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재산 다 적어내라" 아직도 이런 대학이..

조제행 기자 입력 2019. 3. 10. 21:18 수정 2019. 3. 10.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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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떤 대학교에서 올해 신입생들에게 학생 지도 카드를 써오라고 했습니다. 내용을 보니 부모의 직업과 동산, 부동산 재산뿐 아니라 친한 친구의 주소와 연락처까지 적도록 돼 있습니다. 이런 건 도대체 왜 물을까요?

스브스뉴스에서 전해드립니다.

<기자>

기다리고 기다리던 입학. 그런데 설레는 마음으로 간 학교에서 아버지 뭐 하시나고, 아버지 돈 많냐고 물어본다면?

스브스뉴스에 '지금 시대가 어느때인데' 라는 제목으로 온 한 사진.

지난 3월 4일, 전주의 모 대학 한 학과에서 신입생들에게 써서 내라고 했다는 한 장의 사진이었습니다.

제목은 '학생지도종합카드'.

[해당 학과 신입생 가족 : 신입생이 모인 자리에서 그 종이를 나눠주고 채울 수 있는 만큼 그 자리에서 써서 내라고 했더라고요.]

간단한 학생 개인신상정보만 기입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부모님의 직업, 근무처, 재산 정도. 부모님의 재산을 동산과 부동산으로 나누어서 쓰게 한 겁니다. 그러니까 집과 같은 부동산과 예금 등 동산 내역까지 이렇게 써야 했던 거죠.

게다가 생활의 정도를 상, 중, 하로 나눠 표기하게 했습니다.

끝이 아닙니다. 전체 가족의 학력과 종교, 직업정보, 학생 지도와 무관해보이는 신체 장애까지 직접 써내라고 돼있습니다.

친한친구의 이름, 주소, 전화번호는 왜 내라고 하는지. 신입생들의 이런 정보들이 왜 필요한 걸까요? 어디에 쓰이는 걸까요?

이걸 받았던 학생의 가족은 치욕스러웠다고 말합니다.

[해당 학과 신입생 가족 : 도대체 이걸 알아다 어디에 쓸 건지 되게 많이 의심이 들고 안 좋은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차별을 당하지 않을까 많이 걱정됐어요.]

해당 학과측 입장을 들어보니.

[해당 학과 교수 : 그 서식은 학교에서 사용하지 않는 서식인데요, (이미 그 서식은) 2010년 이전에 폐기됐어요.]

하지만 학교 총학생회에서 재학생들에게 보낸 공지 문자 메시지에는 학교가 이 서식을 사용했다는 걸 짐작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사실 10년 전만 해도 초중고교에서는 이런 조사를 하는 것이 당연한 관행이었습니다.

하지만 부모의 돈과 학벌로 학생을 줄 세운다는 비판이 커지면서 교육부는 교육 현장에서 불필요한 개인정보 수집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진 줄 알았던 구시대적이고 차별적인 조사를 아직도 하고 있다니.

학생 개개인의 인격과 다양성을 존중한다, 이 학교가 내세우는 핵심 가치 1번 학생 존중입니다.

(책임프로듀서 : 하현종, 프로듀서 : 조제행, 구성 : 남영주, 촬영 : 오채영, 편집 : 정혜수, 내레이션 : 박채운, 도움 : 허성희 인턴·양형기 인턴)    

조제행 기자jdon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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