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K리그는 '대구FC 앓이'..시도민구단 돌풍 주역

이석무 2019. 3. 1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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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DGB대구은행파크(포레스트 아레나)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2차전 대구FC와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의 경기에서 승리한 대구 선수들이 관중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2019년 초반 프로축구 K리그1의 최대 화두는 단연 대구FC다. 지난해 경남FC가 시 도민구단 돌풍의 주역이었다면 올시즌은 대구FC가 그 바통을 이어받은 모습이다.

대구FC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붐에 힘입어 최초의 시민구단으로 K리그에 뛰어들었다. 창단 이후 뚜렷한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 존재감 없이 만년 하위권에 그쳤다. 승강제 도입 후 2013년부터 2016년까지는 2부리그인 K리그 챌린지에 머물기도 했다.

하지만 대구FC는 1부리그로 컴백한 2017년 곧바로 강등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중위권인 8위라는 기대 이상의 순위로 잔류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한 계단 더 올라 7위로 시즌을 마쳤다.

무엇보다 지난해 FA컵 우승은 대구FC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결승전에서 울산 현대를 꺾고 구단 역사상 첫 우승을 차지한 대구FC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까지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대구는 단지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에 만족하지 않았다. 지난 5일 멜버른 빅토리와의 호주 원정 1차전에서 3-1 승리를 거둔 데 이어 12일에는 AFC 챔피언스리그 2회 우승에 빛나는 중국의 초호화군단 광저우 에버그란데를 안방에서 1-0으로 잡았다.

F조에서 2연승으로 승점 6(골득실+4)을 기록하며 광저우(승점 3·골득실0), 산프레체 히로시마(승점 3·골득실-2), 멜버른 빅토리(승점0·골득실-2)를 따돌리고 조 1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조별리그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보기 좋게 뒤집고 있다.

대구의 이런 돌풍은 K리그1을 통해 어느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대구는 K리그1 개막전에서 ‘절대 1강’인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와 대등한 승부 끝에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어 지난 9일 새 홈구장 DGB대구은행파크 개장 경기에서 제주 유나이티드를 2-0으로 꺾는 등 시즌 개막 후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대구는 최근 세계 축구의 큰 화두인 역습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광저우와의 AFC 챔피언스리그 경기나 전북과의 K리그1 개막전 모두 대구는 수비를 두텁게 한 뒤 빠르고 강력한 역습으로 상대 골문을 열었다.

특히 대구가 자랑하는 세징야-에드가-김대원으로 이어지는 ‘공포의 삼각편대’ 위력이 대단하다. 브라질 출신 공격 듀오인 세징야와 에드가는 브라질 국가대표인 파울리뉴, 안데르송 탈리스카 등이 버티고 이탈리아 명수비수 출신 파비오 칸나바로 감독이 이끄는 광저우를 상대로 몰아넣었다.

여기에 지난 시즌 중반까지 2군 선수였다가 기량이 급성장한 김대원까지 힘을 보태면서 역습의 무게감은 더욱 묵직해졌다. 김대원의 총알 같은 스피드와 정확한 패싱 능력은 세징야, 에드가의 골문 앞 파괴력을 한층 높여주고 있다. 칸나바로 광저우 감독도 경기 후 “대구는 빠르고 역습이 위협적이었다”고 인정할 정도였다..

대구는 그동안 삼성 라이온즈가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야구 도시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최근 대구FC가 돌풍을 이어가자 축구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이번 시즌 새 전용구장인 DGB대구은행파크 개장과 맞물려 흥행에서도 대박을 이어가고 있다.

새 전용구장 개장 경기였던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K리그1 경기에 1만2172명이 관중석이 가득 메웠고 광저우와의 AFC 챔피언스리그 경기도 1만164명이 입장했다. 새 전용구장은 대구 시민들에 더 가깝고 친숙한 옛 시민운동장 자리에 지어졌고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불과 2~3m 앞에서 생생하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뭐니뭐니해도 대구의 성적이 뒷받침되고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주다보니 축구에 관심없었던 시민들도 자연스럽게 축구장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특히 관중석 알루미늄 바닥을 발로 쿵쿵 구르는 퍼포먼스는 대구만의 독특한 응원문화로 자리매김했다. 발구르기 응원을 하기 위해 새 전용구장을 찾는 팬들도 있을 정도다.

대구의 돌풍을 이끄는 브라질 출신 사령탑 안드레 감독은 지금의 상승세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 치고 올라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안드레 감독은 “시즌 초반이 중요할 것으로 예상해 동계훈련을 철저히 준비했는데, 선수들이 잘 인지한 덕분에 잘 풀어가는 것 같다”며 “만나는 팀들이 모두 강하지만 리그에서 같은 경기력을 보여주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려고 노력했다. 그런 부분이 잘 먹히고 있는 것 같다. 지금 중요한 건 이 분위기를 잘 유지하는 것이고 승점을 최대한 따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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