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 김정은에 선물 주기 어려운 트럼프의 상황
인상적 성과를 내고 싶겠지만
제재 해제와 미군 철수를 막는
미 의회 움직임을 넘기 어려워
AP통신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52%가 북한 핵무기 개발에 대해 ‘극도로’ 또는 ‘매우’ 염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핵무기 위협을 확실하게 해결하면 그것은 역사적 업적이 된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인 대다수가 김정은을 신뢰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에도 그다지 믿음이 없다는 점이다.
공화당 내에서는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높다. AP통신 조사에서 공화당원의 78%는 트럼프의 외교적 성과에 대해 만족한다고 답했다. 다음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양극화 정책에 맞설 좌파 성향의 후보를 선출하면 제3의 후보가 출현해 야당의 표를 분산시킬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트럼프는 40% 정도의 득표로 승리할 수 있다. 2020년 대선 전략으로서는 위험한 도박이지만, 양극화가 트럼프의 유일한 전략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자신의 지지층에게 잘 보일 수 있는 과감한 성과를 노릴 수도 있다.
그 뒤 미치 맥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중동 안보정책 법안 개정을 제안했다. 지난 5일에 의회를 통과한 이 개정안은 분쟁이 종식될 때까지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내 미군 병력을 유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 톰 맬리나우스키 의원과 공화당 마이크 갤러거 의원도 미 하원에 ‘한·미동맹 지지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한국이 자력으로 한반도의 무력 충돌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을 만한 군사적 역량을 갖추었음이 입증되기 전에는 주한미군을 2만2000명 미만으로 감축할 수 없다.
미국 의원들은 하노이 정상회담을 주시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를 핑계로 북한과 허무맹랑한 협약을 체결할 경우 이를 즉각 저지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 의원들의 입장은 주한미군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을 반영한다. 2018년의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74%는 장기적인 주한미군 주둔을 지지하며, 64%는 남한이 공격을 받을 경우 추가 병력을 투입하는 것에도 찬성한다. 북한이 비핵화될 경우를 가정했을 때에도 주한미군 완전 철수에 찬성하는 미국인은 18%에 불과하다.
미국의 이러한 정치 상황을 고려하면 하노이 정상회담을 이렇게 예상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적어도 그의 핵심 지지층에게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진전이 있었다고 납득시킬 만한 새로운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환심을 사기 위해 평화협정 체결과 미군 철수에 동의한다면 의회의 저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핵무기 및 미사일 전면 폐기를 확약하는 북한의 공식선언 같은 구체적인 비핵화 절차 없이 대북 제재 해제를 제안하면, 미국 의회에서는 제재 해제를 막는 법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은 싱가포르 회담에서 큰 성과를 얻었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하지만 하노이 정상회담에서는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 권력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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