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만 달러에 예일대 합격..사상 최대 입시부정에 미국 '패닉'

2019. 3. 13.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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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미 매사추세츠 연방검찰, 연방수사국 공동 기자회견
2011~지난달까지 입시부정에 연루된 학부모 등 50여명 기소
<위기의 주부들> 주인공 허프먼 등 할리우드 스타 포함
'대리시험', '체육특기생'제 활용 등 수법도 가지가지
딸의 대학입시 부정을 위해 입시 컨설턴트 업체에 1만5000달러를 지불한 혐의로 12일 미 연방 검찰에 체포된 헐리우드 스타인 펠리시티 허프먼이 로스엔젤레스의 법원 건물에서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서 있다.로스엔젤레스/AFP 연합뉴스

‘축구를 전혀 모르는 10대 소녀가 마법 같이 예일대 축구부에 스카우트 됐다. 이를 위해 그 부모가 낸 돈은 120만 달러였다.’

미국 역사상 최대 입시비리 사건이 발각돼 미국 사회가 ‘패닉’에 빠졌다. 매사추세츠 연방검찰과 연방수사국(FBI)은 12일, 2011년부터 지난 2월까지 부정한 방법으로 예일대, 스탠퍼드대, 유시엘에이(UCLA) 등 미국 명문대학에 부정하게 학생들을 입학시키는 데 관여한 혐의로 입시 컨설턴트, 학부모, 학교 관계자 등 50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캘리포니아의 입시 컨설턴트 ‘에지 칼리지&커리어 네트워크’의 윌리엄 싱어 대표는 이날 법원에서 유죄를 인정했다. 미국 언론들은 싱어가 15년~19년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게 될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뉴욕 타임스>는 “이날 공개된 입시부정은 그 범위와 (수법의) 뻔뻔함을 고려할 때 충격적인 것”이라며 “미국의 가장 부유하고 특권적인 학생들의 부모들이 그들의 자녀를 위해 (미국의 입시) 시스템뿐 아니라, 대학 교육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평범한) 학생들을 속였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비리엔 “누구에게나 더러운 빨랫감은 있다”는 명언으로 한국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의 주인공 펠리시티 허프먼, 시트콤 <풀하우스>에서 주인공의 부인 레베카를 연기한 로린 러프린, 뉴욕의 로펌 ‘월키 파’의 공동 창업자 고든 캐플란 등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이들의 수법은 크게 두가지였다. 첫째는 시험 감독관을 매수해 에스에이티(SAT)와 에이시티(ACT) 등 미 대입시험에서 대리시험을 치게 하거나 답안을 바꿔치는 방식이었다. 싱어는 이를 위해 고객들에게 입시를 앞둔 자녀들이 ‘학습 장애’ 등의 질환을 앓고 있다는 의료 진단서를 받아오게 했다. 그는 이 진단서를 근거로 학생들이 싱어가 매수한 시험 감독관이 배치된 휴스턴과 로스앤젤레스의 ‘특정 고사장’에서 따로 시험을 치를 수 있게 했다.

둘째 수법은 체육특기생 제도를 악용하는 것이었다. 싱어는 주요 대학의 체육 감독들을 매수해 고객의 자녀들을 체육특기생으로 입학시켰다. 싱어는 이 과정에서 경기 사진에 해당 학생들의 얼굴을 입히는 ‘포토샵질’까지 서슴지 않았다. 이렇게 명문대 입학에 성공한 학생들 중엔 해당 스포츠를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학생들은 체육특기생으로 입학한 뒤엔 ‘부상을 당했다’는 등의 이유로 해당 스포츠부를 탈퇴했다. 이렇게 부정 입학이 이뤄진 종목으로는 지금까지 예일대 여자 축구부, 조지타운대 테니스부, 유시엘에이의 남자 축구부, 서던캘리포니아대의 수구부, 여자 축구부 등이 확인됐다. 그렇지만 미 연방검찰은 “학교 쪽의 조직적 관여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고, 해당 학교들도 “우리는 피해자”라며 연방검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번 사건은 부모의 재력을 통한 ‘기여 입학제’가 널리 허용되는 미국에서도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금까지 미국 대학입시엔 학생들이 실력으로 합격하는 ‘앞문 입학’과 부모들이 해당 학교에 거액의 기부를 해 입학 확률을 높이는 ‘뒷문 입학’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싱어는 12일 법정에서 “나는 ‘옆문’을 만들었다. 이는 (입학을 보장하는 것이기에) 학부모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것이었다”고 말했다.

유명 배우 허프먼이 이용한 수법은 첫째 방식이었다. 그는 2017년 말 딸의 에이시티 시험의 부정을 돕는 대가로 컨설팅 업체에 1만5000달러를 지급했다. 그는 이 혐의로 12일 체포됐다.

또 다른 배우인 러프린은 두 딸을 서던캘리포니아대학 조정부 특기생으로 입학시키기 위해 총 50만달러를 뇌물로 지급했다. 또 변호사 캐플런은 지난해 12월 자신의 딸을 위해 7만5000달러를 지급하고 대리시험을 치게 했다. 그는 지난 6월 이번 사건이 불러올 사회적 파장을 우려했는지 “나는 도덕적 문제에 대해선 신경 쓰지 않는다. 단, 우리 애가 부정을 저지른 일이 밝혀지면 그애는 끝장난다”는 말을 남겼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연방수사국(FBI)의 조지프 보나보론타 보스턴 지부장은 이들이 만든 “부패와 탐욕의 문화로 인해 열심히 노력하고, 좋은 점수와 봉사활동을 통해 대학에 정당한 방법으로 입학하려 했던 학생들에게 불공정한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비난했다. 미 사법당국은 '바서티 블루스 작전'이라 이름붙은 이 수사가 지난해 5월 시작됐으며,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추가 기소자가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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