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 인터뷰③] "마이크 내려놓은 이유, 지도자 교육 받은 이유"

한준 기자 2019. 3. 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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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티비뉴스와 단독 인터뷰를 가진 이영표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글 한준 기자, 영상 한희재 기자, 편집 스포츠타임] 현역 은퇴 이후 마지막 클럽이었던 밴쿠버 화이트캡스에서 축구 행정 실무를 보며 공부하던 이영표(42)는 방송 해설위원으로 국내 팬들을 만났다. 밴쿠버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에 들어온 이영표는 해설위원 마이크도 내려놓고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3년 전 시작한 사회적 기업 운영과 더불어 지난 2월 C급 지도자 강습회를 들으며 지도자 라이선스 취득에 나섰다. 지도자의 길에 들어서는 것이냐고 묻자 이영표는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치고 싶어서”라고 했다.

특급 선수를 육성하고 싶은 계획은 아니다. 그는 여전히 한국 축구의 환경 개선에 관심이 많지만, 직접 하려는 일은 축구계를 넘어 한국 사회 전체를 향한 일이다. 이영표는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들이 금전적 문제에 구애받지 않고 축구를 배울 수 있는 아카데미 설립을 준비 중이다.

“개인적으로 제가 축구를 통해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고 사랑을 받았어요. 그래서 축구에 헌신해야 한다는 사명감은 분명 있는 거 같아요. 축구를 했던 사람이라면 모두가 다 그럴 것 같아요.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냐고 했을 때,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쳐주는 것이었어요. 사실은 우리를 응원하고 축구 선수들을 지지하고 사랑해주신 분들은 축구인들이 아니라 일반 팬들이었거든요, 국민들. 팬들이 우리에게 엄청난 사랑도 주고, 그랬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이 엄청난 혜택도 받고 저도 마찬가지지만 축구에 뭔가 되갚아야 한다는 생각 전에 먼저 이 사회에 되갚을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해설위원으로 보낸 5년의 생활을 마무리한 이영표에게, 해설위원의 경험과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 해설을 그만두었다. 두 번의 월드컵을 해설하며 많은 인기를 모았는데?

“해설을 통해서 지난 5년 동안 가장 좋았던 것은 월드컵 현장에 가서 축구를 볼 수 있었다는 점. 또 한 가지는 경기장 안에서뿐 아니라 밖에서 어떻게 경기를 준비하고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를 가까이서 본 것이에요. 항상 결과를 보면서 이야기 하기 때문에 선수나 감독보다는 훨씬 쉬운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방송은 항상 생방송으로 진행되고 그렇기 때문에 가끔씩 하지 말아야 할 말도 거르지 못하고 하게 된다는 위험성이 있기도 합니다.”

- 해설하기 잘했다고 느낀 적이 있다면?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하면 해설을 하는 입장에서도 신이 나고 재미가 있습니다. 칭찬과 긍정적인 이야기들로 즐겁게 방송을 할수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경기가 잘 풀리지 않거나 패배 했을때 그래서 그 원인을 찾고 잘못된 점을 언급하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 입니다. 그것이 해설자가 해야하는 역할이지만 솔직히 하고싶은 역할은 아니니까요. 적절하게 어느 선까지 언급해야 할 건지, 어떤 방법으로 문제점을 말하는 게 좋은지, 어디까지 들추고 지적해야 하는지.. 이런 것들은 해설할 때 마다 갈등이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사실 좋은 해설자는 아니였습니다..”

- 두 번의 월드컵을 중계했는데, 독일전에 많이 감정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월드컵 가까이에서 선수들이 상당히 힘들어 하는 모습을 봤습니다. 첫 번째, 두 번째 경기가 끝났을때 선수단이 느끼고 있는 부담감이나 스트레스가 나의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물론 동시에 열심히 응원하고 실망한 축구팬들의 감동도 동시에 느껴졌죠. 그 사이에서 독일전은 저도 모르게 간절함이 느껴졌습니다. 독일이라는 그런 팀을 우리가 2-0으로 이길 수 있다. 그런 감정들이, 선수 생활하면서 특히 2002년 월드컵이나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16강 갔을 때의 느낌이 났어요. 우리가 실력은 좀 부족하지만 다른 어떤 걸로 하나가 됐을 때 이렇게 좋은 경기 할 수 있었지. 우리 보다 강팀을 어렵게 만들 수 있었지, 그 선수 때의 감정과 중계가 일치가 된다고 느끼니까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 해설위원을 그만두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이영표 ⓒ한희재 기자

- 어떻게 보면 하나의 커리어가 끝난 셈입니다. 어떤 경험이었나요?

“아주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방송은 했던것이 좋았고 아주 가까이서 두번의 월드컵축구 결승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방송을 그만둔다고 했을때 결국 저를 위해 제 의견을 존중해준 KBS스포츠국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 C급 지도자 강습에 참가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지도자 준비에 나서는 것인가요?

“지도자 준비를 하기 위해 C급을 받은 건 아닙니다. 한 가지 제가 하고 싶은 것 중 하나가 어린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쳐 주는 것 입니다. 보통 한달에 8만원에서 12만원 정도의 돈을 내고 축구를 배우는 데, 환경적으로 축구를 배울수있는 환경이 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쳐 주고 싶었습니다. 축구를 하고 싶은데 최소한 돈이 없어서 못하는 아이를 줄여보자. 기회의 공평을 제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지도자 라이선스가 필요해서 하게 됐죠.”

- 지도자 교육을 들어보니 어떻던가요?

“축구를 하는 것과 가르치는 것이 얼마나 다른지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됐습니다. 예를 들어 경기장 안에서 어떤 문제가 생기면 선수로서 어떻게 해결 해야하는지 즉각적으로 알 수 있는데, 지도자 입장에서 선수에게 경기장 안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떤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이번 강습회에서 C급 강사님들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문제 푸는법을 가르쳐야 하는지 많이 배우고 왔습니다. 상당히 감사하고 많이 배울수 있었던 시간 이었습니다.”

- 팬들은 지도자 교육에 들어갔다는 소식에 코치나 감독직을 맡는 것에 대해서도 기대를 했는데, 장차 계획은 없나요?

“지도자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는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많은 분들이 제가 해설하는 모습을 보고 감독을 하면 잘 할거라고 말하지만 해설을 하는 것하고 진짜 감독을 해서 누군가를 지도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C급이면 사실 초등학교 지도이기 때문에 아주 기본적인 거거든요. C급 강습하며 느낀 것은, 강사분들의 수준이 저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높았습니다.”

- 예전에는 국가 대표급 선수들이 유럽에 진출했는데, 최근에는 이강인, 정우영 같은 선수들이 유럽 톱 클럽에서 뛰고 있습니다. 두 선수는 어떻게 보시나요? 어린 나이에 유럽에 가는 유소년 선수들에 대한 생각은?

“두 명의 선수들이 플레이 하는 모습을 많이 보진 못했지만, 잠깐씩 보면서 느낀 것은 어디서든 팀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경기를 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한 선수를 드리블로 제쳐 낼수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어린 선수들은 매일같이 발전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큰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어린 선수들에게 지나치게 관심을 갖는 우리의 문화가 두 선수에게 부담이나 스트레스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는 합니다. 20세 23세 연령대 대표팀을 뛰어넘어 성인대표님에 뽑히는 것이 장점도 많지만 반대로 안좋은 점도 상당히 많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소년등과를 경계하는 편이라서 그런지 어린선수들의 이른 성인대표팀이 선수들에게 생각의 깊이와 넓이를 넓혀주고 자신감을 불어넣어 급성장 시킬수 있는 장점은 분명히 있지만 동시에 어린 나이에 엄청난 부담감을 지워 더이상 성장하지 못하게 되지는 안을까 하는 걱정도 됩니다.”

▲ 한국인 선수의 유럽 도전사를 새로 쓰고 있는 이강인 ⓒ연합뉴스/PENTA PRESS

“어린 나이에 유럽에 나가 축구를 하는 것은 아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생각보다 부작용이 상당히 많아요. 제가 영국에 있을 때에도 엄창나게 많은 아이들이 축구 유학을 하고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과 부모들은 큰 상처를 입고 한국으로 돌아갔습니다. 지금도 우리가 모르는 수없이 많은 아이들이 생각과 다른 현실 앞에서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몇몇 극소유의 성공사례가 눈에 보이는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 그러면 결국 한국에서 잘 키우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우리가 왜 유럽에 나가서 배우려고 하느냐, 환경이 좋고 잘 가르치기 때문이잖아요. 간단하게 유럽의 좋은 환경과 지도자가 있다면 데려오고 한국에서 만들어주면 되잖아요, 그게 최고인 거죠. 그런 방법이 나가서 각자 매년 수천만원 쓰는 것보다, 여기에 좋은 지도자를 데려오고 좋은 환경을 만들어서 여기서 배우면 그게 훨씬 더 이득이라는 거죠. 선수에게도 마찬가지고 경제적으로도 마찬가지고.”

- K리그나 유소년 클럽에 외국인 지도자가 더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저는 당연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환경이 다른 곳에서 축구를 배웠기 때문에 시각이 다릅니다. 축구에 정답이 없기 때문에 한 장면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죠. 이러한 다양한 시선을 우리 선수들에게 전수할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한국축구의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 요즘 한국 선수들이 유럽이 아닌 중동, 중국으로 향하는 것에 대한 논란이 큰데, 그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봐야 하나요?

“누구나 다 직업 선택권이 있는 것처럼, 선수들의 선택 자체를 뭐라고 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15년 전 까지만 해도 가까이 일본을 제외하고는 한국선수들이 해외에 나갈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일본 뿐만 아니라 중국과 중동 그리고 미국과 동남아시아 까지 선수들의 선택의 폭이 굉장히 넓어 졌습니다. 선수들의 선택을 존중하지만 확실하게 말할수 있는것 유럽축구에서 배울수 있는 것들이 훨씬더 풍부하고 많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 은퇴 후 지도자나 구단, 협회에서 일하는 게 일반적인데, 앞으로 계획은?

“개인적으로 저는 축구를 통해서 많은 것들을 얻었고 그것은 저에게 일종의 책임감으로 남아 있습니다. 보다 더 많은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쳐주고 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삶을 사는 것이 저의 바램입니다. 축구 아카데미나 사회적기업도 모두 같은 맥락에서 시작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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