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풀영상] "정준영 폰 '복구 불가' 해달라"..경찰의 비호 의혹 일파만파

탐사보도팀 기자 입력 2019. 3. 13. 21:57 수정 2019. 3. 1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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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수요일 8시 뉴스는 정준영 씨 소식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저희가 지난 이틀 동안 전해드렸던 단체 대화방 안에서 성범죄와 추악한 이야기를 넘어서 오늘(13일)은 대중의 사랑으로 부와 인기를 거머쥔 연예인들이 우리 사회 공권력과도 유착돼 있다는 의혹을 집중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이번 사건에 앞서 지난 2016년 정준영 씨는 여성을 불법 촬영했다는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습니다. 결국은 무혐의로 결론 났는데 그 수사가 부실했다는 정황을 입증할 만한 결정적인 자료를 저희 취재진이 입수했습니다. 수사를 해야 할 경찰이 핵심 증거를 없애려 했다는 내용입니다.

첫 소식 김지성 기자입니다.

<기자>

이번 사건을 국민권익위에 처음 신고한 방정현 변호사가 추가 제보를 받았다면서 SBS 끝까지 판다 팀을 만났습니다.

[방정현 변호사/권익위 신고자 : 경찰이 (포렌식) 업체 측에 증거를 인멸해 달라고 하는, 증거 인멸을 교사하는 그런 내용이 담긴 녹음 파일이거든요.]

지난 2016년 정준영 씨 사건을 수사한 경찰과 사설 포렌식 업체 간 전화 통화를 녹취한 것입니다.

전화 통화가 이뤄진 시점은 2016년 8월 22일, 사설 포렌식 업체가 가수 정준영 씨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을 한창 진행하던 시점입니다.

[2016년 정준영 사건 담당 경찰관 : 성동경찰서 00입니다. 아, 우리가 사건을 하다 보니까 약간 꼬이는 게 있어서, 여기가(정준영 씨가) 000(업체)에 데이터를 맡겨놨다고 그래서요, 시간이 좀 걸리잖아요?]

[사설 포렌식 업체 측 : 네 그렇죠, 아시다시피 담당자가 휴가 중이라.]

포렌식 작업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경찰은 정준영 씨 휴대전화의 데이터 복원이 불가능하다는 확인서를 써주면 안 되겠냐고 묻습니다.

[2016년 정준영 사건 담당 경찰관 : 어차피 본인(정준영 씨)이 시인하니까 시간이 없어서 그러는데 차라리 000(업체)에서 데이터 확인해 본 바, 기계가 오래되고 노후되고 그래서 '데이터 복원 불가'로 확인서 하나 써주면 안 될까 해서요.]

구체적인 증거 인멸의 방식까지 조목조목 설명합니다.

[2016년 정준영 사건 담당 경찰관 : 그냥 데이터 복구 불가로 해서 확인서 하나 써주면 좋겠는데.]

하지만 업체 측은 그런 경찰의 요구를 거부했습니다.

[사설 포렌식 업체 측 : 저희도 어쨌든 하는 일이 그런 거라, 절차상 행위는 좀 있어야 되고요, 왜 안 되는지도 얘기해야 되니까, 좀 그렇습니다.]

결국 경찰은 이틀 뒤 포렌식 결과를 받아보지 못하고 정 씨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습니다.

포렌식 결과는 나중에 따로 송치하기로 했다는 겁니다.

취재진이 전화 통화를 했던 경찰관에게 물어봤습니다.

이 경찰관은 복원 불가 확인서를 요구한 사실이 없다고 말합니다.

[2016년 정준영 사건 담당 경찰관 : (혹시 복원이 어렵다라는, 복원이 불가하다는 확인서를 하나 써달라 요구한 적이 있습니까?) 내가 지금 '복원 불가 확인'이라는 말은 용어도 처음 들어보는 말이고, 담당 수사관이 그런 얘기를 해달라고 사설 업체에다 의뢰한다는 건 말도 안 되죠. (그런 거 요구하면 안 되는 거죠?) 안 되죠. 왜냐면 (포렌식이) 진행 중인데.]

전화 녹취의 존재를 나중에 이야기하자 전화 통화한 것은 맞지만, 그런 말을 한 기억은 없다고 말합니다.

[2016년 정준영 사건 담당 경찰관 : 내가 통화한 건 맞지만 그렇게까지 그 당시에 할 상황이 아닌데, 그렇죠? 내가 상당히 난처한 입장이 된 거죠? 지금 제가.]

이번에 드러난 정준영 씨와 지인들의 디지털 성범죄 행각이 당시 휴대전화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지만, 경찰은 끝내 포렌식 결과를 받아보지 않았습니다.

[2016년 정준영 사건 담당 경찰관 : (나중에라도 그 포렌식 사설 업체에서 결과를 받으셨어요?) 못 받았죠. (그럼 그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모르겠네요?) 모르죠.]

[백성문/변호사 : 만약에 (범죄 증거가) 있다는 걸 알고서 그쪽에 없다고 해달라 라고 한다면 그건 증거인멸 문제가 될 수 있는 거고요, 그거는 사실 직무유기나 직권남용도 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경찰이 당시 포렌식 결과만 제대로 받아봤어도 정 씨의 수많은 디지털 성범죄는 지금보다 훨씬 이전에 낱낱이 공개될 수 있었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김종우,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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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런데 당시 경찰 수사가 시작되고 그 업체에 휴대전화 분석을 맡긴 사람도 경찰이 아니라 정준영 씨였습니다. 정준영 씨는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다, 이후에는 찾았는데 고장이 났다면서 경찰에는 나중에 제출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취재 결과 그 전화기는 멀쩡한 상태였습니다. 경찰은 정준영 씨의 그런 말만 믿고 사건의 핵심 증거인 휴대전화는 확보하지도 못했습니다.

계속해서 강청완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016년 8월 18일, 가수 정준영 씨가 서울 강남의 한 휴대전화 복원 업체를 찾아가 복원을 의뢰했습니다.

휴대전화로 성관계 영상을 몰래 촬영한 혐의로 고소를 당한 지 12일 뒤입니다.

당시 정 씨의 변호사가 업체에 제출한 휴대전화 복구 의뢰서입니다.

명의자 정보란에 정준영 씨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 있고 휴대전화 상태를 적는 칸에는 고장이 아닌 정상이라고 표시했습니다.

그러나 정 씨는 이틀 뒤인 8월 20일, 경찰에 출석해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휴대전화가 고장 났기 때문에 나중에 제출하겠다고 한 겁니다.

[정준영 사건 수사 경찰관 : 그 당시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분실했다가) 찾았다고 해서 '어디 있느냐, 숙소에 있느냐' 물어보고 '가방에 있느냐' 그러니까, 변호사가 그제야 '○○업체에 의뢰했다'고….]

정 씨 측은 끝내 휴대전화가 망가져 복구할 수 없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는데 경찰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정준영 씨 측의 말만 듣다가 결국 수사 내내 정 씨의 휴대전화는 만져보지도 못했습니다.

[정준영 사건 수사 경찰관 : 정준영 휴대폰 담당은 외국으로 장기 여행 중인가 (그래서) 누구냐, 그 사람 확인만 하고 "휴대폰 맡긴 사실이 있느냐" 확인하고 갔죠. 근데 "디지털 (포렌식) 중이다"(고 해서) 그거만 확인하고 갔죠, 우리는.]

결국 경찰은 휴대전화 없이 사건을 검찰에 넘겼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원형희,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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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저희가 지난 이틀 동안 전해드렸던 정준영 씨를 비롯한 연예인들이 함께 들어가 있던 단체 대화방에서도 그들이 권력 기관과 유착돼있다는 것을 의심하게 하는 내용이 곳곳에서 발견됐습니다.

그 연예인이 누구고 어떤 부당한 거래가 있었을지 자세한 내용은 최고운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기자>

2016년 3월, FT 아일랜드 최종훈 씨가 다른 가수의 음주운전 적발 기사를 단체 대화방에 옮기고는 자신은 다행히 특정인 덕분에 살았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언급되는 사람은 정준영 씨의 대화방에 종종 등장하는 유 모 씨입니다.

대화방 참여자 중 한 명이 '좋은 경험 했다, 수갑도 차보고, 경찰 앞에서 도망도 가 보고'라고 말한 것을 볼 때 당시 상황은 최 씨가 음주단속에 순순히 응했던 것은 아닌 것으로 추정됩니다.

대화방 참여자들 말에 따르면 대서특필 감이거나 유명해질 수 있었던 사건이지만, 이런 사실은 언론에 알려지지 않았고 당연히 최 씨는 연예인 생활을 유지했습니다.

대화에는 유 모 씨가 돈을 써서 막은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이 나옵니다.

최 씨를 조사한 경찰은 최 씨 생일에 축하 전화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돈을 건넨 대상이 대화에는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지만, 사건 당시 부적절한 거래가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경찰'이라는 단어는 또 다른 대화에서도 등장합니다.

2016년 7월, 승리와 정준영 씨 등이 있는 단체 대화방에서 김 모 씨가 말을 꺼냅니다.

유 모 씨와 경찰 '총장'이 문자 주고받은 것을 봤다며 단속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다고 합니다.

다른 가게가 시샘해서 정보를 준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내용이 문자에 있었다고 덧붙입니다.

경찰의 총수는 '청장'이기 때문에 경찰청장을 잘못 쓴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경찰과의 유착을 의심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채철호,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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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사건이 경찰 최고위층까지 연루돼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자 오늘(13일) 오후 민갑룡 경찰청장이 긴급 기자간담회를 자청했습니다. 수사에만 126명, 거기에 감찰 인력까지 더해서 사실상 경찰의 모든 역량을 투입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범죄 혐의를 찾으면 누구든 처벌하겠다고 했는데, 한참 늦은 수사가 과연 제대로 이뤄질지 고정현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부랴부랴 기자간담회에 나선 민갑룡 경찰청장은 "경찰 고위층까지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려고 간담회를 자청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경찰 감사관실 역량을 총동원해 철저히 수사하고 범죄 단서가 발견되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히 단죄하겠다"며 수사 의지를 강조했습니다.

가수 승리와 정준영 씨가 있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고위급 경찰 유착이 의심되는 내용이 있다는 공익제보자 방정현 변호사의 발언이 나온 직후였습니다.

서울 강남경찰서 등 일부 직원의 연루 의혹에서 전체 경찰로 비난의 불똥이 튈 가능성까지 불거지자 경찰 총수가 직접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경찰의 자료 요청을 2차례나 거절했던 국민권익위원회가 그제 사건을 경찰이 아닌 대검찰청에 넘기자 더 다급해졌다는 분석입니다.

경찰이 정 씨 휴대전화의 포렌식을 맡았던 업체를 압수수색한 것과 관련해서도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방정현/변호사, 권익위 신고자 :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전혀 압수수색이라든지 전혀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면서 자신들의 과오를 덮으려는 시도가 아닌가 우려스럽고….]

하지만 경찰 수뇌부는 경찰이 확보한 단체 대화방 내용이 전체가 아닌 일부인 데다 원본을 확보해야 해서 추가 압수수색까지 필요하다고 해명했습니다.

경찰은 강남 유명 클럽의 각종 불법 행위 의혹과 함께 이번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126명의 인력을 투입했다고 밝혔습니다.

수사 인력 40명을 동원한 드루킹 대선 댓글 조작 수사와 비교해도 3배 이상 규모의 초대형 수사팀입니다.

(영상편집 : 김선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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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까지 보신대로 3년 전 정준영 씨 수사 과정을 보면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습니다. 끝까지 판다 팀 김종원 기자와 이 부분을 짚어보겠습니다.

Q. 수사를 해야 할 경찰이 핵심 증거를 좀 없애 달라… 결국 이게 수사 결과에도 반영이 된 거죠?

[김종원/끝까지 판다 팀 기자 : 그렇죠. 사실 이거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경찰이 증거인멸 요구를 했고 그거를 업체는 거부를 했거든요, 그런데 이거를 복구한 결과를 확인할 생각을 안 하고 그대로 송치를 해버립니다. 이게 더 이상한 거는 업체 측에서 복구 결과가 곧 나올 거라는 설명을 듣고도 뭐가 그렇게 급했는지 부랴부랴 사건을 종결하고 송치를 하거든요, 그래서 지금 아직까지도 경찰의 수사 기록에는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복구가 불가능하다고 기록이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마치 사실이 아닌 내용을 그게 진짜인 것처럼 기록이 되어 있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 아직까지도 뭐라고 그러냐면 우리는 그때 할 만큼 했다, 그리고 우리는 무혐의로 한 게 아니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를 했기 때문에 그렇게 큰 문제가 없다 이런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Q. 당시 휴대전화는 멀쩡했고, 그것만 제대로 봤어도 수사 결과는 달라졌다는 거잖아요.

[김종원/끝까지 판다 팀 기자 : 그렇죠. 복구 결과를 보면 사실 어마어마한 내용이 들어가 있지 않습니까? 이게 그때 제대로 수사가 됐다면 이미 정 씨는 처벌받았을 수 있습니다. 당시 정준영 씨 사건이 전 국민의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사건이었는데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증거인멸 시도가 있었다는 것을 보면 조금 전에 보신 이 FT아일랜드 최종훈 씨 사건이나 또 그 이후에 알려지지 않은 얼마나 많은 사건이 이런 유착 관계 속에서 비호를 받았을까, 충분히 의심이 가는 내용입니다. 오늘 보도에 대해 FT 아일랜드 최종훈 측은 음주운전 사실은 시인했지만 청탁했다는 의혹은 전면 부인했습니다.]

Q. 경찰청장까지 기자회견 하고 뒤늦게 압수수색을 했는데…수사가 잘 될까요?

[김종원/끝까지 판다 팀 기자 : 사실 이게 본인들이 증거인멸을 해 달라고 했던 그 업체를 3년이 지나서 지금 오늘(13일) 뒷북 수사를 하면서 압수수색을 하는 거거든요, 상당히 이게 압수수색의 의미가 뭔가에 대해서 의문점이 나오는데 실제로 경찰과 이런 유착의 의혹 때문에 아까도 보셨듯이 신고자 방정현 변호사는 경찰이 아닌 권익위를 찾아갔던 거고, 권익위가 사실 그 모든 원본 자료를 검찰에 넘기고 수사 의뢰를 한 상황이거든요, 그래서 이 검찰의 수사가 시작이 되면 양상이 달라지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있고 정작 수사해야 할 대상은 놔두고 엄한 제보자만 색출하는 게 아니냐 이런 비판이 하루 종일 인터넷에도 있었습니다. 경찰은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느냐 근본적 의혹이 이는 상황에서 수사가 어떻게 될지는 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탐사보도팀 기자pan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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