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뉴스] 다 컸으니 나가라는데.."기댈 곳이 없어요"

최유찬 2019. 2. 16.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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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만 18세가 되면 보육원에서 떠밀리듯 나와 5백만 원으로 자립을 해야하는 보호 종료자들의 사연을얼마전 보도해드렸습니다.

보도 이후 같은 경험을 겪은 많은 분들이 저희에게 연락 주셨고, 한 분은 멀리 지방에서 인터뷰를 하러 올라오기로 했었는데, 인터뷰 당일 이런 문자를 보내셨습니다.

"고아원 친구들한테 인터뷰 나간다고 했더니 사람들은 자기 살아가기 바쁜데 우리 같은 애들을 도와줄 것 같냐고 해서 인터뷰를 못한다. 죄송하다."

문자를 보며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이들에게 국가와 사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최유찬 기자가 보호종료자들에 대한 지원 문제를 좀 더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아버지의 폭행과 가난에 시달리던 어린 시절, 그래서 김 모군에겐 9살 때부터 시작된 보육원 생활이 오히려 행복했습니다.

[김 모 군/보호종료자] "(아빠가) 술먹고 때리고 삼시세끼 잘 못먹고…초등학교 3학년 때 받아쓰기를 못했어요. 근데 보육원 들어가니까 좀 케어가 되더라고요."

그러나 2년 전, 보육원을 나와야하는 만 18살이 되니 다시 가난이 시작됐습니다.

자립지원금 5백만원과 기초생활수급자라 받게 된 한 달 50만원으로 홀로서기에 나서야했던 김군.

가난을 벗어나려면 공부를 해야한다 싶어 대학에 입학했지만,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지 늘 막막합니다.

[김 모 군/보호종료자] "(정부나 시설에서 연락오는게) 진짜 없어요. 오히려 제가 먼저 연락을 드려요. 대학교 등록금 제 돈으로 다 냈는데 어떻게 지원받을 수 있는거 없느냐…"

6개월때 보육원에 맡겨졌던 32살 정모씨는 결국 돈을 벌기 위해 대학을 관뒀습니다.

하지만 10년째 고시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살려고 해도 빚은 늘어만 가고, 마음의 상처만 커졌습니다.

[정 모 씨/보호종료자] "돈(임금) 떼여서 노동부에 갔는데 사장이 그러더라고요. 시설에 있던 애 내가 채용해가지고 잘 대해줬는데 이제 뒤통수 친다. (빚이) 5백 만원 가까이 돼요. 너무 힘들고 답답해서…"

얼굴도 모르는 부모, 시설과 정부도 기댈 곳은 되지 못했습니다.

[정 모 씨/보호종료자] "차라리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 그래서 내가 정책을 다 바꿔보고 싶다. 이런 생각까지 했었어요. 대놓고 뭐라하고 싶었던 거에요. 정부에다가 대놓고…"

지난 5년간 보육원 퇴소자들은 모두 1만 5백여명.

그런데 소재 파악이 안되거나 연락이 끊긴 보호종료자가 4천 3백여명, 절반에 가깝습니다.

복지부는 한 해 13억원의 예산을 들여 보육원 출신들을 위한 자립지원단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 곳 역시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황운성/아동자립지원단 본부장] "(현재 보호 종료가 되면) 지원시스템이 미미합니다. 보호종료된 아동들이 굳이 연락을 해야될 이유가 없는거죠."

정부는 올해 4월부터 최근 2년 이내 퇴소한 보호종료자들에게 한 달 30만원의 자립 수당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 "지금까지 사실 너무 (지원이) 부족했었던 것도 맞다보니까 거기에 심각성을 느껴서 이번에 신규 사업을 시작하는 거거든요."

하지만 정작 지원 대상자는 이런 제도가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김 모 군/보호종료자] "모르겠어요. (몰라요?) 네. (자립) 지원 수당 나온다고 하셨는데 그것도 금시초문이에요."

취재중 만난 보육원 퇴소자들은 정부가 경제적 지원 이전에 자신들이 어떻게 사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한번쯤 직접 살펴봐주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MBC뉴스 최유찬입니다.

최유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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