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누가 '시간 강사'를 대학교에서 쫓아냈나

이해진 기자 2019. 3. 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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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법 개정 후폭풍](종합)

[편집자주] 새 학기를 맞은 대학가의 모습이 생경하다. 교수는 아니더라도 안정적 신분으로 만날 줄 알았던 '강사님'들이 사라졌다. 오는 8월 시행을 앞둔 강사법 개정안의 역효과로 강사들이 일자리에서 쫓겨나고 있다. 강사법 개정이 가져온 후폭풍을 점검했다.

"강사실종" 대학가 수강신청 대란…'빌넣' 봇물

[강사법 개정 후폭풍]학생들 "강사법 여파로 개설 강의 200개 이상 축소"
전국강사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지난해 10월3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강사법 합의안 무력화 시도 규탄 및 의결시행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뉴스1
"강사법 때문에 졸업을 못하게 생겼어요"
2019학년도 1학기 개강 첫날인 4일 고려대학교 경영대는 수업마다 담당 교수에게 '빌넣'(빌어서 넣는다)을 부탁하는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졸업하려면 이수해야 하는 '전공필수' 과목 수강신청에 실패한 4학년의 '빌넣'이 줄을 이었다.

고려대 경영학과 4학년인 김모씨(26)는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과목 몇 개가 강사법 영향으로 없어졌다"며 "당장 졸업을 앞둔 4학년들은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학기와 비교해 마케팅원론이 11개에서 7개로, 재무관리가 10개에서 6개로 줄었다. 수업 개수가 줄다 보니 한 반당 수강인원은 오히려 최소 5명 이상 늘어 아무리 졸업생이라도 "이 수업을 꼭 듣게 해 달라"는 읍소가 통하지 않는다는 게 학생들의 설명이다.

4일 대학가에 따르면 올해 8월 '시간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2019학년도 1학기 수강신청 대란이 일었다. 8월 개정안 시행으로 강사도 최대 3년간 임용을 보장하게 되자 대학들이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강의 구조조정에 나선 영향이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최근 "1학기 학부 개설 과목 수가 전년보다 200개 이상 감소했다"는 자체 조사 결과를 내놨다. 총학생회는 학생들로부터 피해사례 70여개도 접수했다. 학생들은 "강사님이 사라져 강의가 폐강됐다. 재수강해야 하는데 큰 일"이라고 호소했다.

실제로 다수 피해사례가 나온 미디어학부 한 과목은 지난해 1학기 개설됐으나 이번 학기 수업을 담당한 강사가 학교와 재계약하지 못하면서 폐강됐다. 체육교육과 한 수업 역시 마찬가지 사정으로 없어졌다.

해당 강사는 "현재 고려대에서 수업을 맡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 시간강사는 "이번 학기 미디어학부 등 몇몇 학과에서는 강사들이 한 명도 수업을 맡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학교는 강사법 때문이라 하진 않았지만 강사들은 그 여파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고려대 측은 이에 대해 "대학본부가 강사법 시행에 따른 학사 관련 지침을 내린 게 없다"며 "수업 과목 수도 정정기간인 11일까지는 분반 등이 확정된 후에야 지난해와 제대로 비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학기와 이번 학기 시간강사 숫자 요구에 대해서도 "정정기간 중 계약상황이 달라질 수 있어 현재 확답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연세대도 선택교양 과목을 60%가량 축소하는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연세대 2학년생 박모씨(21)는 "강사법으로 인해 벌써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것 같다"며 "1학년이 다니는 송도캠퍼스의 경우 이번 학기 스포츠를 제외하고는 선택교양 과목이 하나도 열리지 않는 등 선택권이 대폭 줄었다"고 불만을 전했다.

학교 측은 "강사법이 통과되기 전인 2017년부터 이미 논의한 끝에 지난해 결정 내린 학사 개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전임교원 담당 여부를 교양과목 폐지의 기준 중 하나로 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양과목 축소가 강사법 대응책의 하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학생들은 또한 학교가 대형 강의를 유도하는 등 '강사법'을 우회하기 위한 '꼼수'를 부린다고 지적한다. 강사를 줄여 수업수가 줄어드는 만큼 전임교수 강의 1개에 전보다 많은 학생수를 욱여넣고 있다는 것이다.

연세대 교무처는 최근 학생을 상대로 '계열기초 교과목 강의 규모를 수강인원 200명으로 확대하는 방안'에 대한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하기도 했다.

강사법에 대한 학생들의 불안감은 다른 대학들로도 번지고 있다. 중앙대는 학생들로 구성된 '강사법관련구조조정저지 공동대책위'가 개설과목 감소 피해사례를 접수 중이다.

대책위는 "본부가 강사를 줄이고 대형 강의를 늘리고 있다"며 "강사법이 적용되기 시작하는 다음 학기, 그 다다음 학기에도 구조조정이 계속될 것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숙명여대 총학생회도 개설 강의 현황을 조사 중이다. 총학생회는 "이달 1일 교무처장과의 면담에서 '강의 수 축소 등 학제 개편 계획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으나 자체적으로 개설 강의 현황을 조사 중"이라며 "결과에 따라 활동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해진 기자
법안은 일사천리…대책은 교육부? 국회의 복잡한 속내

[강사법 개정 후폭풍]대학·강사 등 합의 바탕으로 개정안 통과…교육부 시행에 전폭 지원 약속

국회는 지난해 11월 일사천리로 '강사법'을 통과시켰다. 명분은 강사 처우 개선을 두고 대학‧강사 등의 합의였다. 대학 측의 '강사 구조조정' 움직임 등 파열음이 당초 예상된 가운데 강사 처우 개선을 미룰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얽히면서 정치권의 속내는 복잡하다.
강사 처우 개선 문제는 국회에서도 오랜 현안이다. 2010년 조선대 시간강사 서모씨가 처지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국회는 2011년 대학 강사를 교원으로 인정하도록 한 유예 개정안(시간강사법)을 처리했다. 주 9시간 이상 강의하는 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하고 임용기간을 1년 이상 보장한 법안이다.

그러나 시행은 계속 무산됐다. 당초 2013년 시행 예정이었던 강사법은 4차례나 유예됐다. 강사들은 신분보장과 처우개선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대학들은 재정 부담을 이유로 반대했다. 일자리 감소에 따른 대량해고 우려도 제기됐다.

지지부진하던 논의는 지난해 3월 교육부가 강사 측 대표 4인, 대학 측 대표 4인, 국회 추천 전문위원 각각 4인으로 구성된 강사제도개선협의회를 발족하면서 진척됐다. 이번 개정안은 이해관계자들 간 18차례에 거친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낸 결과다.

이해당사자 간 합의안이 나오자 국회에서 법안 통과 추진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지난해 11월 15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만장일치로 의결된 고등교육법 개정안은 같은달 28일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다음날인 29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재석 221인 중 183인 찬성으로 개정안을 의결했다.

8년 가까이 시행을 미뤄온 만큼 더이상 지체해선 안 된다는 의지였다. 이찬열 교육위원장은 개정안이 교육위를 통과 직후 "지난 8년간 시간강사들의 인권이 방치돼 왔는데 어떠한 고난이 있더라도 해결해야 한다"며 "위원장 임기 내에 강사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말했다.

우려의 목소리가 없었던 건 아니다. 합의를 도출한 협의회에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수렴이 충분히 했느냐라는 의문이었다. 이완영 자유한국당 의원은 법사위에서 "협의회에서 대표 몇 분 안 되는 사람들이 도출한 결론에 대해서 전체 강사와 전체 대학에서 동의하지 못한다는 게 언론에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개정안 통과 후폭풍이 거세자 정치권도 속내가 복잡하다. 이해당사자 간 합의를 바탕으로 법안은 통과시켰지만 교육 현장에서의 불만이 사그라들지않았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이미 예상됐던 일이고 대학에서 어떤 편법을 쓰고 있는지 다 알고 있다"며 "대학 측에서 합의안을 도출해놓고 이제 와서 딴 얘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개정안이 나쁜 법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대학이 배타적으로 움직인다면 재정지원 등에서 패널티를 줘야할 것"이라며 "대학평가에 불이익도 당연히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위 민주당 간사 조승래 의원은 "한 달에 한 번씩 당정협의를 통해 학교 현장에서 강사 처우 개선을 제한하는 움직임에 대해 알고 있다"며 "학생과 강사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대학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교육부에 적극적으로 대책을 만들라고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대학‧강사‧교육부가 서로 양보하고 부담을 나눠 만들어진 게 합의안의 본질"이라며 "이를 통해 교육부에서 예산지원을 약속한 것이고, 강사들도 당초 주장보다 후퇴한 걸 받아들였다. 그러면 대학도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부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주헌 이지윤 기자
시행 임박한 '논란의 강사법' 들여다보니?

[강사법 개정 후폭풍]8월 1일 시행, 대학 시간강사 처우 '교원'급 보장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영남대분회가 3일 오전 경북 경산시 영남대 본관 앞에서 영남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강사법을 핑계로 자행하는 강사 대량해고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2019.1.3/사진=뉴스1
오는 8월부터 발효되는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위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일명 강사법)'이 입법 취지와 달리 역효과를 낳고 있다. 시행을 앞두고 대학가에선 강의가 축소되고 신분 강화가 예정된 시간강사를, 겸임이나 초빙교원으로 대체하는 등 갈등도 커지고 있다.

강사법 역사를 보면 그 과정이 순탄치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강사법은 2011년 국회를 통과했지만 대학의 비용부담, 강사 대량해고 우려로 4차례 유예됐다. 기존 강사의 열악한 상황을 타파하고 강사의 처우 개선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됐으나, 대학들은 재정부담에 대한 불만이 컸고, 강사들도 만족하지 못해 시행이 늦춰졌다.

강사법으로 불리는 개정항목은 고등교육법 제14조의2로 오는 8월 1일부터 시행된다.

제1항에는 "강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용기준과 절차, 교수시간에 따라 임용기간, 임금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포함한 근무조건을 정하여 서면계약으로 임용하며, 임용기간은 1년 이상으로 해야 한다"고 돼 있다. 기존에 주먹구구로 이뤄지던 강사 임용계약의 기준을 시행령에 마련하고 이를 지키도록 한 것이다. 한 학기 단위였던 계약 관행도 1년으로 보장했다.

이어 제2항엔 "강사는 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법,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 등을 적용할 때에는 교원으로 보지 않는다"고 돼 있다. 이는 교원확보율 산정 등에서 강사를 제외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강사를 교원확보율 등에 포함하면 대학에선 전임교원 대신 강사를 늘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3항에선 신규임용을 포함하여 3년까지 재임용 절차를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제4항엔 "방학기간 중에도 임금을 지급한다"고 돼 있다. 방학기간의 임금수준은 임용계약에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제5항은 강사에게도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특별법엔 교원에 대한 예우나 신분보장 등에 관한 내용이 들어 있다.

결국 강사법은 강사를 '교원'급 처우를 하도록 대학에 규제를 가하면서, 기존 '교수' 등 전임교원 확보율 등에 영향이 미치진 않도록 하고 있다.

이번 달부터 입법예고 기간에 들어간 시행령에는 강사법의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있다. 시간강사에게 고등교육법상 교원의 지위를 부여하고 안정적으로 임용기간 동안 일하도록 하려는 취지다. 지난해 '대학 강사제도 개선 협의회'에서 6개월간 논의를 거쳐 도출된 합의안이 반영됐다.

강사법과 시행령을 종합해보면 처우개선을 위해 △최소 1년 단위 계약 △방학 중 임금지급 △객관적 기준에 의한 공개 임용 △임용기간 만료, 재임용 조건 사전통지 △주당 6시간 이하 수업(총장 승인시 최대 9시간) 등이 법령에 명시된다.

시행령엔 방학 중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지만 그 기준은 마련하지 않았다. 방학 동안 강사가 수업준비와 성적처리 등의 업무를 하게 되므로 업무시간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였지만 기준은 없어 혼란이 예상되고 있다.

유동주 기자
교육부 "대학, 강사 함부로 해고 못할 것"

[강사법 개정 후폭풍]시행령에 강사 해고할 수 없는 장치 마련...추가 대책도 검토
교육부는 개정 강사법으로 인해 새 학기에 강사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는 논란에 대해 겸임·초빙 교수 자격요건 강화, 교수시간 상한선 등이 개정안에 포함된 만큼 대학들이 함부로 시간강사를 해고할 수 없을 것이라고 4일 강조했다.
또 전담부서인 '대학강사제도 정책지원팀'을 통해 지난달 25일부터 대학들의 움직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전담부서 설치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건비 상승을 피하기 위해 강좌를 폐강하거나 졸업 이수학점을 축소하는 등의 '꼼수'에 대비한 철저한 관리·감독을 주문했다.

교육부는 유 장관까지 직접 나서 대학에 개정 강사법의 현장 안착을 당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등 하위 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대학들의 강사 고용 현황을 집중 모니터링해 대학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입법예고한 법령들은 고등교육법 시행령과 함께 대학 설립·운영 규정, 사이버대학 설립·운영 규정, 대학교원 자격 기준 등을 담고 있다.

교육부는 시행령 개정과는 별도로 교육부와 대학·강사 대표로 이뤄진 실무 협의체를 마련해 ‘강사제도 운영 매뉴얼’도 만들 계획이다. 여기에는 임용·심사 절차에 대한 해설, 표준계약서의 예시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김도완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과장은 "개별 대학과 접촉해 강사법이 조기에 안착되도록 협조를 구하고 있다"며 "시행령에 시간강사 해고를 할 수 없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했지만 대학들이 강사수를 줄이거나 겸임·초빙교수에게 강의를 몰아주는 등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추가대책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입법예고하고 대학들의 강사 고용 현황을 집중 모니터링해 대학 재정지원사업에 반영하겠다고 밝혔지만 당장 벌어지고 있는 강사 해고를 막을 수단이 마땅치 않다고 지적했다.

개정 강사법이 8월부터 시행되면서 당장 올 1학기 시간강사들의 자리가 불안하다는 얘기다. 또 새로 박사학위를 취득하더라도 강사로의 신규 진입이 어려워져 '학문 후속세대' 양성이 가로막힐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전문가들은 전임교수에게도 수업시수 제한을 둬 대학이 전임교수에게 강의를 몰아주는 꼼수를 막고 방학 중 임금 지급에 대한 규정도 명확히 해 혼란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좌수 축소나 강사가 아닌 전임교수들의 강의 증가에 대한 실태조사도 병행할 것을 주문했다.

문영재 기자

"대학 재정난" 주장 vs "과도한 적립금 강사에 써라"
[강사법 개정 후폭풍]
대학 시간강사의 처우개선과 신분을 보장하기 위한 이른바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 시행(8월)을 앞두고 개정 강사법이 시간강사의 목줄을 죄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시간강사를 살리겠다고 만든 정부안이 오히려 현장에서는 시간강사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시간강사 7만5000여명 가운데 20~30%가 해고 위기에 놓일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대학들은 등록금 동결과 입학정원 축소로 재정난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개정 강사법 시행에 따라 인건비 부담이 커졌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00년(451만원)부터 2009년(741만원)까지 10년간 사립대 평균등록금이 164% 오른 후 이후 10년간은 0.28%(2만500원) 오르는데 그쳐 대학들의 볼멘소리가 높다.

대학들의 등록금 수입도 줄고 있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놓은 '사립대 재정 현황'에 따르면 2013년 8조3433억원이던 사립대 등록금 수입은 2017년 8조522억원으로 2912억원 줄었다. 등록금 수입이 대학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6.4%에서 43.3%로 떨어졌다

수도권 소재 한 사립대 관계자는 "방학 중에도 시간강사에게 임금을 줘야하고 건강보험과 퇴직금까지 고려하면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지난 8월 발표한 대학정보공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결산 기준 일반 사립대의 교비회계 적립금은 7조9335억원으로 전년말(7조9504억원)보다 169억원, 0.2% 감소했다.

장호성(단국대 총장) 대교협 회장은 "대학 재정악화로 투자가 감소하면서 대학 교육의 질적 하락이 구조화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미래에 일어날 일에 대비해 과도하게 적립금을 쌓아두기 보다는 현 세대를 위해 합리적인 활용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김태훈 위원은 "서울 소재 주요 대학들이 대규모 적립금을 쌓고 있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합리적인 선에서 등록금 부담이 큰 학생들을 위해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또 "대학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재정 확대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문영재 이해인 기자
근로조건 개선명분에…사라지는 '취약계층 일자리'

[강사법 개정 후폭풍]정책 입안 과정에서 '당사자 소통' '사회적 대화' 통해 발생 가능한 문제점 대책마련하며 세심하게 접근해야
전호환 부산대 총장이 지난 1월 3일 오후 부산대학교 본관 앞에서 강사법 시행으로 인한 구조조정 및 시간강사 대량해고를 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마친 후 시간강사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는 대학가 시간강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고등교육법을 개정(강사법)했지만 오히려 시간강사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저소득 근로자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 오히려 비숙련 근로자들의 고용을 위축시킨 것과 유사하다. 모두 사회적 대화를 통해 발생 가능한 문제점을 짚어보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8월부터 시행되는 강사법은 시간강사의 임용기간을 최소 1년으로 하고, 방학 동안 임금 지급, 최소 3년간 재임용 심사받을 수 있게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용 불안정에 시달리던 시간강사들을 위한 개정안이지만, 현실은 반대다. 적지 않은 대학에서 인건비 부담 등을 호소하며 시간강사 대량 해고에 나섰다. 근로조건 개선을 감당할 여력이 안된다는 이유로 고용이 위축되는 셈이다.

최저임금 인상 역시 비슷한 효과를 냈다. 2017년 6470원이던 시간당 최저임금은 올해 8350원로 29.1%가 올랐다. 저소득 근로자들의 소비 여력을 높여 내수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이뤄졌다.

결과는 소득 양극화와 저소득층 고용 감소로 돌아왔다. 지난달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에 따르면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소득 상하위 격차는 최대치를 보였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소득은 지난해 4분기 기존 17.7% 감소했으나 상위 20%인 5분위는 10.4% 증가하며 격차가 벌어졌다.

최저임금 영향권 근로자들이 많은 업종에서 일자리 감소가 두드러졌다. 숙련도가 낮은 서비스부문 일자리에 속하는 음식·숙박업과 도·소매 판매업, 사업시설관리업 등에서만 지난해 19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고용이 불안정한 일용·임시직 취업자도 19만5000명 줄었다. 소득 하위 20% 중 무직가구 비중도 지난해 4분기 55.7%로 2017년 4분기에 비해 12.1%p 올랐다.

정부는 정책을 추진하기 전 전문가에게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정책의 예상 결과를 가늠해보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적지 않은 정부 관계자들은 전문가의 연구만큼이나 중요한 게 이해당사자와의 소통, 관련 분야 노사정이 함께 하는 사회적 대화라고 입을 모은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책의 영향까지 세심하게 살펴서 설계하고 집행해야할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면서도 "하지만 정책 설계는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노사정 합의를 이룬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연장을 예로 들었다. 그는 "사회적 대화를 시작하면서 노동계는 산하조직과 열심히 소통한 결과 걱정거리를 많이 가져오고, 그것들을 노사정 대화에 풀어놓으면서 정책에 반영했다"며 "노사정 대화가 필요한 이유는 정책 변화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당사자들이 짚어보고 대안을 고민하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정책의 효과와 발생할법한 부작용 등에 대해서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고 예상하는 게 이해당사자들인만큼, 직능단체 등에서는 구성원과 소통하면서 미리 대안을 마련하고, 정부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이에 대한 대책을 세심하게 마련하면서 정책에 접근해야한다는 뜻이다.

교육부의 고등교육법 개정 역시 정부와 대학, 시간강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만든 법안이라고 하지만, 실제 강사법이 시행됐을 경우 발생할 대량해고를 예상한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부족한 사회적 대화와 정부의 졸속 추진에 따른 부작용은 비단 시간강사만이 아니라 줄어든 수업 때문에 학업에 지장 받는 학생들, 업무 부담이 가중된 다른 교직원들까지 다 함께 떠안게 됐다.

최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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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 기자 hjl1210@, 강주헌 기자 zoo@mt.co.kr, 이지윤 기자 leejiyoon0@mt.co.kr,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세종=문영재 기자 jw0404sh@mt.co.kr, 이해인 기자 hilee@mt.co.kr, 세종=최우영 기자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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