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PICK]정월대보름 오곡밥은 까마귀 고맙다고 주는 선물?
국산 오곡밥재료 2.2배, 부럼은 1.5배 비싸
오는 19일은 정월 대보름(음력 1월 15일)이다. 대보름은 음력 새해의 첫 보름달을 뜻하며 그해 풍년을 기원하고 모든 질병이나 액운을 막아 마을의 무사태평을 기원하는 전통 명절이다.
정월 대보름에는 강강술래 등을 즐긴다. 장수와 풍년을 기원하는 ‘오곡밥 먹기’와 부스럼 예방·치아 건강을 기원하는 ‘부럼 깨기’도 정월 대보름엔 빠질 수 없다. 오곡밥·약밥·귀밝이술·김·취나물을 먹으며 소원을 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정월 대보름에 오곡밥을 먹는 풍속은 신라 시대부터 시작됐다. 신라 소지왕은 역모를 알려준 까마귀에게 고맙다는 뜻으로 해마다 음력 1월 15일에 귀한 재료를 넣은 약식을 지어 제사를 지냈다.
오곡밥은 성이 다른 세 사람이 나눠 먹어야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셋 이상의 씨족들이 오곡밥을 나눠 먹으며 화합하고 산다는 뜻이 담겨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오곡밥은 대개 찹쌀과 차조, 찰수수, 찰기장, 붉은 팥, 검은 콩을 넣어 짓는다.
오곡밥의 주요 재료인 곡식류에서 국산이 수입산보다 값이 2.2배 나갔다.
찹쌀(800g)은 3000원으로 국산과 수입산이 같았지만 수수(750g)는 국산 7000원, 수입산 2000원으로 3.5배 차이가 났다. 붉은 팥 800g(국산 1만원, 수입산 4000원), 검정콩 720g(국산 6500원, 수입산 5500원)도 국산이 수입산보다 비쌌다.
특히 차조(쌀과 섞어 먹는 노란색 잡곡)의 경우 한 되(800g) 기준으로 국산은 1만원, 수입산은 2000원으로 5배 차이가 났다.
부럼으로 쓰이는 잣, 밤, 호두, 은행, 땅콩 등 견과류도 국산 가격이 높았다. 견과류는 국내산과 수입산이 평균 1.5배의 차이를 보였다. 잣은 600g에 국산 3만4000원, 수입산 3만원, 밤은 800g에 국산 5000원, 수입산 3000원이었다. 땅콩의 경우 한 되(400g)가 국산 7500원, 수입산 3000원으로 국산이 2.5배 비쌌다.
호두의 경우, 미국산 호두 등이 국내에 유통되면서 국내산의 설 자리를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값싼 미국산 호두가 수입되고, 중국산이 횡행하면서 국내 호두시장이 붕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호두는 400g에 국산 1만2000원, 수입산 5000원으로 2배 이상 차이 났다.
소비자들은 전통적인 부럼 품목 대신 수입산 견과류를 찾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물가정보 이동훈 조사연구원은 “땅콩, 잣, 호두 등을 중심으로 부럼을 해왔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수입산 견과류인 아몬드, 마카다미아, 피스타치오로도 부럼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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