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입주민대표 아들에 '폭행·갑질' 당한 경비원 "내가 마지막이길"

김청윤 2019. 2. 20.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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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고요, 밥도 잘 못 먹고 무엇보다 육체적인 것보단 정신적으로 상처를 많이 받아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습니다.”

서울 강남의 한 초고가 아파트단지에서 입구 차단봉을 늦게 열었다는 이유로 입주자대표의 아들에게 무차별 폭행과 ‘갑질’을 당한 경비원 A(43)씨는 20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피해 정도를 털어놨다.

A씨는 해당 아파트단지에서 2017년 1월부터 약 2년간 일해왔다고 한다. 그는 사건 당일인 지난 6일에 관한 질문을 꺼내자 괴로운 듯 미간을 잠시 찌푸렸다.

설 연휴기간에 경비 근무를 하게 된 이유로 A씨는 “그날 내가 주간 근무였다”며 “오전 8시부터 근무를 했는데, 교대를 하자마자 사건이 발생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A씨는 경비실에서 잠시 적을 게 있어 적고 있었는데, 밖에서 ‘부릉부릉’ 하는 소리가 나 곧바로 게이트를 열어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토바이를 타고 온 권모(43)씨는 다짜고짜 경비실로 들어와 A씨의 멱살을 잡고 폭행을 시작했다. A씨는 “브레이크를 밟았다는 사실 자체가 불만이었던 건지 ‘넘어지면 어떡하느냐’는 등 말을 하면서 (경비실로) 들어와 멱살을 잡더라”고 전했다.

A씨는 “이러지 마시라고 했는데도 (권씨가) 분이 안 풀렸는지 욕설과 폭행을 계속했다”며 “인중 옆에 두 군데를 맞았고, 무릎으로 낭심을 한 대 차더라”고 말했다.

권씨의 폭행과 욕설은 10분 가까이 이어졌다고 한다. A씨는 현재 외상후 스트레스 등으로 정신과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가해자에 대해 묻는 질문에 “입주자대표의 장남으로 알고 있다”면서 “나이도 저하고 같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예전에도 이런 일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권씨가 원한 건 아파트단지 입구를 ‘프리패스’하는 것이었던 것 같다”면서 “그런데 우리나라 어느 아파트 게이트가 자동으로 열리겠느냐”고 되물으며 황당해했다.

권씨의 주장과 달리 차단봉도 늦게 연 게 결코 아니라고 반박했다. A씨는 “내 딴에는 정상적으로 부릉부릉(오토바이가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 연 건데 자기가 넘어질 수도 있었다고 한다”고 억울해했다. 그는 폐쇄회로(CC)TV를 살펴보라고 덧붙였다.

A씨는 권씨에게 들은 폭언도 생생히 기억했다. A씨에 따르면 권씨는 ‘네가 여기서 하는 일이 문 열어주는 건데, 그것도 못 열면서 여기 왜 있냐’거나 ‘덩치도 큰 새X가’, ‘너 돈 얼마 받냐 여기서’, ‘처자식이 있으면 처자식 앞에서…’ 같은 말을 쏟아냈다.

이전에도 권씨는 A씨에게 협박과 폭언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A씨는 “입사하기 전에 (권씨가 다른 직원들에게) 무릎으로 갑자기 허벅지를 찍는다고 하거나 칫솔로 협박하고, 욕은 기본이었다”고 했다.

당시 다른 경비원들이 가만히 있었던 이유와 관련해 A씨는 “너무 갑작스럽게 일이 벌어져서 (그런 것 같다)”며 “나 같은 경우 예전 일도 있고 해서 (같이 있던) 후임이 녹취를 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사건이 벌어진 이후에도 웬만하면 좋게 해결하려고 했지만, 권씨 측으로부터 2주가 지나는 동안 아무런 사과가 없어서 언론 제보를 결심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끝으로 “전국에 경비업에 종사하는 분들도 모두 누군가의 귀한 자식이고, 아버지인데 이런 폭행이나 욕설, 인격모독을 당하면서 어떻게 근무를 (하겠느냐)”며 “이런 건(갑질과 폭행 등) 좀 뿌리가 뽑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언제부터 근무를 하셨는지?
제가 여기 입사한 거는 2017년 1월 23일. 지금 근무하는 곳은 재작년 10월 1일이죠. 그러니까 한 2년 정도 근무를 한 거고요

-사건 당일(2월 6일)이 설 연휴였는데 어떻게 근무를 하게 되신 건지?
보안 업체에 계신 분은 다 아시겠지만 교대 조로 돌아가기 때문에 저희가 이제 주간 근무였습니다. 그날 아침 8시부터 그렇게 해서 근무를 하게 됐고요. 어차피 그 사건이 일어나게 된 게 8시 전후기 때문에 저희가 교대하자마자 일어난 시점이었습니다

-당시 상황을 설명해주신다면
보통 교대를 하면 정문은 2명이 근무하게 되는데 그날은 제가 차 들어오는 관리를 하는 좌석에 앉고 이제 뭐 좀 잠깐 적을 게 있었습니다 적다 보는데 부릉부릉 소리가 나길래 문 열고 곧바로 게이트를 열어줬습니다. 

그런데 브레이크 밟은 자체에 불만이 있는 건지 본인 딴에는 넘어지면 어떡하냐는 둥 하면서 정문에다 세워놓고 들어오더라고요. 들어오고 나서 처음 멱살부터 잡길래 이러지 마시라고 주먹을 잡았죠. 치지 마시라고 욕하지 마시라고. 분이 안 풀렸는지 계속 욕에 욕설에 인격모독에 폭행을 한 3대 때리시더라고요. 폭행 부위는 인중 옆에 2군데 정도 되고 그다음에 무릎으로 낭심 1대 차더라고요.

-현재 상태는 어떠신지
정신적으로 잠을 못 자고 있고요. 밥은 더할 나위 없이 못 먹는 거고 지금 치아도 약간 흔들리는 경우도 있고요. 여기 낭심 부분은 그나마 제가 피했거든요 뒤쪽으로 뺐는데 여기(얼굴)는 정면으로 맞아가지고 근데 아무래도 육체적인 거보다는 정신적인 게 큰 부분이죠.

-정신적으로 병원 치료를 받거나 그런 적은?
지금 정신과 다니고 있습니다. 

-어떤 내용으로 지금 치료를 받고 계신지?
트라우마랑 외상후 스트레스 그런 걸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가해자는 어떤 사람인지?
그분은 지금 현재 입주자대표 구지윤 총무이사 장남으로 알고 있습니다. 권모씨라고 나이도 저하고 같은 걸로 알고 있고, 45살 동갑인 걸로 알고 있고, 입주자 대표님도 2년 단위인데 2년, 2년 그리고 연임해서 또 3번째 되신 거거든요(현재 5년째). 그런 부분도 조금 문제가 될 거 같기도 하고, 아드님은 예전에도 이런 일이 많았기 때문에 그래서 저는 처음엔 좋게 갈려고 했는데 2주가 지나도 아무런 (사과가) 없어서 이렇게 일이 된 거 같습니다.

그냥 그분(권모씨)이 원하는 건 프리패스 거든요 게이트를 근데 우리나라 어느 나라 아파트 게이트가 오토바이에 누가 타던 게이트 앞에서는 속도를 줄이는 게 맞고 자동차도 마찬가진데 본인이 자기 오토바이가 크니까 넘어질 거다. 난 너 때릴 만큼 나도 놀랐다. 오히려 그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황당했죠.

-차단봉을 늦게 열었던 게 아니라 정상적이었다?
저희 딴에는 정상적으로 연 건데. 그사람(권모씨)은 자기가 부릉부릉 브레이크를 밟은 그 자체가 불만이었다는 거죠. 넘어질 수도 있었다는 그런 주장을 하고 있는거죠. 근데 누가 봐도 CCTV 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항이었고요. 

-어떤 폭언을 들으셨는지?
예를 들어서 인격모독이라고 하면 “네가 여기서 하는 일이 문 열어주는 건데, 그거도 못 열면서 여기 왜 있냐”고 “덩치도 큰 새끼가” “딴 데 가서 해라”, “너 돈 얼마 받냐 여기서” “왜 정초부터 욕을 처먹고 죄송하다고 얘기를 하느냐” “처자식이 있으면 처자식 앞에서...” “똑바로 해라”, “말대꾸하지 마라”
X신X끼, XX끼는 기본이고요.

-자주 그랬는지?
예전에 제가 입사하기 전에 무릎으로 갑자기 허벅지를 찍는다는 둥 그다음에 칫솔로 협박하고 욕은 기본이었고요. 전 이제 폭행을 제대로 당한 건데 제가 모르는 또 뭐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 이외에 제가 들은 거만 말씀드리는 거고...

-다른 경비원분들은 왜 가만히 있었는지?
그때 당시에는 녹취를 못 하는 상황이었고 너무 갑작스럽게 일이 벌어져서 근데 저 같은 경우는 예전에 선행이 있었으니까 나쁜 행동이 있어서 낌새가 이상하다 싶어서 제 후임이 녹취를 한 겁니다.

-가해자(권모씨)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가 마지막이 돼야 되겠죠. 경비 업종에 근무하시는 분들 마찬가지로 전국에 다 똑같지 않겠습니까. 누군가의 귀한 자식이고 누군가의 귀한 아버님이고 이런 폭행이나 욕설, 인격모독 당하면서 어느 누가 근무를 (하겠습니까). 이런 건 좀 뿌리가 뽑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청윤 기자 pro-ver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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