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견] 밤낮으로 헌신만 하라니.."병원 떠납니다"

곽승규 2019. 2. 16.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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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1년 전 한 신입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의 죽음으로 영혼을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간호사들의 악습, 태움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정부 대책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간호사들이 처한 열악한 노동환경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늘 간호사들은 또 다른 죽음을 막아달라며, 1년 만에 다시 거리로 나섰습니다.

소수의견, 곽승규 기자입니다.

◀ 리포트 ▶

1년 전 서울 아산병원에서 근무하던 박선욱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입사 6개월 만에 몸무게가 13kg나 빠지는 등 피로와 스트레스 속에 고통받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입니다.

당시 아산병원 감사팀이 작성한 보고서.

중환자실 간호라는 복잡한 업무를 3개월 만에 담당하게 하여 심한 압박을 줌.

신규 간호사의 개인별 업무 적응도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적혀있습니다.

하지만 병원 측의 공식사과는 없었습니다.

[故 박선욱 간호사 유가족] "사람 목숨을 다루는 일하는 사람들을 그렇게 막 사지에 내몰듯이 처우를 해야하는가…"

1년 전 박선욱 간호사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동료 간호사들은 이렇게 병원 옆 육교에 추모 리본을 매달았습니다.

박 간호사의 죽음이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열악한 노동 환경이란 비롯된 구조적인 문제라는 건데요.

지난 1년간 달라진 게 있었을까요?

인천지역 공공의료를 책임지고 있는 인천의료원.

보호자 없이 전문 간호인력이 환자를 돌보는 간호·간병서비스가 운영돼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습니다.

하지만 간호사가 부족해 병동 한 곳이 운영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입 간호사 채용을 위해 수시로 채용공고를 내고 있지만 정원을 채우지 못해 병동 운영을 잠정 중단한 것입니다.

[김금자/인천의료원 간호부장] "(간호사 확보를 위해) 저희같은 경우는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 있는 병원들, 강원도, 전라도, 경상도를 다 다니고 있습니다."

인천 적십자병원의 사정도 마찬가지.

간호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다 응급실 문까지 닫았습니다.

현직 간호사들의 이번 달 근무표.

D로 표시된 새벽·오전근무, E로 표시된 오후·저녁근무, N으로 표시된 야간근무가 섞여있습니다.

사흘 연속 야근을 하다 하루 쉬고 다시 낮 근무를 하는 식으로 밤낮이 뒤바뀐 3교대 근무가 반복되는 것입니다.

[민수연/간호사] "새벽 5시 정도는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해야지 이제 (오전 근무) 출근시간을 맞출 수 있거든요. 근데 그 다음에는 밤샘 근무라고 생각할 때 생체리듬이 아예 깨질 수 밖에 없어요."

환자를 마주하는 일이다보니 항상 긴장 속에 휴식시간과 식사시간조차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간호사들.

하지만 처우는 열악해 신입 간호사 기준 연봉은 2천 만원대 초반에서 많아야 중반에 불과합니다.

전체 간호사 면허 소지자 중 절반이 활동을 그만둔 이유입니다.

[나진영/간호사] "시간외근무라든지 야간근무라든지 특수수당이 많아져서 전반적으로 월급이 오르면 아무래도 조금 낫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거든요."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간호전담 부서를 45년 만에 신설했습니다.

하지만 간호사 인력 확충 계획 외에 노동환경을 개선할 뚜렷한 해법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간호사들이 1년 만에 다시 광장에 모인 이유입니다.

"사람을 연료로 태우는 병원 더 이상 간호사를 태우지 마라."

300여 명이 모인 오늘 집회의 주제였습니다.

지금까지 소수의견이었습니다.

곽승규 기자 (heartist@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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