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석규, '우상'을 위한 변 [인터뷰]

최하나 기자 2019. 3. 17.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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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 한석규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제가 먼저 여러분에게 묻겠습니다. '우상', 어떻게 보셨습니까."

배우 한석규는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취재진의 눈을 일일이 마주하며 이렇게 물었다. "어렵다"는 대답이 나오자, 한석규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이 "충분히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 '우상'(감독 이수진·제작 리공동체영화사)은 관객들에게 친절한 영화는 아니다. '우상'은 아들의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 남자와 목숨 같은 아들이 죽고 진실을 쫓는 아버지, 그리고 사건 당일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진 여자까지, 그들이 맹목적으로 지키고 싶어 했던 참혹한 진실을 그린 영화. 매 장면엔 메타포로 가득하고, 그 의미를 유추할 수 있는 단서들은 턱없이 부족하다. 영화를 한 번 봐서는 절대 인물의 행동과 극의 흐름을 단번에 파악하기 매우 힘들다.

아들의 사고로 벼랑 끝에 몰리게 된 도의원 구명회 역을 맡아 연기하는 동안 한석규도 "어렵다"는 말을 현장에서 달고 살았단다. 한석규가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영화가 제작될 수 있을까. 완성될까"라고 생각할 정도로 이수진 감독이 펼쳐 놓은 '우상'의 세계는 지독하리만치 치밀했다. 각자의 우상을 향해 달려가는 구명회(한석규), 유중식(설경구), 최련화(천우희)의 이야기가 예측할 수 없는 전개 속에 펼쳐지는 과정에서 잠깐 나오는 단역 조차 허투루 쓰이는 법이 없다.

세 인물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도 벅찬데, 의미심장하게 대사를 툭 치고 나가는 주변 인물들까지 신경 써야 한다는 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여기에 우상에 홀려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세 인물이 어떠한 파국을 맞는지를 보여주며, 우상에 대한 사회적인 메시지까지 담아냈으니 영화를 관람하며 파악해야 할 것들이 과할 정도로 많다. 이에 한석규는 "담아내고자 하는 이야기 자체가 꽤 컸고, 그걸 완성시키기 위해 등장인물이 많았다"면서 "스쳐 지나가는 것 같지만 등장인물 모두 퍼즐과 같은 답들을 던진다. 그게 어렵다고 말씀하셨는데, 전 공감한다고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연신 "어렵다"고 말했으나, 한석규가 연기하는 구명회는 비교적 다른 인물보다는 명확하다. 이는 한석규가 '우상'에 임하는 자세에서 비롯된 결과였다. 한석규는 "어려움은 제 안에서 다 삭히고, 표현은 쉽게 하자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했다. 인물의 서사와 작품의 메시지에서 비롯된 소요들을 제 속에서 갈무리한 한석규는 이를 연기로 풀어내 구명회를 뚜렷이 묘사해냈다.

구명회는 '성공한 정치인'이라는 자신이 정한 '우상'을 놓지 않기 위해 끝없이 비겁한 선택을 한다. 온화한 미소와 올바른 가치관으로 VIP의 정책을 반대하는 등 유권자들의 호감을 사는 정치이지만, 그 이면엔 성공에 대한 맹목적인 집착으로 가득한 인물이기도 하다.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최련화를 은밀히 찾아 없애려 하거나, 목적을 위해서라면 천륜까지 끊어낼 정도로 저열하다. 한석규는 그런 구명회를 '차갑게 시작해 뜨겁게 끝나는 인물'로 그려냈다. 처음엔 아들의 사고 소식을 접하고 냉철하게 상황 판단을 하지만, 끝없이 위기가 몰려오자 점차 폭주하는 등 양극단을 오가는 감정선을 깊은 연기 내공으로 소화해낸 한석규다.

구명회를 통해 자신을 반추하기도 했다. 한석규는 "별로 멋있지도 않은 인물을 하고 싶었던 건 왜 그런 비겁한 행동을 했는지, 끝없이 바보스러운 반응만 해대면서 끝까지 달려가는지 풀어내 보고 싶었다"면서 "그런 모습이 낯설지 않은 모습이기도 하다. 어쩌면 나의 모습일 수도 있다. 제 스스로도 늘 점검해보기도 한다"고 했다.


"연출이라는 작업은 완성하는 작업이 아니라 포기하는 작업이에요. 뭘 완성해 가는 작업이 아니라 머릿속에 있는 걸 하나씩 포기하는 작업을 해야 합니다. 여태까지 많은 작업을 한 결과 연출은 완성의 작업이 아니라 포기와 타협이 훨씬 많은 작업이더라고요."

인터뷰 내내 질문을 받지 않고 스스로가 느낀 어려움과 이에 대한 변을 늘어놓은 한석규. 이는 모두 '우상'을 향한 한석규의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바람이 있다면, 관객분들이 각 인물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셨으면 합니다. 그렇다면 영화가 별로 어렵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우상|한석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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