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셀 뒤샹展 리뷰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학창시절 마지막 미술 시간을 기억한다.
서울 국립현대미술관은 뒤샹의 초기 회화와 <샘> 을 가까이서 관람할 수 있는 <마르셀 뒤샹展> 을 개최했다. 마르셀> 샘>
미술사를 바꾼 작품인 만큼 웅장하고 거대한 분위기가 좌중을 압도할 거라 예상했지만 <샘> 은 작고 초라했다. 샘>
그는 남성 변기를 구매해 R.Mutt라고 서명한 후 <샘> 이란 이름으로 독립미술가협회전에 출품했다. 샘>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학창시절 마지막 미술 시간을 기억한다. 교과서엔 마르셀 뒤샹의 <샘>이란 화장실 변기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저게 작품이라고?’ 그동안 봤던 회화, 조각 작품에 비해 작가의 노력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작가는 무슨 생각으로 변기를 작품이라고 했을까. 작가를 이해하기 위해 작품 설명을 읽어 내려갔다. ‘레디메이드, 다다이즘.’ 도무지 알 수 없는 설명에 교과서를 접었다.
레디메이드는 기성품이란 뜻이다. 물건을 재가공하지 않고 제목만 새로 붙여 전시한다는 개념으로 1913년 뒤샹이 화장실 변기인 <샘>을 발표하면서 미술 용어로 자리 잡았다. 뒤샹은 ‘이제 미술은 어떤 대상을 평평한 캔버스 위에 재현하거나 혹은 인간의 감정을 다양하게 표현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성 제품에 사인함으로써 일상적인 사물이 예술 작품이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작품으로서 기성품을 바라볼 때는 기성품 본래 목적성을 잃고 단순히 사물 그 자체의 무의미함에서 오는 미(美)’를 발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시회의 정수는 <샘>이다. 미술사를 바꾼 작품인 만큼 웅장하고 거대한 분위기가 좌중을 압도할 거라 예상했지만 <샘>은 작고 초라했다. 얼룩덜룩 노랜 자국과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는 어떤 의미를 전달하려고 했을까. 작품의 가치를 알기 위해 1913년으로 돌아가 보자.
중요한 것은 뒤샹이 변기를 작품으로 선택하고 <샘>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것이다. 변기 본래 가치를 제거하고 새로운 맥락과 개념을 창조한 것. 완성된 작품 자체보다 제작의 아이디어나 과정을 예술로 보는 태도의 개념 미술을 탄생시켰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전시 <마르셀 뒤샹展>은 서울 국립현대미술관에서 4월 7일까지 진행된다.
박신영 기자 / shin025@outdoornews.co.kr
Copyright © 월간 아웃도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