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원정·FA컵..의외로 '징크스'에 약한 전북
전북이 또 한 번 '동남아시아 원정 징크스'에 발목을 잡혔다. 전북은 지난 13일 태국 부리람의 창아레나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G조 2차전 부리람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0-1로 패했다. 스리백을 들고 나온 조세 모라이스 감독은 무실점으로 경기를 운영하려 했으나 후반 5분 만에 선제골을 내줬고, 이후 득점을 올리지 못한 채 90분을 마무리하며 패배로 경기를 마쳤다. 앞서 안방에서 열린 1차전 경기에서 베이징 궈안(중국)을 3-1로 꺾은 전북은 이날 패배로 1승1패를 기록하며 우라와 레즈(일본·승점 4) 부리람(승점 3)에 이어 조 3위를 기록하게 됐다.
동남아 원정은 전임 최강희 감독 시절부터 늘 전북을 애먹였다. 전북은 이흥실 감독대행 시절인 2012년 ACL 조별리그 부리람 원정에서 2-0 승리를 거둔 뒤 지금까지 한 번도 동남아에서 승전고를 울린 적이 없다. 파비오 감독대행이 이끌었던 2013년 ACL 조별리그 1차전에선 무앙통 유나이티드(태국) 원정에서 2-2 무승부를 거두고 돌아왔고, 최 감독이 복귀한 뒤에도 2015·2016년 연달아 조별리그에서 빈즈엉(베트남)을 만나 각각 1-1 무승부와 2-3 패배를 기록했다. 가장 최근 맞붙은 2018년 ACL 16강 부리람 원정에서도 2-3으로 패한 데 이어 1패를 추가하며 최근 7년간 동남아 팀을 상대로 2무3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보이고 있다.
사실 동남아 원정은 K리그 어느 팀이나 어려워하는 길이다. 무덥고 습한 기후와 잔디 문제, 녹록지 않은 이동 시간 등 여러 요소가 악재로 작용한다. 장거리 원정의 대표 주자인 호주만큼은 아니라도, 주말 K리그 경기를 치른 뒤 5~6시간 이상 비행한 뒤 현지에 도착해서도 복잡한 환승을 거쳐야 하는 만큼 체력 소모가 크다. 무엇보다 '한 수 아래 팀을 상대로 반드시 이기고 돌아와야 한다'는 부담감이 작용한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이겨 봤자 '본전'이고 못 이기면 '손해'인 것이 동남아 원정이다. 특히 ACL 시즌 초반에는 선수들이 날씨에 적응하기가 더욱 힘든 상황"이라고 동남아 원정의 고충을 설명했다.
의외인 것은 '1강'으로 손꼽힌 전북이 이런 '징크스'를 쉽게 털어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북은 동남아 원정 징크스 외에 또 하나의 징크스를 더 가지고 있는데, 바로 FA컵 징크스다.
전북은 2000년대 초반에 FA컵 강자로 불렸다. 2000·2003년 그리고 2005년에 우승을 차지하며 포항 스틸러스·수원 삼성과 함께 최다 우승 공동 3위에 올라 있다. 그러나 2005년에 올린 마지막 우승 이후 벌써 13년 넘게 FA컵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안타깝게 우승을 놓친 것도 아니다. 2005년 이후 전북이 FA컵 결승에 오른 것은 2013년 단 한 번뿐이다. 최근 3년간은 더 심하다. 결승은커녕 연달아 K리그2(2부리그) 팀에 패해 토너먼트 초·중반에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2016년에는 8강에서 부천 FC를 만나 안방에서 패해 탈락했고, 이듬해인 2017년에는 K리그1 팀이 참가하는 첫 라운드(32강)에서 부천과 0-0으로 비겨 승부차기 끝에 탈락하는 굴욕을 맛봤다. 지난해에도 16강전에서 아산 무궁화에 1-2로 져 또다시 FA컵 우승의 꿈이 무산됐다. 백승권 전북 단장이 트레블(3개 대회 우승)을 거론하며 "올해는 반드시 FA컵 징크스를 깨고 우승해 자존심을 되찾겠다"고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진정한 강팀이 되려면, '징크스'도 이겨 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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