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아시안게임이 대목..평창 때만 1만명 눌러앉았다
공항 내리자마자 건설 현장 직행
네팔·스리랑카 등 선수 7명 잠적
몰려드는 불법체류 <하> 비자 완화 틈탄 위장 관광객들
그는 2014년 9월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부인과 함께 한국에 왔다. 방문 목적은 경기 관람과 관광이었지만 부부가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찾아간 곳은 아파트 건설현장이었다.
라이 부부는 90일간의 체류 기간이 지난 뒤에도 한국에 머물며 매달 300만원을 고향에 보냈다. 불법체류자가 된 부부는 4년이 넘는 동안 대구와 경북 상주, 충남 공주 등 전국의 건설현장을 돌며 일했다.
라이는 “국제스포츠 행사가 열리는 시기엔 한국에 들어오는 관광객이 많다 보니 평소보다 쉽게 들어올 수 있어 돈 벌려고 오는 외국인이 상당히 많다”며 “한국에 온 뒤 브로커에게 20만~30만원을 주면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고, 요즘은 한국에 온 친구가 많아 그들을 통해서도 어렵지 않게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라이 부부처럼 국제행사가 열리는 시기를 노려 한국행을 택하는 외국인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난해 2월 열린 평창올림픽 당시 관광 활성화를 이유로 90일까지 체류 가능한 무비자 입국을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평창올림픽 티켓 구매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한 이들에 한해 입국절차를 간소화한 것이다. 단체관광객을 유치하고 올림픽 티켓 판매를 늘리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이 중 최대 체류 기간인 90일이 지나고도 국내에 불법으로 체류 중인 외국인이 1만1635명(지난해 5월 말 기준)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당시 법무부는 평창올림픽 성공 개최 지원 등을 위한 무사증 확대 정책에 편승한 관광 목적 외국인 불법체류가 급증하자 불법체류자 감축 대책을 강화하기도 했다.
대규모 국제행사 때 관람객으로 들어온 외국인만 잠적하는 건 아니다. 선수들이 잠적하기도 한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대회 참가를 위해 국내에 들어왔던 외국인 선수들이 잠적했다. 인천경찰청은 대회가 끝난 뒤 7명의 외국인 선수가 잠적했다고 밝혔다. 당시 네팔 세팍타크로 선수를 시작으로 네팔 3명, 팔레스타인 1명, 방글라데시 1명, 스리랑카 2명의 선수가 사라졌다. 선수들은 선수단 출국을 앞두고 숙소나 공항에서 돌연 잠적했다.
국내 무술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입국한 외국인 선수들이 무더기로 사라진 적도 있다. 2016년 9월 열린 청주 세계무예마스터십 당시에도 스리랑카 주짓수 선수 3명과 우즈베키스탄 선수 4명이 종적을 감춰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또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기간에는 16명, 2007년 창원에서 열린 국제사격대회 땐 키르기스스탄 대표 선수 19명이 종적을 감추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국제스포츠 행사 기간에 맞춰 계획적으로 들어온 외국인들이 유흥업소와 농어촌, 공장 등 다양한 곳으로 흘러들어가 이미 자리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매년 300명이 넘는 불법체류자들이 임금체불 문제 등으로 찾는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 한윤수 소장은 “아무래도 평창올림픽처럼 외국인 관광객들이 집중되는 시기에 취업이 목적인 외국인이 많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며 “이들은 한국에 입국한 후 농촌과 어촌은 물론 공장 지역과 유흥시설 등 다양한 곳으로 일거리를 찾아 떠난다”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위성욱·김민욱·박진호·최종권·김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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