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농장에서 구조된 개들.. 또다른 '지옥'을 마주하다
[오마이뉴스 글:박은지, 편집:김예지]
길을 가다 우연히 길 잃은 개나 불쌍해 보이는 길고양이를 발견하는 일이 있을 것이다. 안쓰러운 마음에 지자체에 신고하면 유기동물 보호소에 들어가도록 조처를 해준다. 하지만 공고 기한이 지날 때까지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아이들은 결국 안락사된다.
개인이 집에 데려와 돌볼 수도 있다. 하지만 만약 끝까지 입양자를 찾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잠시 안락한 환경을 제공한 것으로 만족하고 다시 길로 내보내야 할까? 동물 구조가 어려운 이유는 그 이후의 삶에 대한 책임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이 모든 생명을 떠맡기에는 버겁고, 그렇다고 마땅한 정답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처참한 환경 속, 죄 없는 생명들
경북 포항에 살고 있는 김아무개씨는 지난 2018년 4월에 우연히 약 70마리에 이르는 개들이 열악한 환경에 방치되다시피 길러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애니멀 호더'라고 생각했다. 시골이다 보니 밭을 지키라고 개를 묶어놓고 잘 돌보지는 않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 개농장 밥그릇을 직접 설거지하는 김 씨 |
ⓒ 박은지 |
"동네 주민들 사이에는 이미 잘 알려진 곳이라서, 이사 가면서 여기에 강아지를 버리고 가는 사람들도 있었던 모양이에요. 전기도 물도 없는 곳이라 환경은 굉장히 열악해요. 근처 군부대에서 밥을 얻어다 주고 그랬나 봐요. 암컷은 묶어놓고 수컷은 풀어놓는 식으로 교배를 시켜서 새끼 낳으면 팔고, 때려서 도살하기도 하고..."
김씨는 마을 주민의 증언을 토대로 사실 여부를 확인한 뒤 온라인에도 상황을 알렸고,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지자체에 민원을 넣었다. 번식이나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키우는 개농장의 경우라도 무조건 폐쇄시킬 수는 없다. 법절 절차를 따랐는지, 학대는 없는지, 환경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자체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게 된다.
▲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고 있던 강아지들 |
ⓒ 박은지 |
70여 마리의 개들 중 약 40여 마리는 보호소로 보내졌다. 보호소에서도 모든 개들을 수용하기는 역부족이었다. 김씨가 직접 몇몇 아이들을 입양하기도 했지만 아직도 약 25마리의 개들이 이곳에 남아 있다. 펜스가 없는 허허벌판이기 때문에 싸움이 나면 서로 물어 죽이기도 하고, 중성화가 안 되어 있었으니 여전히 무분별한 교배가 이루어진다.
청결하지 못한 환경 속에서 모든 개들이 심장사상충 양성 반응이 나왔고, 피부병이 없는 아이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해당 개농장이 철폐되었다는 소문이 나자 바로 얼마 뒤, 옆 동네 개농장에서 개를 훔쳐 가는 일도 있었다. 찾아가서 돌려받기는 했지만, 살아남은 개들을 살리고 지키는 일이 더욱 큰 과제로 남은 것이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일단 개농장 주인의 소유권 포기는 이루어졌지만, 남아 있는 아이들은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 걸까요? 일단 힘이 닿는 대로 중성화를 시키고, 수의사 선생님과 상의해서 심장사상충 주사도 맞혀놨어요.
하지만 본격적으로 치료를 하려면 한 마리당 60만 원 이상이 든다고 하는데 누구는 살리고 누구는 죽일 수 없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동물보호단체에 연락해 봤지만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해주지 않았고, 대부분 답변을 받지 못했어요. 저 혼자 힘으로 아이들을 살릴 수 있을까요?"
▲ 열악한 환경에서 지내고 있는 아이들 |
ⓒ 박은지 |
현실적으로 구조에 대한 가이드도, 해결책도 없는 상황. 기자가 직접 동물보호단체인 동물자유연대에 동물 구조에 대해 문의했다. 관계자는 "구조는 그 순간 끝나는 게 아니라 그때부터 시작이다. 병원 치료 후 사회화 과정을 거쳐 입양 보내고, 입양 후 잘 살고 있는지 살펴야 하고, 남은 아이들도 케어해야 한다. 따라서 개인이 수십 마리 동물을 구조했을 때 수용할 곳이 없으면 큰 문제"라고 말했다.
간혹 개농장 아이들을 일시에 구조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규모가 큰 단체에서 농장을 설득해 비용을 치르고 개들을 해외로 입양 보내는 여건을 마련하여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 포항 개농장의 강아지들 |
ⓒ 박은지 |
애니멀호더나 개농장의 상황이 알려질 경우 많은 사람들이 구조를 위해 힘을 보태고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문제는 '구조 이후'에는 모든 것이 잘 해결되었다고 여기고 이후 상황에 대해 오히려 관심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하지만 진짜 살아남는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개인에게 책임을 지우기는 너무 버겁고 누군가 대신 책임져주지도 않는 생명의 무게. 김씨는 "적어도 이곳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만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셨으면" 하고 절실한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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