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창·고·용 "몸집 걸맞게 행정·세수 확대"..광역도와 갈등 불씨

경태영 기자·이상호 선임기자 2019. 3. 17.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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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인구 100만 넘는 4곳 ‘연합전선’…특례시 논의 급물살
ㆍ특례시로 지정되면 행정·재정 권한 획기적으로 늘어
ㆍ지정 여부 따라 기초연금 등 시민 복지혜택도 달라져
ㆍ소도시들 “역차별”…특례시 노린 이합집산 가능성도

인구 100만명 이상으로 정부가 정한 특례시 요건에 해당하는 고양·수원·용인·창원시 관계자들이 ‘특례시 추진 공동대응기구’를 결성하고 지난해 9월12일 경남 창원시청에서 출범식을 열고 있다. 수원시 제공

울산광역시에서 공시지가 5억원짜리 주택에 사는 70대 ㄱ씨는 금융재산과 소득이 없어 기초연금으로 월 15만4000원씩 받는다. 그러나 ㄱ씨가 경기 수원의 같은 가격 주택으로 이사오면 기초연금을 받지 못한다. 울산은 대도시로 분류돼 기본재산공제액이 1억3500만원이나 수원은 중소도시로 공제액이 8500만원으로 주거용 재산 인정 한도액이 광역시에 비해 낮게 책정돼 있어 수급자 선정에서 탈락할 수밖에 없다. 결국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복지혜택이 달라지는 셈이다.

수원(인구 124만여명)은 울산(117만여명)보다 인구도 많고 주택가격·전세가 등도 비싸나 중소도시(기초자치단체)로 분류돼 시민들이 불이익과 차별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기준은 국민기초생활보장, 차상위 장애인·자활, 한부모가족, 긴급지원 등 사회복지 전반에 적용된다.

수원은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가장 인구가 많지만, 공무원 수는 3234명(2018년 12월 말 기준)으로 울산광역시(6363명)의 절반 수준이다. 마산과 창원, 진해의 3개 시가 통합된 창원시도 인구나 면적, 지역 내 총생산 등에선 광역시 못지않지만, 현행법상 기초자치단체로 분류돼 행·재정 권한에서 차이가 현격하다.

한국의 행정구역은 광역과 기초 자치단체의 2계층제다. 17개 광역지자체 외에는 226개의 시·군·구가 규모에 관계없이, 인구 4만3731명의 충남 계룡시와 인구 124만여명의 수원시가 기본적으론 동일한 행정체계로 움직이고 있다. 이 같은 불균형을 개선하자는 취지로 특례시 논의가 시작됐다.

■ 광역시보다 큰 기초시 ‘반발’

현 지방자치법 제2조(지방자치단체의 종류)는 한국의 지방자치단체를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특별자치도 등 광역단체와 시·군·구 등 기초단체의 두 종류로 구분하고 있다.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 인구 50만명 이상 기초자치단체는 서울과 경기를 중심으로 23곳에 불과하다. 이 중 수원시와 창원시(107만명), 고양시(105만명), 용인시(105만명) 등 인구 100만명 이상 기초지자체는 4곳이다. 나머지 200여개 지자체 중 인구 10만명 미만인 곳도 92곳이나 된다. 지방자치법상 광역시 승격에 대한 명문화된 법적 요건은 없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인구가 100만명을 넘으면 광역시로 승격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인구 100만명 도시들이 나타나면서 광역시 승격을 시키지 않는 것이 기조가 됐다. 정부는 1997년 울산시의 광역시 승격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광역시 승격을 승인하지 않고 있다. 당시 자체 인구가 100만명이 안되었던 울산시는 1995년 주변의 울주군을 통합해 인구 101만명을 만든 다음 광역시로 승격했다.

그러나 2002년 수원시가 인구 100만명을 넘었지만 광역시 승격을 시켜주지 않았고, 경남에서도 마산·창원·진해가 통합돼 인구 100만명이 넘는 창원시가 생겼지만, 여전히 기초자치단체로 묶여 있는 상황이다. 현재 인구 100만명이 넘는 수원·고양·용인·창원시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위는 기초자치단체지만 광역단체에 준하는 행정권한 및 재정권한을 요구하는 ‘특례시’ 제도를 들고나왔다.

■ 특례시 되면 어떤 점이 달라지나

이들 도시는 ‘특례시’로 지정되면 일단 행정·재정적 측면에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크게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30일 행정안전부가 밝힌 지방자치법 개정안에는 특례시라는 행정명칭 부여와 사무특례 확대 두 가지 내용만 담겨 있을 뿐 재정특례에 대한 얘기는 없다.

그러나 수원·용인·고양·창원시가 2013년 시행한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의 자치분권 모델 연구’ 용역에 따르면 재정특례가 부여될 경우 재정수입이 현재보다 획기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 용역에서는 지역자원시설세와 지방교육세를 특례시 세목으로 분류하고, 취득세·등록세·면허세·레저세·지방소비세를 공동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광역시세는 모두 9가지이지만, 기초시는 주민세·재산세 등 5개 지방세밖에 못 받고 있다. 징수교부금 역시 도세 중 3%를 돌려받는 데 그친다. 그러나 특례시로 지정돼 특례시 세목을 만들고, 도세인 취득세·등록세 등을 광역자치도와 공동과세하게 되면 추가 세수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도세인 취득세·등록세 등을 광역도와 공동과세하게 되면 수원과 용인의 경우 연간 3000억원의 추가 세수가 예상된다. 특례시 세목을 전환할 경우 수원·용인·고양 등 3개 대도시는 1000억원가량의 세수 증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특례시로 지정되면 광역도를 통하지 않고도 중앙정부와 직접 교섭해 정책 결정을 신속히 할 수 있고, 도시재생 뉴딜이나 대규모 재정투자사업을 단독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행정조직이 늘어나고 시장 권한도 확대된다. 부시장이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늘어나고 3급 자리는 1개에서 3개로, 실·국 수는 5개에서 7개로 늘어난다. 지방연구원 설립과 시의회 승인을 얻어 지방채 발행도 가능해진다.

■ 다른 지자체들과 갈등 요인도

특례시 지정과 관련, 해당 지자체들은 사활을 걸고 노력하고 있지만 주변 지자체들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갈등의 불씨도 안고 있다. 더 많은 권한과 재정, 자율성을 보장받으려는 과정에서 현재의 권한을 이양해야 하는 광역도와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특례시 지정 요건에 따라 탈락한 도시의 소외도 우려된다. 규모가 작아 특례시가 되지 못하는 지자체들의 역차별 가능성과 함께, 지자체 간 이합집산으로 특례시가 되려는 움직임도 가속화할 수 있다.

워낙 민감한 문제인 만큼 주도적으로 논의를 주도해야 할 행안부도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특례시 신설이 포함된 정부의 지방자치법 개정안은 현재 법제처에서 심사하고 있다. 법제처 심사가 마무리되면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에 상정된다.

정부의 개정안에는 특례시로 넘겨지는 국가 위임사무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 ‘특례시’라는 명칭을 부여한다는 내용만 정해져 있다. 이 때문에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에도 위임사무 범위를 두고 정부와 특례시 간의 갈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도세인 지방소비세와 취득세 등 광역자치단체의 재정과 직결된 권한과 인사권 등을 놓고 소속 광역자치단체와 특례시 간의 다툼도 우려된다. 행안부는 “현재 관련 부처가 위임사무 발굴을 위해 협의 중이며, 최대한 국가사무를 특례시에 넘기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9월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원회가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특례시에는 국가사무 39개를, 인구 50만명 이상 대도시에는 특례로 국가사무 150개 등 총 189개를 이들 자치단체에 넘겨주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향후 위임사무 결정 과정에서 이 의견이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태영 기자·이상호 선임기자 kye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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