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파주] 윤덕여호, 미소 속에 감춘 '별별 고민'

조형애 2019. 2. 2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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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조형애(파주)]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았다.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웃음이 난다는 소녀들처럼, 굴러가는 공에 꺄르르 웃음꽃이 떠나질 않았다. 괜히 따라 웃게 됐다. 웃으니까 기분이 좋았다. 그들은 잘 몰랐겠지만, 여자축구대표팀은 그런 매력이 있었다.

<포포투>가 본 건 4개국 친선대회가 열리는 호주로 떠나기 전날 윤덕여호다. 막바지 겨울바람이 불던 21일의 낮, 파주 축구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엔 저녁 식사 후 합류하는 수원도시공사 소속 여민지, 문미라, 이은미와 23일 호주 현지에서 합류하는 지소연, 조소현을 제외한 선수 21명이 모였다.

대표팀은 프랑스에서 열릴 결전, 그러니까 2019 FIFA 프랑스 여자 월드컵을 위한 해외 마지막 모의고사 직전에 있었다. 분위기는 ‘좋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였다. 하지만 다 좋을 순 없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 했다. 해맑은 미소 뒤엔 별별 고민이 있었다.


#고민1: 세계 최강을 꺾은 상대, 프랑스가 너무 쎄요!

여자축구 간판으로 성장한 이민아가 한 말 중에 가장 귀에 박힌 단어가 있었다. ‘약체’. 4개국 친선대회를 앞둔 각오와 월드컵 준비를 묻는 질문에 이민아가 말했다.

“월드컵까지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4개국 대회서 만나는 호주와 뉴질랜드, 아르헨티나는 모두 좋은 스파링 파트너다. 이번 대회를 통해 보완할 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더 살리도록 노력하겠다. … 월드컵 무대서는 우리가 가장 약체다. 팀을 생각하고 뛰겠다.”

2019년은 윤덕여호에게 정말 중요한 해다. ‘황금세대’라 불리는 이들이 모두뛰는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이 막이 오른다. 그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 곧 D-100일이다. 상대는 모두 녹록지 않다. 한국은 개최국 프랑스, 나이지리아, 노르웨이와 함께 A조에 속해 있다.

일단 프랑스와 노르웨이를 상대론 이긴 경험이 없다. 각각 2경기씩 치러 모두 졌다. 프랑스 경우엔 한국의 2015 캐나다 월드컵 8강을 좌절케한 상대이기도 하다. 나이지리아라고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지난 1월 중국 4개국 친선 대회에서 중국에 0-3 완패했다고 하지만 이민아 눈을 속일 순 없었다. “정상 컨디션도 아닌 것 같았고, 전략도 숨기는 느낌이었다. (당시 경기력 그대로를) 믿으면 안 된다.”

문제는 1차전 상대인 프랑스가 세도 너무 세다는 것.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최근 프랑스가 미국을 완파했다”고 전하면서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미국이 어딘가. 명실 상부한 여자 축구 최강국이 아니던가. 프랑스 가상 상대로 호주, 뉴질랜드전을 준비하기 전 받아들기엔 참 김빠지는 소식일 수밖에 없었다.


#고민2: 예상되는 관중 변수, 극복할 수 있을까요?

윤덕여호의 현실 월드컵 본선 목표는 승점 4점. 툭 까놓고 말해서 프랑스는 이기기 힘든 상대이기 때문에 남은 두 팀에게 1승 1무를 거두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프랑스에 질 때 지더라도 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취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문제는 빤히 예상되는 변수들이다. 환호보다는 고요가 더 익숙한 윤덕여호는 만원관중 속에서, 그것도 프랑스를 일방적으로 응원하는 팬들 사이에서 경기를 치러야 하는 운명이다. 경기장도 파리 생제르맹 FC가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파르크 데 프랭스. 사전 답사를 한 윤덕여 감독이 라커룸을 살펴본 뒤 ‘정말 좋다’고 눈이 휘둥그레졌다는 곳이다.

그곳에 홈 팬들이 가득 찰 예정이다. 프랑스가 여자월드컵 홍보에 열심인데, 더구나 개막전이기 때문에 관심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티켓도 이미 상당히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4개국 친선대회도 호주가 상당히 홍보에 열을 올리며 예행연습을 할 수 있을 수준은 됐다고 한다.

하지만 절대적 경험치가 부족한 상태.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4월 국내에서 열릴 A매치에 ‘야유하러 와주세요’라고 해야 할 판”이라고 했다. 가상 상대팀 팬이 되어 역으로 대표팀을 도와달라는 의미의 농담 섞인 말이었다. <포포투>는 아예 드레스 코드를 프랑스 하면 떠오르는 파란색으로 하면 어떻겠느냐고 맞장구를 쳤다. 어쩐지 ‘웃픈’ 상황이었다.


#고민3: 인기는… 어떻게 하면 올라갈까요?

더 큰 고민은 아예 관심받지 못할까 하는 걱정이다. 애당초 남자 연령별 대표보다 주목도가 떨어지는 게 여자 축구 대표팀의 현실인데, 여자월드컵 직전에 FIFA U-20 월드컵이 폴란드에서 개최된다. 대회 일부는 겹치는 일정이다.

선수들이야 타 대회까지 신경 쓸 여력이 현재 없지만, 기본적으로 여자축구 걱정을 가지고 산다는 것이 대한축구협회 관계자가 전한 선수들 속 사정이다. “선수들과 긴 이야기, 긴 인터뷰를 하면 다 똑같다. 여자축구에 대한 걱정을 한다. 뇌구조를 그린다면 그게 굉장히 크게 나올 것”이라면서 “우리가 잘해야 여자축구 관심도가 올라가고 하고자 하는 어린 친구들도 많을 것이라는, 그런 마음속 짐을 다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연령별 대표로 내려가면 여자 축구는 풀이 120여 명 남짓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같은 연령 대비 일본의 1/10 수준. 현재 일본과 비교적 대등한 경쟁을 하고 있다는 것이 ‘기적’으로 불리는 이유다.

이런저런 고민과 걱정을 들키지 않으려는 듯 분위기는 1시간 30분여 이어진 훈련 내내 화기애애했다. 맏언니 김정미는 집중했고, 늦깎이 대표 박세라는 단연 열심히였고, KFA 올해의 여자 선수상에 빛나는 장슬기의 웃음소리는 유독 밝았다. 취재진이 절로 “분위기 정말 좋다”고 할 정도였다. 미소 속 고민을 감춘 이들을 답을 찾기 위해 호주로 향한다. 조금이라도 덜고 오길 바랄 뿐이다.

#2019 호주 4개국 친선대회 참가 명단 (26명)

GK = 강가애(구미스포츠토토), 김정미(인천현대제철), 정보람(화천KSPO)
DF = 김혜리, 신담영, 임선주, 장슬기(이상 인천현대제철), 정영아, 박세라(이상 경주한수원), 홍혜지(창녕WFC), 이은미(수원도시공사), 하은혜(구미스포츠토토)
MF = 이영주, 이소담, 한채린(이상 인천현대제철), 강유미, 전가을(이상 화천KSPO), 조소현(웨스트햄유나이티드WFC), 장창(서울시청), 문미라(수원도시공사), 이민아(고베 아이낙)
FW = 이금민(경주한수원), 손화연(창녕WFC), 정설빈(인천현대제철), 지소연(첼시레이디스), 여민지(수원도시공사)

#4개국 친선대회 일정

2/28(목) 14:35 vs 아르헨티나, 시드니 주빌리스타디움
3/3(일) 17:00 vs 호주, 브리즈번 선코프스타디움
3/6(수) 13:05 vs 뉴질랜드, 멜버른 AAMI파크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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