖는 잔혹성 논란으로부터도 자유롭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UN 환경보고서에 의하면 가축은 전 세계에서 나오는 온실가스의 15%를 배출한다. 과학자들은 2050년까지 육류 소비가 70% 더 늘어나고 온실가스 배출도 92%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환경운동가들은 생태 보존을 위해서라도 육류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대안으로서도 기대된다. 국제채식인연맹(IVU)은 2017년 기준 전 세계 채식인구가 1억80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전체 인구의 2~3%인 100만~150만명이 채식을 하고 엄격한 채식주의자인 '비건'도 5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채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은 2010년 150여 곳에서 2018년 350곳으로 늘었다.

전통적인 고기 공급을 이끌던 글로벌 식품산업 공룡들도 잇따라 대체육 업체에 투자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육가공업체인 타이슨 푸드(Tyson Foods)는 2016년 비욘드미트 지분 5%를 매입했고 카길(Cargill)은 콩 단백질 생산업체 퓨리스(PURIS)에 투자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빌 게이츠도 관련 업체에 투자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대표가 비욘드미트에 투자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미국 축산협회는 대체육을 '가짜 고기'라고 정의 내렸다. 이들의 로비로 미국 미주리주는 지난해부터 가축에서 나온 게 아니면 '고기(meat)'로 표시하지 못하게 하는 법률을 만들었다.

온실가스 저감 효과에 대한 의문성도 제기됐다. 지난달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가축이 대체육보다 온난화 유발 효과가 덜하다고 발표했다. 가축이 내뿜는 온실가스인 메탄은 온실효과가 이산화탄소보다 25배 강하지만 1000년이나 지속되는 이산화탄소와 달리 12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사라진다는 것이다.

서울대학교 푸드비즈니스랩 소장을 맡고 있는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미국에서 비욘드미트를 접해보니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식감과 맛이 실제 고기와 똑같았다"며 "소비자들 사이에서 대체육에 대한 호기심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축산업계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소와 돼지를 길러서 먹는 고기가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마케팅할 것이고 대체육업계는 건강함과 환경 보존을 내세워 시장을 공략할 것이기 때문에 두 업계간 충돌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며 "기존의 고기 시장을 완전히 바뀌지는 않겠지만 대체육의 등장으로 고기에 대한 개념이 재정립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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