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가족]4인가구 아니면 혜택없다?..정책 대수술 필요한 때

이지현 2019. 3. 15.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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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국민 2명 중 1명은 1·2인가구인데
주택청약 높은 벽..건강보험 부담 2배
가족범위 바뀌어야..동거부부 혜택 필요
(그래픽=김정훈 기자)


언뜻 이상해 보이지만 전혀 이상하지 않은 다양한 가족 이야기를 이데일리가 연속 기획으로 게재합니다. 혈연가족이 아니면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뀌기를 기대합니다. ‘이상한 가족’ 기획시리즈에 많은 관심을 부탁 드립니다. [편집자주]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가족의 형태가 변하고 있다. TV 드라마에서도 요즘은 부부와 자녀 2명으로 구성된 4인가족이 아닌 비혼 단독가구, 노인 가구, 비혈연 가구 등을 흔하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제도를 만들 때 기준은 여전히 혈연 중심 4인가족 중심이다. 사회문화, 인식의 변화에 따라 기준변경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명 중 1명 1~2인 가구…제도권 가족 아니면 혜택 ‘0’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2015 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4인 가족 형태가 26.4%로 집계됐다. 그 뒤를 △2인가구 22.9% △1인가구 21.3% △3인가구 20.8% △5인 이상 가구 8.6% 등이 이었다. 이 조사에서는 함께 사는 지 여부와 상관없이 조사가 이뤄졌다는 것을 고려하면 진짜 가족의 유형은 달라진다. 실제로 2017년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서 따르면 △1인가구 28.6% △2인가구 26.7% △3인가구 21.2% △4인가구 17.7% △5인가구 이상 5.8% 등으로 집계됐다. 특히 1인가구 비중은 해마다 증가해 2045년에 36.3%까지 늘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민 3명 중 1명 이상이 혼자사는 것이다.

가족이 분화되며 가족에 대한 가치관도 변하고 있다. 지난해 사회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3세 이상 국민 중 ‘남녀가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56.4%나 됐다. 2010년 40.5%에 불과했던 것이 해마다 상승하는 것이다. 또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도 30.3%가 동의했다. 2년 전(24.2%)과 비교해 동의 비율이 6.1%포인트 증가했다.

가족의 형태가 다양화하며 가족을 바라보는 가치관도 변하고 있지만 제도는 변하지 않고 있다.

혈연 중심의 4인가족이 아닐 때 가장 높게 느끼는 벽은 주택청약이다. 청약가점제는 무주택기간과 부양가족수, 청약 가입기간을 점수화해 합산점수가 가장 높은 순으로 입주자를 선정한다. 부양가족수는 기본점수가 5점이며 1명마다 5점을 가산해 최대 6명까지 35점으로 계산한다. 부양가족 수 산정범위는 배우자, 직계존속(배우자의 직계존속), 직계비속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직계비속은 미혼인 자녀만을 포함해 계산한다. 일부 보완책을 마련해 경우 한부모가족이나 노인가구를 위한 혜택이 있지만 1인가구, 부부만으로 구성된 2인가구, 비혈연가구 등은 엄두조차 낼 수 없다.

비혈연 동거가족의 경우 건강보험 부담은 2배다. 건강보험 가입자 부양자 조건에 따르면 배우자, 직계존속(배우자의 직계존속 포함), 직계비속(배우자의 직계비속 포함) 및 그 배우자, 형제ㆍ자매만을 가족으로 본다. 함께 살아도 혈연관계가 아니라면 건강보험료는 각자 부담해야 한다. 연말정산에서 배우자 소득공제도 받지 못한다. 함께 살아도 제도권 내에서 가족으로 인정해주지 않는 것이다.

◇열려라 가족범위…동거 부부에 혜택을

이런 가운데 사실혼 부부에게도 혜택을 주는 제도가 추진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사실혼 부부 난임 치료 지원을 위해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올해 하반기부터 사실혼 부부도 혼인신고를 한 법적 부부와 마찬가지로 난임 시술을 받을 때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국회에서 통과되면 자격 기준과 지원절차를 마련해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부부 한 쌍이 아이 1명도 낳지 않은 시대에 꼭 결혼이라는 제도권 내 부부가 아니더라도 아이를 원하는 이들이 아이를 가질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작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정심 여성가족부 가족정책국장은 “출산배경에 관련 없이 다양한 정부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게 올해 중요한 정책과제”라며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우리도 뜯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현 (ljh42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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