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자전차왕 엄복동' 반전 없는 '국뽕' 영화..관객에게 통할까

입력 2019. 2. 25.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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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시타! 모리시타!" 아이들이 골목을 누비며 모리시타의 이름을 연신 외친다.

자전차 경주에서 1등한 '일본인' 노래를 부르는 '조선인' 아이들.

한편, 평택 물장수 엄복동(정지훈 분)은 남동생 귀동(신수항 분)의 등록금으로 마련한 자전차를 잃어버린다.

엄복동은 오로지 우승 상금 1백 원을 얻고자 이홍대(이시언 분)와 일미상회 자전차 선수단에 가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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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전차왕 엄복동' /사진=네이버 영화

“모리시타! 모리시타!” 아이들이 골목을 누비며 모리시타의 이름을 연신 외친다. 자전차 경주에서 1등한 ‘일본인’ 노래를 부르는 ‘조선인’ 아이들. 나라를 빼앗기다 못해 이젠 아이들이 꿈꾸는 조선의 미래마저 일제에 빼앗긴 것이다. 커지는 무력감과 좌절. 황재호(이범수 분)는 자전차 경주 대회에서 일본인을 꺾을 만한 조선인 선수를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애국단에게는 한낱 이상이다. 총, 칼만이 일본군들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뿐. 그들은 갈등할 수밖에 없다.

한편, 평택 물장수 엄복동(정지훈 분)은 남동생 귀동(신수항 분)의 등록금으로 마련한 자전차를 잃어버린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경성으로 떠난 엄복동. 그리고 그곳에서 우연히 발견한 ‘전조선자전차대회’ 전단지. 엄복동은 오로지 우승 상금 1백 원을 얻고자 이홍대(이시언 분)와 일미상회 자전차 선수단에 가입한다.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 /사진=네이버 영화

영화의 핵심인 자전차 경기는 결승선을 통과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박감. 배우들의 몸 사리지 않는 열연도 돋보인다. 조선 민중들의 엄청난 환호에 사명감을 느끼는 엄복동. 관객의 마음까지 뜨거워진다.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 /사진=네이버 영화

주제는 명확하다. ‘애국’. 하지만 그게 다였다. 특히 애국단 행동대원 김형신(강소라 분)과 엄복동의 로맨스는 황당하기 그지없다. 독립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김형신. 관객들도 모르는 사이 언제, 어떻게 엄복동과 사랑을 키워나간 걸까? 관객들에게 그들의 로맨스를 설득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김유성 감독은 “블록버스터로서의 야심, 스포츠 영화의 역동성, 로드무비의 정서, 형신과의 로맨스까지 다채로운 구성을 가진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욕심이 과했다. 전체적으로 이 모든 재료가 조화롭게 어우러지지 못했다. 주변을 겉돌고만 있을 뿐.

어색한 CG와 매끄럽지 못한 편집도 한몫했다. ‘메시지’만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기에도 힘든 시대.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어설픈 CG는 오히려 극의 몰입을 방해한다.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 /사진=네이버 영화

물론 우리가 그동안 알지 못했던 실존 인물 ‘엄복동’의 삶을 다룬 영화라는 점에선 관객들의 흥미를 끌기 충분하다. 일제강점기에 조선 민중의 한을 달래고 희망을 일깨웠던 민족의 영웅 ‘엄복동’. 하지만 엄복동의 성공 신화가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의 계기가 됐다고 하기에는 다소 억지스럽다. 이것이 올해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의 100주년을 맞아 ‘애국 마케팅’을 시도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이다. 김 감독은 “왜 국뽕과 신파는 지양돼야 하는 것인지, 이 영화가 소비에만 그치지 않고 많은 사람들과 얘기해볼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영화를 다 보고 나왔는데도 후련하지가 않다. 이미 많은 애국 영화에서 본 듯한 결말. 예고편이 자세한 탓일까, 아니면 기대가 지나쳤던 탓일까. 다만 곧 다가오는 3·1절을 맞이해서 독립을 위해 목숨 바쳐 투쟁했던 이들의 의미를 되새겨볼 수는 있겠다. 과연 엄복동은 경기장을 조선 민중들의 환호로 가득 채울 수 있을까. 러닝타임 117분. 2월 27일 개봉.

[MBN 온라인뉴스팀 김대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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